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어떡하지, 백현의 머리속에는 혼란스러움과 설렘이 가득했다.
혼란스러운 이유는 자신이 찬열의 사진을 몰래 찍은 걸 당사자가 알게 되었으니 당연한거고,
설레는 이유는...
"대체 언제 찍은거야? 내 사진은."
"그, 그게... 에또..."
나름 귀여워 보이고 싶어서 애교를 가득 담은 말투에 눈을 살짝 치켜올려 애절하게 쳐다보니 찬열이 한 쪽 입꼬리만 올린 채 백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크, 아무리 봐도 너무 잘생겼다. 밑에서 봤는데도, 땀이 줄줄줄 흐르는데도.
순간 찬열이 백현의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놀란 토끼눈을 한 채로 점심에 나온 된장국을 맛있게 먹은 걸 후회하며 백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갛게 됐어?"
너 때문이지요! 백현이 여느 애니 주인공처럼 눈알을 도륵도륵 굴리며 간간히 찬열과 눈을 마주쳤다.
찬열이 백현의 핸드폰 속 자신의 사진을 다시 잠깐 관찰하다가 다정한 말투로 백현에게 물었다.
"미안한데, 지워도 돼? 도촬당하니까 기분이 영 좋지는 않다."
"어, 어! 물론이라는..."
"그래 고마워."
찬열이 길고 남자다운 투박한 손길로 사진을 간단히 지워버렸다. 마지막 찬열의 사진이었다.
백현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으로 찬열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정말이지 같은 생물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아!
찬열이 백현에게 핸드폰을 내밀고는 미련없이 뒤돌아 걸었다. 백현이 먹먹한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찬열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아, 그런데 너."
"흠칫?"
"...어... 그 말투는... 설, 설정...이지?"
"..."
뭐라고 해야 좋을까? 백현이 당황한 듯 보이는 찬열의 표정을 살피며 고민했다.
설마 찬열쿤도 다른 사람들처럼 취향이 조금 독특한 내가 꺼림칙한 건가?
백현이 머뭇대며 선뜻 말을 못하자 찬열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를 떴다.
"아, 조또 마떼!"
"...으, 응?"
"아니 그게 아니고! 잠깐만 기다려 보라느...아니 기다려봐!"
변백현.
"...왜?"
"보쿠노...아니 내 말투는 물론 장난이지!"
변백현 미쳤어.
"아~ 그렇지? 너 되게 재밌다."
"하하하, 그런 말 많이 들어."
찬열쿤은 친구들한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한 건가?
하긴 남자아이들의 대화 주제에 학교 오덕에 대한 건 절대로 있을 수 없지.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백현아."
"그래, 고마워! 아리가또우...아...음...저... 중국어 쎼쎼! 영어로 땡큐!"
"크크, 너 진짜 웃기다."
백현이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찬열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내 학교에 울리는 종소리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둘은 헤어졌다.
그런데 찬열쿤은 정말 천사라는... 처음보는 녀석이 사진을 몰래 촬영했는데도 친구가 되자고 하다니!
혼또니 행복하다능...이름도 불러줬다는... 하아...찬열쿤!...! 아나타와 닝겐쟈나이...!
"어라?"
처음보는 녀석...인데 이름을...어떻게 알았지...?
백현이 혼자 공포에 휩싸인 채로 교실로 돌아갔다. 백현의 가슴팍에 달려있는 명찰이 백현의 걸음에 맞춰 발랄하게 흔들렸다.
텁텁한 여름 바람이 느릿느릿 나뭇잎을 흔들었다. 푸른 잎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 절로 상쾌해지는 기분에 백현이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어쨌든 찬열쿤은 이제 나의 도모다치라능...! 아니, 치...친구!
"자, 그래서 아침에는 오하요 고자이마스, 점심에는 곤니찌와, 저녁에는 곰방와라고 하는 거란다."
백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어 시간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불과 몇십분 전에 일어난 찬열과의 대화에 뒤늦게 가슴이 뛰는 백현이었다.
짝꿍인 종인이 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에 초집중을 하며 교과서 끄트머리에 좋아하는 애니의 주인공을 끄적이는 동안에도,
앞자리인 세훈이 아무도 몰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본 여아이돌의 신곡을 들으며 리듬을 타는 동안에도,
백현의 머리속에는 온통 땀투성이었던 찬열의 웃는 얼굴만이 둥둥 떠다녔다.
"종인짱, 종인짱."
"난다?"
자신의 취미활동에 정신을 집중하던 종인이 백현의 부름에 조금 짜증을 내며 고개를 돌렸다.
"나... 예쁘지 않냐능...?"
"...나, 나니?"
종인의 두터운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도무지 자신 앞의 백현짱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솔직히 조금 여성스럽게 생겨서 예쁘긴 했다, 종인이 미간을 찡그리며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혼또니?! 오오... 나, 남자가 반할 만큼?"
"...백, 백현짱...?"
"아, 그렇다고 『게이』는 아니라고...훗."
"음... 여장...하면 반하지 않을까...생각해 본다능."
두근두근, 백현이 창 밖의 푸른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미소 지었다.
찬열쿤이 호모포비아던 뭐던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그런데 여장을 해야하는 건가? ㅇㅅㅇ
"저기... 루혜짱...?"
"뭣, 뭐야 이 오덕새끼!"
"조또, 조또 마떼! 잠시만 시간을 좀..."
"꺼져 오덕!"
하...어쩌지? 가발을 좀 빌려야 하는데 빌릴 사람이 마땅치 않군...
백현이 터덜터덜 복도를 거닐었다. 혹시라도 찬열쿤을 마주칠까 한껏 이쁜척(그래봤자 일본 애니 여주인공처럼)을 하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은 채로 백현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어라?... 두리번 두리번... 슬금."
아, 백현이 복도를 지나가다 옆 반 여자아이들이 화장하는 걸 보고 잠시 누가 있는지 복도를 살핀 후 살짝 다가가서 훔쳐보는 소리다.
여자아이들은 저마다 까르르 웃으며 수다를 떨고 있지만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호라...! 저것이 『여자』의 기술인가!
"야야 나 팩트 좀!"
"경아야! 니 고데기 좀 쓴다!"
"그래그래, 희수야 립밤 있어?"
이제 곧 학교를 빠져나가고 저마다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러 갈 것이다.
하지만 저 모습들은 마치 김치공장의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고 빠르게 김치를 버무리는 모습같았다.
자신의 얼굴에 고춧가루 같이 붉고 하얗고 반짝 거리는 것들을 치덕치덕 바르는 모양새가 영 백현에게는 생소했다.
그래도 찬열쿤은 남자니까 곱게 분칠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까?! 마, 맞아! 가발만 씌우면 뭐해 얼굴이 고와야지!
"음... 숙녀, 여러분?"
"...누...구지?"
"쟤 걔 아니야? 그... 변백덕"
(변백덕 [명사] 1. 변백현 오덕을 합쳐서 만든 신조어)
"변백덕이 왜 우리한테..."
"저기, 나 화장 좀 알려줄래? 그 대가는 두둑히 치.뤄.주.지"
"..."
여자아이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저 오덕이 우리한테 왜...
서로의 눈치를 살핀 여자아이들의 머리 속이 그녀들의 입술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사실 저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아이 화장도 해보고 싶었고, 오덕 냄새 나지만 대가...도 궁금하고.
"좋아!"
그렇게 백현의 신속한 변신이 시작되었다. 백현의 가슴은 또 다시 두근두근 뛰었다.
혹시몰라, 찬열쿤이 마치 여자같이 예뻐진 보쿠노 모습을 보고 아무리 남자라도 반하게 될지. 후훗...!
백현짱 힘내라능~ㅇㅅㅇ 당신은 예쁘다능(척!) |
이것 또한 그냥 글쓰기 펴놓고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거라능 ^^;;; 그냥 가볍게 단편 소설 처럼 쓰는 것이니 내용이 약간 정리되지 않고 급전개여도 봐주세염.... 전 아직 벌려놓은 일(적과의 똥침><)이 있어서 것도 마무리 지어야 하구,,, 힣힣훟훼헤흏ㅎ 아 그리구 예전보다 연재속도가 느린 점에 대해서 사죄의 말씀음ㄹ... 학교가 집이랑 너무 멀어서 하교하면 걍 집에서 잡니다 저는... 헿ㅎ...그래서 주말에 폭풍 글쓰기 뎨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