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를 안하고 보충까지 안한 탓에 6교시에 마쳤다.
오늘 회식이나 하자는 지은이의 말에 6교시가 끝난 뒤 함께 학생회실로 모여 늘 뒷풀이를 할 때 가는 학교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회식엔 콜사지 콜사! 자, 잔 줘봐 내가 따라줄게."
"오늘, 회장님만 믿고, 제가 힘껏 먹어보겠습니다!"
"야야 오늘 엄마가 회식하라고 카드 주셨으니까, 아부 떨지말고 그냥 먹어."
"와 역시 쿨한 지은이."
그렇게 떠들썩하게 20명이 앉아서 네 테이블이나 차지하고 먹어대고 있는데, 앞에서 툭툭 치길래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뒤를 보라며 손으로 가리키는 지은이였다.
그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교직원 회식이라도 하는 모양인지 선생님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계셨다.
"어? 너네 여기서 뭐해?"
"저희 회식하죠! 쌤들도 회식이에요?"
"응, 교직원 회식이지. 너희 술 마시고 그러진 않지?"
"아 쌤! 교복입고 무슨 술입니까."
제일 먼저 들어오시던 학주쌤이 우릴 발견하고 가까이 오셨다. 그 뒤로 거의 40명에 가까워 보이는 선생님들이 휑하던 테이블을 꽉꽉 채워 앉으셨다.
"아, 어쩐지. 오늘 왠일로 테이블이 휑 비었다 했어. 회식한다고 예약해두셨나보다."
"헐헐, 우린 특별히 받아주신건가?"
그렇게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고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다가오신 학주쌤이 '이제 새로운 학기 시작인데, 우리 학생회 애들이랑도 건배해야지. 자 일로와. 같이 건배하자' 라고 말하시면서 우리를 이 곳 저 곳 테이블에 끼워 앉히시기 시작했다.
쌈을 입에 가득물고 우물거리던 우리는 여기저기 끼인채로 세라가 잘 말아놓은 콜라와 사이다를 들었다.
"자자, 우리 00여고 2014학년도 1학기를 위하여!"
"위하여!"
이런 본격적인 회식자리에는 처음이라 넉살좋던 애들도 쭈뼛쭈뼛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들려오는 '위하여' 소리에 깜짝 놀랐다.
"와....이런게 회식이구나....."
옆에서 들려오는 2학년 후배의 목소리에 같이 앉아 계시던 선생님들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셨다.
그리고 이제 자리로 돌아가려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잡히는 손목에 깜짝 놀라 쳐다보니 담임 선생님이 계셨다.
"어, 선생님..?"
"우리 오늘 많이 친해졌다, 그지?"
"네?....아, 네....."
"그러니까, 더 친해지자는 의미로, 자."
씨익 웃으시더니 건넨 건 크게 싸져있는 쌈이었다. 괜히 부끄러워서 손으로 받으려고 하자 고개를 저으며 손을 뒤로 휙 빼시더니 '아-'하고는 손을 가져다 대시는데 부끄럽고 선생님들이 쳐다보시는 게 민망하기도 해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 '얼른' 이라고 재촉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받아먹었다.
"잘먹네."
쌈이 너무 커서 대답도 못하고 우물거리자 점심 시간 때 처럼 또 다시 머리를 쓰다듬으신 선생님은 '자, 이제 가봐.' 하고는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부끄러워진 나는 벌떡 일어나 후다닥 학생회 애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갔다.
"이야, 00이 부러워 죽겠네. 경수쌤이 쌈도 다 싸주시고."
"아, 놀리지마!"
자리로 돌아오자 다들 보고 있었던 모양인지 박수를 쳐대는데 정말 너무 민망했다.
"자자, 젊은이들. 노래 한 곡 할까?"
작년 학생회 회식 때마다 학주쌤과 함께 했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다 봐오신 학주쌤은, 갑자기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우리에게 큰소리로 말하셨다. 학생회 회식과는 차원이 다른 교직원 회식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고개를 안 마주치려고 고개를 돌려댔다.
"쌤! 저는 00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얘가 허니 장난아니게 잘했잖아요! 춤까지 추면서!"
그러던 중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손을 번쩍 든 세라가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야, 미친! 너 뭔 소릴 하는거야!"
"뭐, 미친? 너 쌤 앞에서 말이 그게 뭐야, 자자 그러므로 00이가 나와야겠다!"
껄껄 웃으시며 나를 불러낸 학주쌤에 얼굴이 빨개져 안된다며 손사래를 젓고 있는데 갑자기 일어난 애들이 내 손을 붙들고 노래방 기계가 있는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자자, 허니 입력 하시고. 갑시다!"
수정이는 허니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고, 그러고 있는 중에 노래가 시작됐다.
모두들 나를 쳐다보시면서 박수를 치는데 고개만 숙이고 가만히 있는 내 모습에 '자, 빨리 일어나. 안 그러면 벌점 50점 준다?'하며 껄껄 웃으시는 학주쌤의 모습에 정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어난 나는 정말...................
새 학기 부터, 모든 선생님들 앞에서, 흑역사를, 생성했다.....
그 굴욕의 허니 다음 날, 교문 지도를 위해 한 시간 일찍 등교해 교문 앞에 서있었다.
계속 놀려대는 애들을 째려보고 묵묵히 서있는데, 들어오시는 선생님들 마다 모두들 나에게 잘 봤다는 둥 춤 잘 춘다는 둥의 소리를 하셔서 정말 고개도 못들고 선영이 옆에 딱 붙어서 있었다.
"야, 정수정, 니가 제일 나빠. 어떻게 노래를 켤 수가 있어?"
"허니가 너 18번이 잖아. 당연히 번호는 외우고 있지."
아직 등교시간에 가깝지 않아 학생들이 몇 없어서 얘기를 하는데, 계속 해서 내 얘기만 해대니 결국 수정이에게 뭐라 하자 외우고 있다며 내 눈앞에 브이를 해대는 수정이었다. 그래, 결국 부른 내가 멍청이지. 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어, 어, 야 쟤 도망간다!"
머리 염색을 한 모양인지 모자를 푹 쓰고 들어온 한 학생이 갑자기 모자를 잡은 채 도망가자 머리를 본 모양인지 세라가 큰 소리를 냈다. 그에 작년에 쫓아가기 담당이었던 내가 잘 훈련된 개 마냥 반사적으로 뛰어갔고, 필사적으로 몸을 터는 학생을 잡고 교문으로 돌아왔다.
"2학년 시키면 되지 왜 니가 뛰어감?"
내가 반사적으로 뛰어나간게 웃긴 듯 다들 웃으면서 뭐라고 했고, 그에 또 다시 나는 흑역사를 제조했다.
참, 3학년 된지 이틀만에 내 흑역사란 흑역사는 내가 만들고 다니는 구나.
한 번 뛰어간 이후로 조금 풀이 죽은 나는 2학년들에게 맡기고는 그냥 조용히 뒤에 서 있었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이 교문을 통과해 들어오셨다. 어제의 나의 흑역사의 현장을 함께 보신 선생님을 만나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선영이를 찾아 뒤에 달라붙었다. 그런데 이미 나를 발견한 모양이신지 씨익 웃으며 내 쪽으로 다가오시는 게 불길했다.
"00아, 왜 숨어."
"......아, 알고 계시면서 왜 그러세요.."
"풉-"
"아.....쌤....진짜.....저는 이렇게 쪽팔린데...."
"아니야아니야, 귀여웠어. 정말."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내 머리를 또 한번 쓰다듬으신 선생님은 내 귓가에 작게 귀여웠다고 말을 하신 후에 다시 머리를 쓰다듬고 들어가셨다.
그리고 귓가에 작게 울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내 심장은 좀 많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1편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급하게 호로록 2편 써봤어요 하핳 헣
재밌게 봐주세여 'ㅅ'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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