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렵게 구했다며 마련해준 원룸은, 가는 길이 에베레스트 등산과도 같았다.차라리 지하철로 한시간 거리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요즘 서울 집값이 얼만데, 그 정도면 좋게 산거야! 라며 타박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라 더욱 이를 악물고 다리를 뻗었다, 가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집 한번 갈려다가 진짜 뒈지겠다. 며칠전 세팅펌한 머리는 그냥 다 잘라버리고 싶을만큼 끈덕지게 볼이며 이마에 달라붙었다.
"누나, 더워?"
주저앉아 멀거니 땅만 쳐다보고 있으니 웬 신발코가 보이더라. 때맞춰 들리는 앳된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한 훈고딩이 있었다. 가슴에는 '오세훈' 이라는 명찰을 단 채로.
"누나 쩌어기 살지? 나 지나가다 누나 이사오는거 봤어, 헿."
"니가 말로만 들었던 그 오세훈이냐?"
"어라. 내 이름 어떻게 알아? 할머니가 모르는 사람한테 가르쳐주지 말랬는데.."
"짜샤, 니가 먼저 나한테 아는척 했잖아. 명찰에 니 이름 적혀있거든요?"
그리고, 너에 대해서 들은 바도 있고 뭐. 너는 날 모르지만 난 널 대충 알거든.
"아, 그렇네... 헤, 누나! 빙수 사주세요!"
"빙수?"
"응! 더워! 빙수 빙수!"
"빙수우우??? 저 밑으로 다시 내려가자고?!"
아득하니 손끝으로 콕 집은 카페베네는 내가 장장 30분동안 등반해온 골목길을 다시 내려가야 있었다. 어이없이 쳐다보니 아래로 쭉 뻗은 내 손가락을 덥석 잡고 일으켜 세운다. 훤칠하게 생긴게 힘은 세가지구, 왁! 하며 휘청이는 내 어깨를 잡고서 뒤돌아 내려간다. 야, 니가 업어줄것도 아닌데 존나 너무한다...
"야, 세훈아. 맛있냐?"
"응! 예헷, 딸기도 있어옇."
그럼 베리빙순데 스트로베리가 있지.
세훈이는 부모님이 안계신다고 했다.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인데 사고를 당해서 지적 능력은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된다고. 일반고에 다니다보니 친구도 없고 왕따를 당한다고는 하지만, 요즘 애들이 그래도 뉴스에서 운운해대니 학교폭력이 위험한건 알고있는지 어디 맞고 다니지는 않는다고 했다. 인물은 훤칠하니 안타깝다며 혀를 쯧쯧 차던 옆집 할머니의 말씀이었다.
"너 모르는 사람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해서 따라가면 절대로 안된다. 오늘처럼 아무나한테 가서 사달라고 떼쓰면 안돼."
"응, 할머니가 맨날 말하던거다. 누나는 안먹어?"
"됐다, 너나 많이 먹어라. 나는 지금 이거 먹었다 나중에 집가면서 토할지도 몰라."
빙수를 한숟갈 떠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고는 꿀꺽. 삼키는데 존나 귀엽다.
내가 연하를 사귄게 몇년 전이더라... 워 씨발 정신차려 짐승년아. 상대는 고등학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이야.
"배부르당. 잘먹었습니다!"
"입에 묻은거나 닦고 가."
일어서려는 세훈이를 붙잡아 앉히고 냅킨을 건내니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내민 손을 두어번 흔들어봐도 반응이 없자 몸을 숙여서 친히 닦아주었다, 벅벅. 이거 원래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해주는건데..
"너 밥먹고 입 안닦으면 사람들이 너보면서 웃는다."
"느에? 픕,"
참 귀엽게도 인상을 쓰며 내 손길을 받아내던 세훈이는 내가 빈 그릇을 들고 일어서자 따라 일어섰다. 아, 강아지같아.
"누나 이거 반납하고 올게, 앉아있어."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려왔다. 손님이 들어왔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화장실까지 갔다오니 자리에 세훈이가 없다.
"오세훈!"
"....어, 누나아..."
카운터 앞에서 남고생들 사이에서 쩔쩔매는 세훈이. 내게 아는척을 하자 그 무리도 궁금한건지 눈을 돌렸다가 저들끼리 시시덕거린다.
안색이 안좋은 세훈이의 얼굴에 금새 알아차릴수 있었다. 할머니들은 눈에 보이는 폭력만 학교폭력으로 인식한다. 그러니까 이때까지 동네사람들 아무도 몰랐던거겠지. 평소에는 끄집어 내려해도 없던 정의가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눈뜬 것 같았다. 아니 저새끼들이,
"야, 누구야?"
"그냥 아는 누나..."
"오, 애인?"
"푸하하, 우리 훈이 여자친구도 있었어어~?"
"이야, 모지리라도 알건 다 아나보네~"
"아, 아냐 그런거..."
"아니긴 뭐가~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조금은 격하게 세훈이의 머리를 헤집는가 하더니, 난처한 세훈이의 상황을 즐기는지 당사자가 코앞에 있는데도 시시껄렁한 농담을 턱턱 내던졌다. 이것들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고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자 이제는 나에게까지 노골적인 표현을 내뱉었다. 세훈이는 불안한지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고, 내가 아무리 미끼를 던져도 반응이 없자 걔네도 화가난건지 한명의 행동이 점점 거칠어졌다. 옆에 있던 의자를 발로 차고 내 바로 앞까지 와서 여차하면 멱살잡을 태세로 눈까리를 희번뜩거리는데, 미안하지만 존나 웃겼다.
"와 씨발, 골때리네 이거. 너도 장애냐? 입없어? 아님 귀가 먹었어?? 씨발 사람이 말을 하는데 반응을 좀 해보라고."
"야야, 좀만 진정해. 이러다가 사고친다."
"이 씨발년 무시하는거 안보이냐고!! 존나 빡도네,"
"야 그냥 가자!! 재미도 없는데..."
"씨발 지금 재미가 문제냐?"
아. 지금 와서 보니까 얘 내가 예전에 덕질했던 구오빠 산적 매니저 닮았다... 산적을 넘어서 보이는 세훈이의 표정이란. 지금 나만 빼고 존나 심각한것 같았다. 나는 세훈이 표정이 존나 귀여웠으니까. 나는 씨발 산적이한테 한대 맞아도 여한이 없을 것같아. 그러면 세훈이가 나를 보며 걱정하는 표정도 볼수있겠지만, 이러다가 진짜 변태될거 같아서 이제 슬슬 정리를 하기로 했다.
"얘야, 너 그러면 안된다. 지금 약한애 괴롭히고 그러면 너 씨발 나중에 취직해서 좆같은 상사 만나서 똑같이 당한다. 사회가 니마음대로 잘 돌아갈거같니? 혹시 몰라, 그 좆같은 상사가 내가 될지. 워워 씨발 놀래라..! 친구야, 얘좀 말려라. 진짜로 경찰서 가겠다. 나 합의해줄 마음 없으니까 깜방가기 싫으면 주먹 내리는게 좋을걸."
"...네, 네?"
정말로 산적이의 미래 인생을 걱정해 한마디 하자 산적이의 친구는 더욱 미쳐 날뛰는 산적이를 붙잡고 질질 끌고나갔다. 훅... 안그런척 씨발거리면서 쎈척했는데 사실 진짜로 때릴까봐 존나 쫄았었거든. 산적무리가 나가고 다리에 힘이풀려 그대로 주저앉자 세훈이가 놀란건지 뛰어온다.
"누..누나...아으...어떡해...미, 미안해요..."
"...어떡하긴 뭘. 후... 너 평소에도 쟤네한테 돈 뜯기, 쟤네가 너한테 뭐 사달라 그래?"
"응..."
"그럼 사줘?"
"응...할머니가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랬,"
"어우 멍청아, 니가 보기에 걔네가 친구야? 그걸 왜 사줘! 너 진짜 바보냐? 차라리 돈없다고 구라를 까든가 진짜로 그걸 곧이곧대로 사주고있어!"
"나 바보 아냐, 멍청이도 아니야."
"...."
"할머니가 나보고 바보라는 사람은 그 사람이 바보랬어. 근데 누나 바보 아니잖아."
생글생글 웃던 얼굴은 어디가고 나를 쳐다보는 세훈이는 지극히도 무표정을 하고있었다. 보통 세훈이의 지능 정도 되는 어린아이의 사고 방식이라면 떼를 쓰고 화라도 낼텐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면서 수없이 받아왔을 놀림과 핍박이 쌓이고 쌓여서 무뎌지기라도 한걸까, 그 무표정 속에 있는 응어리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생각보다 정말 많이 아팠겠구나, 너.
"미안. 누나가 미안해. 다신 안그럴게."
"...헤, 진짜?"
곧바로 사과하니 금방 풀려서는 헤헤, 거리는게 진짜로 나이에 안맞게 귀여웠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세훈이를 만났을때만 해도 머리 꼭대기에 있던 해는 어느새 산 위에 아슬아슬하니 걸려있었다. 곧 저녁 먹을 시간이 다되어 세훈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할머니의 행방에 대해서 물었더니, 말없이 하늘 위를 콕 가리키는 손가락.
"아... 그럼 집에 너 혼자 살아?"
"응."
"학교 안갈때 밥은 어떻게 해먹어?"
"파란지붕 할머니집에 가서."
내 손을 잡고 앞뒤로 붕붕, 흔들며 신나게 걸어가는 세훈이에게 무슨 생각인지 덜컥 말을 꺼내버렸다. 세훈아, 오늘 누나 집에서 같이 밥먹을까?
싸지르긴했ㄴ느데 저를 매우 치세여.....ㄷ....(광안리 바다에 뛰어든다)(춥다)(벌벌 떨며 나온다)
아...가독성 떨어진다..맨날 모티로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컴티로 보니 정렬을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네여 사진도 너무 크고 땀땀
지금 거의 중편까지 써놓은 상탠데... 뭔가 얘기가 길어질것같은.. 제가 원래 싸질러놓고 수습안하는 성격이ㄹ..ㅏ...
ㅜㅜㅜㅜㅜㅜ세훈아미안ㅜㅜㅜㅜ여러분죄송해여느ㅜㅜ우ㅜㅜㅜㅜ
ps. 소재주신 독방징 감사드려요 뽀뽀 핫튜! 제..제목은..제가맘대루정했어요..ㅎㅅㅎ
+사실 쓸때부터 망설였는데 별로 수위가 어울리지 않는 글이어서ㅠㅠㅠㅠㅠ 수위는 아마 없을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로 찾아뵐게요! 투표해주신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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