In A Dream 02
야자까지 모두 마친 경수는 상쾌한 기분으로 학교에서 나올 수 있었다.
1교시 이후론 생각하지 않았던 꿈생각 때문인것 같았다.
역시 그건 개꿈이었어.
경수가 찬열과 나란히 학교를 나오며 중얼거렸다.
경수의 집은 학교와 꽤나 가까워 횡단보도 2개를 거치면 바로 도착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방금 첫번째 횡단보도를 거쳤고, 남은 이 짧은 횡단보도만 건넌다면 경수를 차를 볼 일이 없다는 것 이었다.
차를 조심하긴 뭘 조심해.
찬열에게 헤드락을 당한 경수가 찬열의 옆구리를 찔렀다. 서로 장난 치며 깔깔 대던 사이 띵, 하고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었다.
신호가 바뀐것을 확인한 경수가 횡단보도에 발을 내밀었고, 그런 경수를 찬열이 보고 장난끼가 생겨 경수의 옆구리를 거세게 찔러왔다.
아 하지마! 경수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찬열에게서 벗어나려 몸을 굽혀 도로쪽으로 뒷걸음칠을 쳤다.
'차 조심해.'
순간 경수를 오전 내내 시달리게 했던 목소리가 귓속을 때렸다.
경수가 몸을 재빨리 펴 인도가 있는 쪽으로 뒷걸음칠을 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찬열 외엔 아무도 없었고 차라던가 싶은것도 전혀 있지 않았다.
또 헛소리를 들은 건가 싶어 인상을 찌푸린 경수가 귀를 후벼팠다.
혹시 귀에 문제라도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야, 나 이비인후과 가볼.."
어디선가 엔진소리가 들려오고, 길이 터져있는지도 몰랐던 골목 사이에서 새까만 승용차 한대가
부아앙, 하며 경수의 곁을 아슬하게 비켜가 뒤쪽에있던 상가를 들이 받았다.
쨍, 하는 소리가 들리고 경수와 찬열에게로 흑먼지가 훅 끼쳐왔다.
두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경수가 덜덜 떨며 팔을 내렸다.
그 새까맸던 승용차의 차체는 상가건물에 반이상이 들이 박혀 있었다. 창문에 붙어있던 유리조각들이
굉음을 내며 차의 위로 쏟아져 내렸다.
차에서 먹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신고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수는 이젠 몸이 굳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수가 없었다.
제가 또 들려오던 목소리를 듣지못하고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넜더라면 경수의 몸은 자동차의 보닛에 붙어 상가의 중간 어딘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을 터였다.
"헐 뭐야. 도경수 괜찮아!?"
찬열이 놀란 표정으로 경수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꽤나 세게도 잡은건지 경수의 몸이 휘청였지만,
경수는 그걸 느낄 정신도 없는지 초점이 없는 눈으로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찬열은 이대로 내버려 두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어, 정신차려! 하며 경수의 등을 거세게 내리쳤다.
멍하던 경수의 눈이 또렷해지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찬열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진짜 뭔가가 잘못 되었나 싶어 찬열이 걱정하고 있을때, 경수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도경수! 어디 아프냐? 병원 가야되는거 아니야?"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경수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찬열의 팔을 붙잡았다. 제팔까지 미세하게 흔들리는걸 그대로 느끼는 찬열이 경수의 등을 미약하게 두드려 주었다.
웬만한 일엔 잘 놀라지 않는 저도 놀랐는데 경수의 심정이 어떨진 가히 상상도 가지 않는 찬열이었다.
숨을 거칠게 헉헉 몰아쉬던 경수가 점점 안정되는지 평소처럼 작게 숨을 쉰다.
빨리 제가 알고있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아야 할것 같았다.
경수가 큰맘을 먹은듯 숨을 훅, 쉬더니 찬열을 바라보았다.
"야. 나 싸이코나 정신병자 아니다. 응?"
그게...
한번 트인 물꼬가 아예 터져버린듯 경수가 횡설 수설하며 모든일을 쏟아 내었다.
땅바닥에 주저 앉은 경수에게 시선을 맞추려 쭈구려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경수의 이야기를 듣던
찬열이 말이 끝나갈쯤엔 입을 떡 벌리고 경악에 찬 얼굴을 내보였다.
그리곤 경수와 같이 뒤로 털썩 주저 앉는다.
나만 과민반응 한게 아니었어. 찬열에게 이런일이 벌어졌다면 오버가 심한 찬열은 벌써 심장마비로 쓰려졌겠다고 생각한 경수가 다시한번 놀란 심장을 쓸어내렸다.
"야 걔 뭐야?"
"알면 내가 이러고 있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던 엠뷸란스와 경찰차가 모두 돌아간뒤, 신호등만 간간히 빛을 내며
바뀌는 적막한 도로를 돌아보며 경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죽을 뻔 한 것을 그 남자는 어떻게 알고 미리 일러준 것 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더해지며 점점 더 꼬여가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앓는 경수를 보던 찬열이
경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야, 그래도 걔가 누구든 너 안죽은게 다행이지. 니가 환청을 들었는지 뭘 했는진 모르겠지만
걔아니면 너 죽을뻔 한거잖아."
"알고 있으니까 제발 확인좀 그만시켜. 안그래도 머리 터질것 같아."
경수가 이젠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눌러 빙빙 돌렸다.
그냥 다 잊고 집에가서 잠이나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여운이 가시지 않은 둘이 한참이나 차가운 인도 한가운데 앉아 별이나 세고 있을때
부모님의 전화를 받은 찬열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가방을 잡아 들었다.
"나 5분만 늦으면 진짜 죽인단다.빨리가야돼."
꽤나 급해보이는 찬열의 얼굴을 본 경수가 이내 같이 일어나 흙이 묻은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같은 아파트지만 집의 방향이 다른 둘이 인사를 하며 헤어질때쯤, 뒤 돌아선 경수를 찬열이 붙잡았다.
"야,혹시 그럴 일 없겠지만 오늘 꿈꿨는데 만나면 꼭 고맙다고 해라."
니 생명의 은인이다. 씨익 웃으며 경수의 등을 팡팡 두드린 찬열이 손을 휙휙 흔들며 저 멀리로 사라졌다.
멍하니 도로 한가운데 서있던 경수가 미처 들어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경적 소리가 들리자 소스라 치게 놀라며 인도로 얼른 뛰어 올라갔다.
오늘 만나든 못만나든 접시물이라도 떠놓고 고맙다고 절을 올려야 할 것 같았다.
"다녀왔습니다."
경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장에 몸을 기대어 신을 벗었다.
오늘따라 축축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주방을 거쳐야 나오는 제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으니,
경수의 엄마가 경수를 붙잡는다.
"경수야, 너 그거 들었니? 글쎄. 여기 집앞에서 사고가 크게났대. 타고 있던 사람은 거기서 죽고 차는 완전 망가졌다더라. 밤이면 그렇게 조용한데에서 사고가 나긴 왜 난다니?"
혹시 사고 난거 못 봤니?
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시대가 발달되었다 해도 사고가 난지 불과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경수는 살짝 소름이 끼쳐오는 팔을 문대며 방으로 들어왔다.
옷을 갈아 입고 침대에 누웠다.
굳게 닫힌 방문 사이로 빛과 티비의 소리가 세어 들어왔다.
경수가 이불을 머리 끝 까지 뒤집어 썼다.
손을 들어 얼굴을 이리 저리 더듬었다. 왼쪽 가슴에 손도 대어 보았다.
쿵쾅대는 심장이 살갗으로 느껴졌다.
저는 죽을뻔 했지만 죽지 않았다.
순식간에 긴장이 탁 풀리고, 몸이 노곤해졌다.
돌돌 감고 있는 이불의 열기가 전해지고, 경수의 눈이 반쯤 감겼다 뜨였다를 반복했다.
경수의 눈이 감겼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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