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민석은 팔의 통증을 느끼며 일어났다. 어떻게 된거지.. 방금 전까지도 민석은 대학의 친구들과 중국 베이징을 여행사 페키지로 놀러와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화원으로 가던 길이였다. 그러다가 술을 쳐 마신건지 반대쪽 차선의 차가 중앙선을 이탈하여 자신들이 탄 리무진 버스로 돌진하였고 그 미친 차를 피하려던 버스가 도로 옆 나무를 박는걸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끊겼다. 헉, 민석은 놀라며 자신의 주위를 살폈다.
“야, 김종인. 괜찮냐?”
아픈 팔을 문지르며 옆에 앉은 종인의 몸을 살펴보았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건 앞 자석에 앉아있었던 세훈도 마찬가지였다. 걱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다른 사람들도 둘러보았다. 다들 정신 못 차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거야 ..
“으..아 진짜 머리야...”
“정신드냐? 몸 괜찮아?”
“어. 아 진짜 뭐야.”
“아무래도 차가 나무에 부딪친거 같다.”
다행이 종인과 세훈은 곧 정신을 차렸고 그렇게 심하게 사고가 난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정신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야, 너네 뭐 이상한 냄새 안나냐?”
“무슨냄새? 기름냄새인가? 이러다 이 차 폭발하는거아냐?”
“아니 기름냄새말고...뭔가....비린냄새인데...”
민석은 가만히 세훈과 종인이 말하는 소리를 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악!!!!”
뭐지, 무슨일이지? 민석과 다른 사람들은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뭐에요. 무슨일이에요?”
“ 가이드가.....아저씨가... ”
여자가 가르킨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목이 기괴하게 꺾여있는 운전사 아저씨가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로 머리가 박살난 가이드 아저씨 모습도 보였다. 앞 창문이 박살이 나버린 버스 앞쪽에 피가 마구 잡이로 튀어있었다.
사람들은 전부 버스 밖으로 나와있었다. 버스 안에 가득 차있는 피냄새를 견디지 못해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나오니 더 기겁할 만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우리는 베이징시내에서 이화원으로 가는 도로에 있었는데 버스로 나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풀이 우거진 숲이 였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감을 잡을 수도 없었다. 중국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어제 만리장성 가던 길에 이런 숲이 있던데 버스가 부딪치고 미끄러지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건가?
연타로 달려든 충격적인 일들로 모두 패닉상태에 빠져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보다는 죽음을 눈앞에서 본 충격이 더 컸다. 게다가 알 수 없는 곳에 와있기 까지 했다. 민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포함에서 8명의 인원이 있었다. 민석 무리인 세훈, 종인을 빼고 아저씨 두명, 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자 두 명, 그리고 혼자 온 남자한명. 다행이 모두 몸은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민석도 팔이 살짝 멍든 것 말고는 멀쩡했다. 그러나 역시 정신은 멀쩡하지 않은 듯 했다. 여자들은 두 사람의 죽음을 보고 크나큰 충격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민석도 울고 싶어졌다. 어쨌든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는 것은 충격이니까 말이다. 3일 동안 나름 친해졌던 아저씨들이였는데...
갑자기 두 명의 아저씨 무리 중 키가 컸던 남자가 말소리를 냈다. 뭔가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했다.
“여기서 일단 기다려 봅시다. 공안이 도우러 올 지도 모르니까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도우러와요”
젊은 여자 중 한명이 훌쩍이며 초치는 소리는 했다. 다시 아저씨가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베이징은 베이징이겠죠.”
민석은 이곳이 생전 처음 보는 숲이긴 했지만 자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기가 모르는 중국 어딘가에 와있다고 생각했다. 고속도로 옆에 있던 숲이라던가.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듯 수긍하는 분위기 였다.
“그리고 가이드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가 흩어져 돌아다니는 것보단 여기에 모여 기다리는게 나을 것 같네요.”
그리곤 다시 말들이 없어졌다. 걱정 어린 숨소리들로 가득찬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시간이 지나자 울고있던 여자 무리들이 배고프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호텔에서 나왔던 것이기 때문에 다들 수중에 먹을 것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모든 짐이며 먹을 것들을 호텔에 두고 나왔다. 계속 칭얼거리던 여자들이 눈치를 보더니 옆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혼자 온 남자였다. 이름이 뭐랬더라?...
“저기 루한”
그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맞다. 루한. 이름이 신기해서 스쳐지나가다 듣고는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뭐 좀 먹을거 없을까?”
“...미안, 나한테도 없어.”
“그럼 여기 나무도 많은데 뭐 열매라도 없을까?”
별 병신같은 소리하네. 종인이 조용히 속삭였다. 여기가 무슨 밀림도 아니고 베이징인데 무슨 열매야. 그리고 지네가 찾으러 나가면 되지. 민석 또한 첫날부터 저 여자들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팅타임에 1시간 가량 늦어놓고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나타나질 않나 그리고 가이들 말을 듣지 않고 지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여자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귀찮은 일은 전부 남자들에게 떠 맡겼다. 짐을 옮기는 일이라던지 같은 건 이해가 가는데 왜 자기네 객실에 불이 안 들어오는 일 같은 것들도 남자를 불러서 해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대부분 저 루한이라는 남자가 타겟이 되었다. 어느 순간 서로 말까지 놓았다. 아마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무지 잘생겼으니까 그리고 루한은 여자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는 것 같아 보였다.
루한이 대답이 없자 이제 옆에서 둘이 팔짱까지 끼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 루한. 잘 찾아보면 있을 것 같지 않아?”
“같이 가자. 루한. 응?”
아 상황파악이 안되나? 민석의 표정이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둘이나 죽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뭐하자는 거지
“오호, 우리 아가씨들 배고프구나. 이 오빠가 열매 찾아줄까?”
배가 나오고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저런 소리를 하면서 낄낄 거렸다. 저 아저씨도 똑같네.아까 꽤나 현명하게 상황을 정리하던 아저씨가 아닌 왠지 음흉한 눈을 가진 사람이였다. 여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배고프다는 소리를 자꾸 들으니 민석도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민석은 친구들은 보며 말했다.
“뭐라도 찾아볼래? 배고프기도 하고 나가다보면 시내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그래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이제 더는 못하겠다.”
“그리고 저 아저씨 둘 시체도 빨리 어떻게 해야지. 여름이라 벌레 꼬일지도 모르잖아”
“......”
냉정한 성격인 종인이 담담하게 덫붙였다. 민석은 다시금 상황의 심각성이 와닿았다.
셋이 일어나니 나머지 시선이 따라 붙었다. 배나온 아저씨가 물었다.
“총각들 어디가게?”
“어두워지기 전에 일단 어딘지 파악 좀 해보게요.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멀리 안갈꺼에요. 그리고 여름인데 저 시체들 부패하기 전에 처리해야죠.”
농담을 지껄이던 아저씨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다 같이 모여있는게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종인의 말도 일리가 있는지라 다들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가다가 열매 있으면 따올께요.”
종인이 피식 웃으며 여자들은 쳐다보고는 말했다. 자신들이 한말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은 알았던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딴청을 피웠다. 아무래도 버스가 온 쪽으로 둘러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셋이 그 쪽으로 향할 때 였다.
“저도 같이 가요.”
루한이였다. 그런 루한을 보고 나머지 여자들도 따라오려고 했다.
“아니.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너네는 여기 있어”
여자들이 시무룩해져서 쳐다보았다. 왠지 같이 가겠다고 메달릴 태세다.
“아무래도 젊은 남자들 끼리 가는게 더 편해요. 저기 아저씨들도 있으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여자들 메달고 가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세훈도 막 말을 갖다 붙이며 루한을 거들었다. 별로 위험할 것도 없지만 더 이상 피곤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래도 떼쓸 것 같다는 생각에 셋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뒤에 루한이 조용히 따라 붙었다.
한참을 걸은 듯 했다. 원래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걸을 생각은 아니였다. 그럴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단 계속 걸으면 걸을수록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주위에 아무리 걸어도 시내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 한명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버스가 있던 곳에 비해 가면 갈수록 밀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이징 날씨에 맞지 않은 나무들도 보였다. 그래 거기 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 오 씨발!!! 이거 뭐야 !!!!”
“아악!!!”
별 기상천외한 벌레들과 뱀들이 나오면서 민석 무리는 아니 세훈은 판단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길을 잃게 되었다.
“아, 나오는게 아니였어. 계속 거기 있었어야했어. 아 어떡하냐?”
“다시 뒤돌아 돌아가 볼까? 우리 흔적도 남겼잖아”
“아 거기로 다시 못가. 아까 또아리튼 아나콘다 같은놈 못봤어? 씨발 잡혀먹힐꺼야.”
“그럼 여기서 길 잃어서 죽을래? 게다가 그 뱀 별로 크지도 않았거든?”
민석과 세훈이 씩씩거리며 다투기 시작했다. 분명 민석이 항상 들고다니던 잭나이프로 나무에 표시를 하며 흔적을 남겨두었다. 그런데 호들갑스러운 세훈이 벌레와 뱀들을 보고 난리는 치며 도망치는 자람에 그런 세훈을 잡으러 다 같이 움직이다가 흔적을 놓치게 된 것이다.
“왠지 여기 익숙하니까 둘러보다보면 찾을 수 있을꺼야. 그럼 그 뱀 없는 쪽으로 가자.”
나무에 표시를 할 때 그 전의 표시가 되있는 나무가 있는 쪽에 화살표가 향하도록 그려놓았기 때문에 표시가 된 나무만 찾으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였다. 종인이 세훈을 보며 혀를 찼다.
“머저리 같은놈.”
“아 뭐가. 너넨 저게 안무섭냐? 아니 근데 도대체가 여기 베이징 맞는 거야? 뭐 이렇게 뱀이 많아 씨발”
민석은 한숨을 쉬며 표시를 찾기 시작했다. 네 명이 한참을 찾아도 안보이자 계속 말이 없던 루한이 입을 열었다.
“이러다가 진짜 어두워지면 큰일입니다.”
난감한 표정을 짖던 종인과 민석이 세훈을 째려봤다. 생각이라도 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인 루한이 다시 말을 이었다.
“ 우리 각자 찾아보기로 하죠”
루한의 말대로 우리는 각자 흔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다가 흩어지기 라도 하면 큰일이므로 서로 눈에 보이는 범위에서 동서남북으로 방향을 쪼개어 찾다가 못 찾으면 다시 모여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여 또 나누어 찾아보는 방식으로 하게 되었다. 또 뱀이 나올까봐 무서운 세훈은 설렁설렁 찾는가 싶더니 슬금슬금 종인 쪽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민석을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다시 흔적 찾기에 몰두해 있었다. 한참 나무를 둘러보던중이였다. 더운 날씨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땀이 원채 많은 민석은 눈으로 흐르는 땀 때문에 시야가 자꾸 가려지는 탓에 눈을 계속 비볐다. 그러다가 눈을 감고 두 손을 올려 눈에서부터 이마까지 쓸어올렸다. 그리고는 눈을 뜨려했는데 눈 앞에 무언가 있는 느낌이였다. 묘한 느낌을 느끼며 민석이 눈을 서서히 떳다. 아까 세훈이 보고 놀랐던 아나콘다 같다던 뱀보다 거의 10배는 큰 뱀의 얼굴이 민석의 얼굴 바로 앞에 있었다.
“헉...”
민석은 달리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저게 입을 열면 민석 같은건 단번에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석이 가지고 있는 잭나이프로는 저 뱀에 상처도 낼 수 없듯 했다. 오금이 절이기 시작했다. 민석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점점 뒤걸음 치기 시작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제발 제발 움직이지 말아라. 제발.. 계속 뒤걸음을 치는 민석을 뱀은 보지 못하느듯 했다. 청각이나 후각이 발달했나? 그럼 민석이 소리쳐서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소리를 죽이며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는 민석은 저 뱀이 제발 후각보다는 청각이 발달하길 빌었다. 그렇게 계속 조심조심 뒷걸음 질을 치고 있는데 순간 민석의 발에 나뭇가지가 밝혔다.
‘뚝’
민석의 심장이 곤두박질 쳤다. 꿀걱 침을 삼켰다. 설마 설마...
천천히 고개를 올려 시선을 위로했다.
“!!!!!!!!!!!!!!!!”
흰자없이 검은 색이 가득한 눈덩이와 눈이 마주쳤다. 뱀이 이제는 정확히 민석을 보고있었다. 뱀의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극도의 두려움으로 민석은 움직일 수 없었다. 뱀이 입을 벌리며 민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렇게 죽는구나. 민석은 몸을 웅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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