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은 마이너 분자들의 자급자족 정신과,
떡밥이 얼마나 없다못해 마르고 말랐으면 차마 남 보여주기 민망한 이 따위 글까지도 홀로 생산해낼 지경에 이르를 수 있다는,
그러니 당신도 '일단 지르고봐라' 라는 용기를 북돋아주기위한 용도로 진지한 감상용이 아닌 글임을 미리 알려드리는바입니다.
이것이 바로 살신성인이어라.
(고로 퀄리티 따위 기대 마센여...나는 원래 글쓰던 사람도 아니랍니다. 말했잖아요. 모름지기 마이너 분자라면 일단 '지르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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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죽을 것 같다. 쉬고싶다.
헬기를 타고 전국각지를 누비며 쇼케이스를 돌고, 대대적인 컴백을 알린지 이제 2주가량 되었을까.
한창 스케쥴이 차고 넘치는 기간이라 오늘도 어김없이 라디오를 한 건 하고나서야 돌아온 정다운 숙소.
오늘따라 꽤 이른 시간에 도착한 숙소는 한 여름의 오아시스처럼 마냥 반갑기만하다.
아, 이게 웬 떡이냐. 방문을 벌컥 열어제끼고 그대로 침대 위로 골인. 간만에 낮잠이나 실컷 자볼까 하고 고개를 베겟닢에 푹 처박았다.
"이성열"
"응..."
"자냐"
"응..."
슬쩍 고개를 돌리니 반쯤 감긴 시야 사이로 금세 뒤이어 들어온 엘이 맞은 편 침대에 풀썩 주저앉는 게 보인다.
멍하니 풀린 눈을 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김명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눈이 잔뜩 부었다.
하여튼 저 놈의 엘뚜기. 쟤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저 눈이 문제야 눈이.....
팅팅 부은 엘의 눈을 가만히 보고있자니 온 몸이 노곤해지고 눈꺼풀은 점점 더 감겨온다.
아, 나른하다...
"이성열"
"......"
"성열아"
"......"
"이성열"
아이씨, 졸려 죽겠는데 왜 자꾸 불러대.
"뭐 임마. 왜 자꾸 불러대"
"...동우 형이랑 우현이 형 연습실 갔어"
"그래서..."
"성규 형, 불명 때문에 얘기할 거 있다고 거남이형이랑 회사 갔어"
"근데"
"호원이 시트콤 촬영 가서 밤샌대"
"그건 나도 알아"
"....그럼.......성종이......."
팅팅 부은 눈두덩이에, 멍하니 풀린 눈을 하고 중얼중얼 알 수 없는 소리를 흘려대는 엘은 어지간히 피곤해보인다.
멤버들 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에 방송국 관계자들 하물며 팬들 사이에서까지도 정신세계 독특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유명한 김명수는
가끔 저렇게 넋나간 듯이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처음엔 그저 당황스러웠지만 보다보니 그게 참 귀엽기도 하고, 조금은 웃기기도 해서
가만히 내버려두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나 저제나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야, 졸리면 그냥 자라 자. 누가 말리냐?"
"성종이......."
"이성종? 지 방에 있겠지"
나에게 멍한 눈빛을 고정한채로 한참을 중얼중얼 대다가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휭하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하여튼 특이한 놈이라니까. 잠이나 마저 자야지. 다시 고개를 베겟닢에 푹 처박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성열아"
꿈도 꾸지 않고, 수마의 늪에 빠져 정신없이 단잠에 빠져있는데 자는 사이 이리저리 뒤척여 드러 난 얼굴 위로 차가운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뭐야 이게. 짜증이 한 가득 서린 얼굴로 힘겹게 눈꺼풀을 밀어올리니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깊고 새까만 두 눈동자.
순간, 이 미친 놈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덜컥 심장이 내려 앉았다.
"야 이 미친...놀랬잖아!! 뭐야 이거,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먹자 성열아"
"야 이...! 아이스크림이고 나발이고 사람을 깨우려면 좀 정상적으로 깨우든가 이게 뭐하는...!"
"아이스크림. 먹고싶어."
엄한 사람 간 떨어질 뻔 한 건 생각도 안 하고 커다란 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품에 안고서 반쯤 열린 뚜껑 사이로 스푼 한 개를 푹 찔러넣은 채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는 저 미친놈을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
아니 그전에, 너 일단 내 몸 위에서 내려와.
"성종이 나갔어. 아이스크림 먹자 성열아"
"야, 내려와. 남의 배 깔고 앉아서 뭐 하는 짓이야. 안 내려가?"
"응. 싫어 안 내려가"
저건 또 무슨 똥배짱이란 말인가. 지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 줄 알고. 곤히 잘 자고있는 사람한테 느닷없이 아이스크림이나 뿌려서 깨우지를 않나
가뜩이나 살도 빠져 죽겠구만 지 몸뚱아리 떡하니 남의 배 위에다 얹어놓고 안 내려가겠다며 버티지를 않나.
엘이 좋아하는 것들에 보이는 무서운 집착 만큼이나 고집 하나는 옹고집 저리 가라인데
지금처럼 아무것도 몰라요. 멀뚱멀뚱 순진한 눈을 하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 그건 더더욱 큰일이다.
아..머리야.....모처럼 쉬는 날인가 했더니...쉬기는 개뿔. 내가 그러면 그렇지 뭐. 반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러는데"
"열아"
"어"
"아이스크림. 먹고싶어"
"먹고싶으면 먹으면 되잖아. 니 손에 들린 그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면 뭐, 장난감이냐?"
"아이스크림..."
고장난 태엽 인형처럼 계속해서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노래만 부르고 있는 김명수는 정상인의 그것인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슬슬 속에서부터 화가 섞인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드디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폭발 일보 직전에 이르렀을 무렵,
.........? 잠깐만...이게.....뭐지....?
무언가, 짓눌려있는 아랫배 부근에 따뜻하고 약간은 묵직한 것이 슬쩍 맞닿아온다.
지금 김명수는 내 몸 위에 올라타있고 그 말인 즉슨 현재 김명수의 두 다리 사이에 내 몸이 끼워져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금 내 아랫배에 맞닿아있는 이...건....
oh shit.
이런 김명수 너!! 경악에 찬 눈이 커지고 당황한 채 퍼뜩 고개를 들어올리니 멀뚱멀뚱한 까만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친다.
눈과 눈이 마주친 바로 그 순간. 그가 길다란 눈가를 가늘게 접으며 베시시, 음흉한 미소를 띈다.
"아이스크림. 먹자니까. 이성열"
맑고 순진한 두 눈동자가 순식간에 나른한 빛을 내며 깊고 퇴폐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과연, 아까 눈을 뜨자마자 본 그 형형하게 빛나던 짐승같은 눈빛은 내 착각이 아니었구나.
가끔가다 넋을 놓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 엉뚱한 늑대는 밤이 되면 정처없이 나를 홀리는 불여우로 변한다.
그래, 저 잔망스러운 불여우 엘이 웬일인지 대낮부터 발정이 난 모양이다.
당당하게 내 몸 위에 올라타 옆구리엔 아이스크림 통을 꼭 끼고서 베시시 웃고있는 꼴을 보자니
그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일주일 전 그 밤이 한없이 원망스러워 질 뿐이다.
+++
"야, 뭐 재밌는 거 안하냐? 티비 틀어봐"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밖에 안 할껄? 정규 방송은 진작에 끝났고"
일주일 전, 새벽 늦게 모든 스케쥴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방으로 들어가 쓰러지듯 잠이 든 멤버들 사이에서
그 날 따라 유독 쌩쌩했던 엘과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티비를 보고있었더랬다.
멤버들은 전부 자겠다, 둘만 있는 상황이니 눈치 볼 것도 없이 양반다리로 풀썩 주저 앉은 내 다리 위에 명수를 앉혀놓고
허리에 손을 둘렀다. 간만에 안으니까 살 더 빠졌네. 이제 다이어트 그만해도 돼. 아...좋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녀석을 품안에 가두고 리모콘을 쥐어주니 금세 화면이 깜빡이며 삑삑 채널이 돌아간다.
볼 거 없다니까 그냥 자자 성열. 아이, 있어봐. 볼 거 없으면 리모콘 이리 내놔. 꾹꾹 버튼을 누르다 어느 한 채널에 멈추었다.
화면 상단에 작게 떠있는 문구는 '퀴어 애즈 포크'. 그리고 노란색 동그라미 안에 적혀있는 숫자 19.
흐음,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고 머릿속을 스치는 짧은 섬광과 동시에 재빠르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모두 지쳐 곯아떨어졌으니 이대로 라면 아침이 되기 전까지는 무슨 짓을 해도 깨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티비에서는 야하기로 유명한 19세 심야 드라마가 한 컷 한 컷 넘어가고 있고,
결정적으로 지금 내 품 안에는 루즈한 검은 니트 사이로 뒷목을 훤히 드러낸 김명수가 다소곳이 안겨있다.
오호 통재라. 바야흐로, 하늘이 내려 준 기회렸다.
"아, 나 이거 알아. 완전 야한거"
"..........."
"심야라고 이런 것도 막 보여주네"
"..........."
"야야, 쟤 잘생겼지 않냐? 저기 저 키 작은 애. 밝은 금발."
"..........."
"잘생겼지? 너나 나나 염색을 안 해서 나도 동우형처럼 금발 한 번 해 보고 싶다. 지우 같은거 말고 제대로"
앞에서 김명수가 뭐라 중얼대던 내 온 몸의 모든 신경은 온통 김명수의 동글동글한 까만 머리통과
허옇게 드러난 얇고 긴 뒷목에 쏠려있었다. 아, 김명수 진짜 새끈하다.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몸에, 일단은 작고 까만 뒷통수에 손을 얹고 찬찬히 쓸어내렸다.
짧은 머릿결을 타고 그대로 깊숙이까지 손을 내려 훤히 드러난 새하얀 뒷목을 손 안에 쥐어 잡고 어루만졌다.
흠칫, 나홀로 쫑알쫑알 떠들어대더니 손이 닿자마자 급히 입을 다물고는 가만히 굳어있다.
경직되어 꼿꼿이 선 뒷목을 달래 듯 깊게 어루만지다 손을 떼고 츄웁- 한가득 베어물었다.
"이..이성열..."
당황에 찬 녀석의 음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는 한참을 빨아대었다.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이 상의를 들추며 속 안으로 파고들어가고 검은 천 아래로 거침없이 가슴께를 더듬는 손길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상황파악이 전부 끝난 모양인지 슬쩍 몸에 힘을 빼고 뒤로 축 기대어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욕구를 풀어 낼 생각으로 가슴과 배를 더듬던 손을 밑으로 내려 찰칵, 바지 버클을 풀었다.
옷감에 덮인 중심을 한 번 손바닥으로 쓰윽 쓸어주고 지퍼를 내리려는 찰나, 어어어...? 순식간에 손목이 잡히고 강하게 위로 끌려올라간다.
뭐...뭐야 김명수. 야, 어디가?! 갑자기 왜 이래?! 아 씨, 조용히 해!! 밖에 누구 온다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갑자기 구석으로 끌려들어가 거실 창가 커텐 뒤에 우겨넣어졌다.
엘이 곧바로 잽싸게 뒤따라들어오며 커텐을 꼼꼼하게 다시 한 번 잡아끌고는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조심스레 밖을 살핀다.
놀래라...이 시간에 오긴 누가 온다는거야.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궁금증에 까치발을 들어 엘의 머리 위로 빼꼼히 눈을 내밀자니
삐빅-삑- 현관 도어록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고, 벌컥 열린 문 사이로 보라색 다크서클이 퀭한 호야와 정렬이 형이 들어선다.
뭐야 저 새끼. 시트콤 촬영하느라 밤샌다며?
"아오씨...간 떨어질 뻔 했네. 쟤는 왜 벌써 들어온거야?"
"밤샌다더니 일찍 끝났나보네. 야, 그나저나 너 귀 겁나 좋다? 들리냐 저게?"
"몰라...발자국 소리가 크기도 크고,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는 것 같길래 얼른 튀어들어왔더니..안 들켜서 다행이지"
씻고 자 이호원. 싫어 졸려. 그래도 메이크업은 지워야지. 아 귀찮은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는 호원을 잡아 제지 한 정렬이 형이 욕실 안으로 호원을 밀어넣는다.
씻고 나와. 욕실 문을 닫고서 어슬렁 어슬렁 거실 안쪽으로 다가오는 형을 보고 흡, 짧게 숨을 들이키고 벽에 몸을 바싹 붙였다.
훠이훠이, 저리 가 저리. 이쪽으로 오지 말란 말이다...! 혹여나 문단속을 확인한답시고 커텐이 확 젖혀지기라도 하는 날엔
잔뜩 흐트러진 복장에 반쯤 열려있는 엘의 바지 버클을 보면 빼도박도 못하고 모든 것을 털어놔야 할 것이 뻔했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제발 이쪽으로 오지만 말아줘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