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하이 미스터 메모리 - 회색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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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화지 위에 진한 회색의 물감을 칠해가던 지호가 문득 창가를 때리며 들려오는 빗소리에 자신이 손에 쥐고있던 붓을 내려놓고는 투명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 작게 중얼거린 지호는 마치 먹구름이 가득 낀듯 뿌연 회색빛의 하늘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슬리퍼를 신은 발로 자박 자박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밟아가며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런 지호를 놀리기라도 하듯 전보다 더 타닥대며 창문을 두들기다, 창가에 다가온 지호가 나무 재질의 창문을 밀어여니 기다렸다는 듯 지호의 얼굴에 닿아왔다. 차가워. 지호는 눈을 감았다 떴지만,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다.
*
검정색에 가까운 진회색의 우산을 접어 바닥에 탁탁 덜던 지호는 우산을 둘둘 말아 찍찍이로 고정시키고는 조용한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아마 평소라면 교실에서 한창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겠지만, 2주에 하루정도 수업을 늦게 들어가는 일이 많던 지호는 오늘도 홀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말소리와 또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느릿느릿 3층까지 계단을 밟아 올라온 지호는 오늘따라 유난히 더 우울한 기분에 괜히 가방끈을 손에 쥐어 본 다음 한숨을 쉬며 놓기를 반복했다. 오늘같이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원래도 그랬던 기분이 더 우울해 지는 기분. 이라고 생각하며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교실에 조금 더 발을 옮긴 지호는 옅은 회색의 나무 문을 밀어 열었다. 드륵, 오래된 탓인지 어딘가에 걸린듯한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렸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지호가 제시간에 학교에 오지 않으면 항상 이맘때쯤 들려오고는 했으니까. 지호도 익숙한듯 자신의 회색 신발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으나 딱 한명. 지훈은 그런 지호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 .... "
짙은 보라색 우산에 빨간 신발. 거기에 연두색 가방. 의도는 모르겠지만 비오는날 안 치이긴 딱 좋은 복장이네. 지호의 모습을 가만히 훑어보던 지훈은 여전히 적응 안되는 반 분위기라며 입술을 씹다 고개를 돌렸다. 학기 초임에도 불구 2학년이라 그런지 애들은 다 끼리끼리 친해보이고. 방금 들어온 애는 색 선택이 죽여주고. 딱 괜히 전학왔나 싶었다. 지훈이 책상위로 고개를 파묻으니 기다렸다는 듯 울리는 종소리에 여지껏 지겨운 듯 자기들끼리 떠들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피해가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던 지호는 문득 지금이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래도 그나마 더 나은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온통 회색인 아이들을 상대하기란 지호에겐 여전히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교실에 아이들이 없는 편이 지호에겐 훨씬 편했다. 아이들은 물론 수업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한채 모두를 내보낸 선생님까지 앞문을 닫고 나가니 지호는 가벼운 마음으로 바닥만 바라보던 시선을 굴렸고, 눈 앞에 보이는 회색의 통에 자신의 우산을 집어 넣었다. 연회색의 짧은 우산들 사이에 자리한 지호의 길다란 진회색의 우산은 교실 안에서의 지호처럼 유난히 눈에 띄었고, 홀로 물기를 머금어 조금 이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손에 살짝 묻은 물기를 털며 몸을 돌린 지호는 문득 눈앞에 보이는 회색 니트에 침을 꿀꺽 삼켰다. 지호가 우산을 정리 할 동안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문을 향해 걸어오던 지훈과 마주한 것이었다. 아, 아직 안나간 애가 있었나 보다. 당황한 낌새도없이 다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인 지호는 처음보는 신발이라는 생각을 하며 길을 비켜 가려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깨끗함에 놀라 눈을 꿈뻑였다.
" .. ? 뭐. 왜. " " ... " " 할 말 있어? "
지훈이 무슨 말을 하던 그 앞에서 비켜서지 않고 바닥만 내려다 보며 눈동자를 굴리던 지호는 흘끔 시선을 들어올려 지훈의 손을 바라보았고, 그 깨끗한 빛의 손을 따라 설마, 하면서도 시선을 옮겨 그 맑간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상과 동 떨어지기라도 한 건지. 배경에서 혼자 쑥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회색이 아닌 다른 색을 얼룩덜룩하게 입고 있는 지훈의 모습에 갑작스래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 눈으로 강하게 밀려오던 지호는 이내 당황한 모양인지 주먹을 쥐었다 피길 반복 하다, 자신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훈을 무시하고 처음 보는 여러 색들을 흘끔대며 눈에 담았다. 니트는 항상 보던 색이랑 똑같지만 좀 더 부슬 부슬한 느낌이고, 피부는 좀 더 밝은 것 같고. 눈은..
" ... 야, 비키. "
한창 그렇게 지훈의 색을 바라보던 지호는 지훈의 입이 움직이며 부끄러운 느낌의 입술이 벌어져 안에 숨어있던 깨끗한 치아와, 보자마자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게하는 색을 띄고있는 지훈의 혀가 들어나자 속에서 부터 왈칵, 하고 북받혀 오는 느낌에 제 회색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잘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호는 지금 회색이 아닌, 그간 보지 못했던 '색' 을 지훈을 통해 보고 있었다. 그런 지호가 이상해 비키라고 말하려던 지훈은 지호의 하얀 피부와는 다르게 금방 붉게 적셔진 눈가와 발개진 코끝을 바라보고는 당황하며 말을 멈추었다. 뭐야. 우나?
" 야, 우. 울어? " " .... " " 야, 왜 울어. 응? 울지마. "
전학 와서 반 자체가 어색한데, 친하지도 않은. 그것도 오늘 처음 보는애가 자기 앞에서 울고 있으니. 얼떨결에 그런 지호를 품에 안게 된 지훈은 당황스럽지만 일단 달래고 보자 싶었던지 지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지호를 달래기 시작했고, 그런 지훈의 태도에 색이 가득한 품에 안기게 된 지호는 밝은 지훈의 뒤로 보이는 여전한 회색 공간에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밝아. 난생 처음 그 단어가 지호에게 닿아왔다.
" 흐, 회. 끅. 회색. " " 어? " " 흐윽, 너, 읏. 너는. 흐. 색, 색이.. 끅. "
드문드문 말을 뱉던 지호는 계속해서 터져 올라오는 감정에 손을 들어 지훈의 회색 니트를 꼭 쥐며 한참을 끅끅대다, 제 투명한 회색 눈물을 닦아주는 지훈의 밝은 손에 문득 지훈의 손이 제게 색을 입혀주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색을 입어 가는듯 전해지는 온기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더 엉엉 울어댔다. 실제로 지훈의 손이 닿은 지호의 눈가는 언제 색이 없었냐는 듯 뽀얀 빛을 띄고 있었고, 그 빛은 지훈의 손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다시 회색의 칙칙함으로 돌아왔으나 이내 다시 닿아오는 지훈에. 지호의 뽀얀 빛 역시 제 자리를 찾았다.
" 너, 흐. 뭐야.. "
연한 회색깔의 손을 들어 제 얼굴에 닿아있는 지훈의 손을 가득 잡은 지호는 눈물 탓에 잘 보이지도 않는 시야로 그 손을 내려다 보다 지훈의 손과 마찬가지로 밝은 빛으로 변해있는 제 손가락을 확인하곤 그대로 지훈의 어깨위에 고개를 파묻었고, 커다란 지훈의 손이 그런 지호의 뒷통수를 끌어안았다.
" 누구야. 끅. 너. 으.. 누구야. "
.. 표지훈. 그 목소리에, 한참을 머물러 있던 지호의 먹구름이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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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게 ... 는 장난ㅋ
내용 이해 안된다 싶으시면 바로 알려주세여! 대충 풀어드릴게요 썰은 받은소재지만 좌표는 글 끝내고 나서 알려드릴게요 내용 알면 재미 없자나 상중하보다 더 나올것같아 제목수정! 그래도 얼만큼 나올진 ㄴㄴ해 아씨 자꾸 왜 파일 다운사이트 떠 최신 자료는 콩밥에서~[151] 래요 세륜 바이러스 삭제하러감 다음편은 아마 매우 늦을것 같다구 한다
사실 이번편은 프롤ㅇㅣ나 다름 없지 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