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쳐져서 그런지 바글바글하던 주위가 한가해졌다. 백현이는 곧잘 대화를 잘 이끌었다. 주제는 다양했다. 그 흔한 학교 선생님들 뒷담화나 누구랑 누구랑 어쨌데 하는 떠도는 소문들 같은거 말이다. 변백현은 그런 사건들의 진상을 잘 아는 편인 반면에 나는 건너건너 들은 얘긴지라 그런 백현이 지금 같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될줄이야. -**아 넌 남친 없어? 그런거 묻지마. 슬프다. 변백현을 장난스레 살짝 때렸다. -오, 의외다 의외라니. 내가 남친 있을거 같이 생겼나. -너 이쁘게 생겼잖아. 남친 없다니깐 의외다. 갑작스런 백현이 말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헛기침을 뱉으며 두손을 내젓자 백현이가 놀려댄다. -쑥스러워? 너 얼굴 완전 빨갛다. 아씨 놀리지마. 큭큭 웃어대는 변백현을 흘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맨날 지하철을 타고 가던 터널을 걷고 있는 기분이 참 묘하고 무서웠다. 불이 켜있어도 어두워보였다. 그나저나 지금 우리가 어디로 걷고 있는건가 궁금해졌다. -시청역. 거기 가면 비상식품이랑 실탄을 나눠줄거래. 핸드폰으로 문자 못 받았어? 핸드폰? 그러고보니깐 집에 두고와 버렸다. 허전한 주머니를 매만졌다. -안돼겠네. **이 잃어버림 못찾겠어. 그러더니 백현이 잠시만, 하곤 내 가방끈과 제 가방 끈의 길게 남은 길이 조절용 끈을 서로 튼튼하게 묵는다. -이럼 사람 많아도 왠만해선 걱정 없겠지? 끈 덕에 상당히 가까이 온 백현이 내 어깨를 감싼다. 익숙치 않은 스킨쉽에 시선이 자꾸 이리저리 굴러간다. 뭐 싫지는 않다. -배고프다. 한동안 말 없이 걸으며 뭐가 신나는지 연신 콧노래를 부르던 백현이가 대뜸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밥도 못먹고 두 세 정거장을 걸어온 것 같다. 잊고 있던 나도 갑자고 배가 고파졌다. 가방에 급하게 챙겨둔 초코파이 네개가 생각났다. 초코파이는 눈물 나게 맛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한개씩만 먹었다. 열량 보충은 충분해. 백현의 생각이었다. 그애는 판단력이 좋아보였다. 그러고 보니 엄마 아빠도 문자를 받았다면 시청으로 가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거기서 찾을수 있다는 생각에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홍대 역에 다달았을때 백현이 좋은 생각이 났다며 무섭다고 가지 말라고 겁을 내던 내 손을 잡아 요금게이트까지 이끌었다. 그 애가 나를 데리고 간곳은 역안의 편의점이었다. 올때마다 북적대던 홍대역은 정말 고요했다. 바깥에서 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없을줄 알았던 불이 켜져 있는 편의점 안엔 우리 또래의 남자 애 둘이 바닥에 상자를 깔고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편의점 안의 라디오에서는 직업 정신이 투철한 기자의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짧아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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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