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4월 9일 날씨 맑음
오늘 중국에서 전학생이 왔다.
졸고 있다가 전학생의 자기소개를 하는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깨고 말았다.
전학생은 굉장히 예뻤다.
201X년 4월 10일 날씨 맑음
전학생의 이름을 이제서야 알았다. 루한이라고 한다.
뜻은 새벽의 사슴. 루한의 외모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내 앞자리에 앉은 사슴을 나는 관찰하기로 결심했다.
201X년 4월 11일 날씨 그럭저럭
사슴은 한국어를 잘한다.
발음은 살짝 어눌하지만 수업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다.
발표를 시켜도 곧잘 한다.
201X년 4월 12일 날씨 맑음
사슴에게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나는 끝까지 관찰자로만 남아있을거니까.
창가 자리여서 창문을 열어놓았을 때 바람이 불면 살짝 드러나는 사슴의 목덜미가 하얗다.
201X년 4월 13일 날씨 흐림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쌀쌀했다.
사슴은 도톰한 가디건을 입고 왔다. 소매가 길었다. 살짝 보이는 손가락이 예뻤다.
급식을 먹으러 줄을 서는데 사슴이 내 앞에 서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함께 서있는건 처음이었다. 사슴은 생각보다 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