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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투비/창섭] Lavender_06 | 인스티즈

 

 

 

 

 

Flowers :: Lavender

 

 

 W. flowers


 

 

 

 

 

 

 

 


이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던 내 인생이라는 악보에.

희망이라는 음을. 사랑이라는 가사를 그려준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시작과도 같은 이야기.

 

 

 

 

 

 #6.

 

 

눈물로 끈적한 얼굴을 쓱쓱닦고 바닥에 묻은 피를 슬리퍼로 대충 문지르고는 침대에 앉았다.
손가락에 피는 굳어 검붉은 딱지가 부스럼을 만들며 기분 나쁜 냄새를 풍겼다.육성재가 물티슈를 사뒀었나. 선반을 뒤적이는데 문득 위에 올려진 꽃병이 눈에 띄었다.
처음 병원에서 눈을 뜬 날 보았던 꽃과 같은 꽃이 매일매일 싱그럽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간호사가 매일 바꿔주는건가. 꽃이 시든 채 꽂혀 있는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 "

 

 

나보다 팔팔하네. 뭔가 서글퍼져 선반 구석에 있던 물티슈를 힘 없이 뽑았다. 추욱 물 먹은 채 늘어진게 오히려 난 이 쪽에 어울리는 것 같다.
물티슈 같은 여자. 억양 한 번 매력 없다.

 

 

" 아, 글쎄 안된다니까요! "

" 왜요오? 누나 나 알잖아요! 그냥 이것만 전해준다니까! "

" 그럼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보호자 분께서 안된다고 신신당부 하셨어요. "

" 그런게 어딨어!! 혹시 대통령 손녀에요? "

" 이창섭씨. 대통령은 미혼이세요. 빨리 돌아가요! "

 

 

밖이 소란스럽다 싶더니 우당탕거리며 남자가 병실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 아악!! 환자를 이렇게 밀치다니..!! "

" 어머, 죄송.. 아니지, 빨리 나가요! "

 

 

그 사람. 또 그사람이다.
남자는 어떻게 찾아온건지 품에 아까 전 내가 집어던지고 온 노트와 펜을 안고 바닥에 앉아 간호사와 입씨를을 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어떻게든 남자를 내쫓으려 남자의 팔까지 당기며 용을 쓰는데 남자는 어린아이마냥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황당해서 질문할 새도 없이 남자가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바닥에 늘러 붙은 피를 발견한 모양이다.

 

 

" 피이!!! "

" 어머, 이 분 또 이러셨네..! 오빠 분 나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

 

 

간호사는 내가 다시 자해한 것으로 착각했는지 안절부절 못하다 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 아.. 나 지금 눈도 엄청 부었을텐데.. 머리는 산발이고.

 

 

" 손가락은 또 왜 그러세요? 어휴, 보셨죠. 이창섭씨? 이 분 쉬어야 되니까 돌아가세요. "

" 아.. 그러면 공책.. 공책만 줄게요. "

 

 

남자는 내 꼴을 보고 떼쓰던걸 멈추고 일어나 쭈뼛대고 내 앞에 섰다. 남자가 내미는 공책을 받아들고 남자를 보니 얌전히 나를 쳐다본다. 조잘댈 줄 알았는데..
이창섭씨. 뒤에서 간호사가 재촉하자 남자는 시무룩한 얼굴로 뒤돌아섰다. 남자가 건넨 노트를 펼치니 삐뚤삐뚤한 글씨로 큼직하게 한 장을 가득 메운 말.

 

 

- 놀래켜서 미안합니다.

 

 

무언가 가슴에서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다.

 

 

" 갈게여.. "

 

 

난 급히 일어나 남자의 옷깃을 붙잡았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남자도 간호사도 모두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노트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남자가 천천히 내 손을 잡더니 제 왼손에 있던 펜을 나의 오른 손에 쥐어주었다.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시 한 번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보던 간호사가 다시 한 번 남자를 내쫓으려하자 다급히 글자를 적어 간호사 앞에 내밀었다.
불쑥 내밀어진 공책에 간호사는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병실 문을 나섰다. 그 것을 보던 남자의 표정이 눈부시게 밝아졌다.

 

 

- 괜찮아요. 이 분이랑 같이 있게 해주세요.

 

 

난 또 다시.
무언가 가슴에서 치고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 제 친구에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비회원156.26
오오오..친구라니ㅠㅜㅠ 평소에도 그냥 쓰던 말인데 이렇게 애틋할 수가..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감동받아서 캡쳐햇어요 . .....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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