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김종인, 도경수, 처음, 만남- 올해 19살인 경수는 맑은 소년이다. 가만히 있어도 반질반질한 얼굴은 웃을때는 입술이 하트모양이 되고 두 볼이 예쁘게 올라가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입꼬리를 올렸다. 성격 또한 모난 데 없이 둥글었다. 윗어른께 공손하고 모두에게 친절했으며 이유없이 투덜대거나 화내지 않았다. 누군가의 실수에는 부드럽게 웃어주는, 유한 사람이었다. 그 덕에 경수의 부모님은 아들 농사 잘 지었단 소리가 지겨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장점이 너무나 많은 경수는 어쩌면 유일한 단점일지도 모를 특이한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약 1000명이 앓고 있다는, 경수 자신도 들어본 적 없었던 아주 특이한 증후군이었다. 수면과다증의 일종으로 일년에 몇번씩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가량 잠이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 잠에 빠지는, 클라인레빈 증후군. 이 증후군 때문에 경수는 사실상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중간고사를 보려다 잠이 들어 낙제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다가 잠들어 집에 업혀오기도 했고, 제주도 여행 내내 잠만 자기도 했으며 아침을 먹다 잠이 들어 먹던 씨리얼 그릇에 코를 박기도 했다. 큰 사고같은 것은 다행이도 없었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잠이 들지 알 수없어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어떤 사람들은 경수의 얘기를 듣고 잠을 많이 잘 수 있어 부럽다고 말하고, 증후군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엔 그다지 힘들지 않을 꺼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수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일년의 절반을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지나치고 있단 말인지. 경수는 지금까지 지나친 시간들을 아쉬워 할 틈도 없이 앞으로 놓칠 시간들을 걱정해야 했다. 3월의 어느 날, 경수는 등교하던 길이었다. 하얀 겨울이 색을 입고 봄이 오려는지 날씨가 저번주와는 사뭇 달랐다. 이제 목도리와 코트, 장갑까지 풀세트로 착용 할 필요가 없었지만 추위를 심하게 타는 경수는 아직까지 목도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작은 얼굴을 둘러 싼 목도리 탓에 경수는 두 눈만 남겨놓았다. "잠들지 말자, 잠들지 말ㅈ.." "저기요." 경수는 입으로 잠들지 않을 것을 중얼거리며 학교를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문구점도 지나고 미용실도 지나고 작은 교회도 지나고.. 그렇게 열심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이었다. 경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와 같은 교복을 입은 키가 큰 남학생이 저를 내려보고 있었다. "네?" "가방문이 열려있었는데, 이게 떨어져서요." 명찰에 쓰여진 이름이 '김종인' 이었다. 명찰색이 파란색인 걸 보아 저보다 한 살 어린 2학년이었다. 종인은 제 손에 든 경수의 공책 한 권과 필통을 몇번 흔들어보이고는 경수의 가방에 넣어주고 지퍼를 닫았다. 경수는 어쩐지 조금 민망해 고맙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 됐다." "..." 종인은 가던 길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종인이 제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동안 경수는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걸어 종인의 앞에 섰다. "저기요." "..." "고마워,요." 별말씀을. 작게 웃어준 종인이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경수도 종인의 뒤에서 걸었다. 둘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학교를 향했다. 이 것이 종인과 경수의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그 후 경수는 그 날 만났던 종인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특별한 일도 아니고, 그저 5분여 간 말 몇마디 나눴을 뿐인데 꼭 누군가 머리에 종인을 쏙 집어넣은 것처럼 불시에 종인을 떠오르는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경수는 바람이 조금씩 숨어 들어오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게 대체 뭐야.." 경수는 책상 위로 엎드렸다. 무심코 내려다 본 운동장, 많은 사람들 속에서, 종인이 경수의 눈으로 단번에 들어왔다. 어쩐지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부끄러운 것이, 참.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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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읽고 손발 멀쩡하실지 걱정이 되네요 ;ㅡ;...... 시작은 카디 둘뿐이지만 다른 커플도 넣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읽어만 주신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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