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world
01.
"두통약 하ㄴ....아니 세개 주세요"
세개씩이나요?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현을 빤히 쳐다보던 약사는 백현이 당황하며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자 높은 선반에 있던 박스하나를 꺼내었다.
레모나 박스?
약사는 백현의 의문스러운 눈길에도 불구하고 박스를 열어 다소 산만스럽게 남은 레모나를 확인했다.하나,둘,셋,넷....으차!약사는 작은 레모나 박스 4개를 백현의 손에 쥐어주었다.덤으로 두통약 한알까지도.이게 뭐에요?백현이 어이없다는듯 짜증을 부리며 말하자 약사는 싱글싱글 웃으며 백현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머리 아플때는 비타민 섭취가 짱이에요.약 많이 먹으면 내성생겨서 오히려 안좋다구요.그러니까 오늘은 그거 한알 먹고 또 아프면 레모나 먹어요.
근데 그래도 아프면
"다시와요 약국에"
"..네?..."
"레모나 또 줄테니까 와요"
아....저기..!약값은 안받아요,대신!대신..?이름 알려줘요!이...이름이요?
백현의 반응은 상관없다는듯 약사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며 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만하는 백현에 안달난듯 약사는 채근거렸고 그 모습이 백현에게는 큰 대형견같았다.몸만 큰 강아지.
빨리이.빨리 이름이 뭐에요?네?이르으음!이름!이름이름!응?이름 알려줘요!
이렇게 채근하는걸 무시할수도 없고 약만 들고 나가자니 미안하고.백현은 그냥 이름을 알려주고 다시는 이 약국에 안오기로 결심을 했다.그래,뭐 이 약국 다시 안오면 되는거지.세상에 변백현이 나 하나뿐인가?
"백현이요"
"배켠?"
배켠?이름이 특이하네?백현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배켠배켠 중얼거리는 약사를가 진짜 몸만 큰 강아지 같아보였다.좋게 말하면 귀여운거고..나쁘게 말하면 덩치값을 못하는거고.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아직도 중얼중얼거리는 약사의 어깨를 툭툭쳤다.배켠이 아니라 백.현.이에요.
"왜 사람 이름을 마음데로 바꾸고 그래요?"
"아,미안.그럼 나도 내이름 알려줄까요?"
사과의 의미로!어때요?
네,네..알려줘요...
그닥 궁금하진 않았지만 싫다고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름을 기어코 알려줄것만 같은 느낌에 백현은 하는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은
"크리스에요"
"아,크리스."
"가봐야 하는거아니에요?"
전화 울리는데.네,네?전화요?
백현이 곧게 뻗은 크리스의 손가락을 따라 주머니를 보자 윙윙 울리는 핸드폰이보였다.전화를 건 사람은 [종대형].평소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이럴때는 정말 도움이되는,백현은 지금 이 타이밍에 전화를 걸어준 종대에게 뽀뽀라도 해주고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계세요."
"잘가!"
백현이 핸드폰을 손에 쥐고 가볍게 목례를 하자 크리스도 따라서 목례를했다.여전히 입가의 웃음은 거두지 않은채로.
*
[나와]
"그러니까 왜"
[나오라고]
찬열은 세훈의 전화를 받은 자신의 손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그래도 인세에 같이 내려온 친구라고 무시하기도 뭐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다짜고짜 나오라고 닦달.요즘 몸이 내몸이 아닌거 잘 알면서.찬열은 머리 끝까지 화가났지만 따따따거리며 세훈에게 풀어낼 힘조차 없었다.그냥 계속 침대에 누워 쉬고싶었다.아직 빛의 시기가 온건 아니지만 6일이 남은 이 시점에서 찬열의 몸은 축축 늘어지기만했다.
계속 이유없이 나오라고만 하는 세훈에게 찬열이 울상을 지었다.나 진짜 힘들어 오세훈.
[안나오면 후회할텐데?]
그러니까 그 후회할게 뭐냐고.아까부터 이유를 물어봤잖아.찬열은 소리칠 힘도없어 그냥 세훈의 숨소리만을 듣고있었다.누가 바람아니랄까봐 숨소리도 거칠어요.
[찬열아]
"....응"
듣고있어 말해.
세훈은 찬열의 힘없는 음성을 느낀것인지 한숨을 푹 쉬었다.
[니 신부,찾았어]
"...응......뭐?!'
차,차,차,찾았다고?정말?
찬열은 너무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 너머의 세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야!왜 그걸 이제 말해!어딘데?어디야!
찬열은 걷잡을수 없는 감정에 제어를 하지 못하고 계속 소리를 지르다 결국 주저앉고야 말았다.6일전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당일에는 어쩌자는거야.찬열은 세훈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전화를 고쳐잡아 세훈에게 말을 걸었다.
세훈아
"진짜 빛이야?"
[응,근데..문제가 있어]
문제?무슨 문제?찬열을 다시 격앙된 목소리로 세훈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게.....]
꿀꺽.
[남자야.]
뭐!?세훈의 말이 끝난 순간 방안에는 찬열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