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하게 펴 길거리를 가득 메꾼 연분홍빛의 벚꽃잎이 하나 둘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B의 머리맡에 찬찬히 떨어졌다.
돗자리 하나 없이 벚꽃 나무 아래에 앉아 가만히 미소 짓고 있는 B의 얼굴을 벚꽃잎이 간질였다.
먼지 하나 없는 참치캔, 뚜껑 열린 버찌 통조림, 먹음직스러운 노란 치즈.
생기 넘치는 음식의 모양이 B를 똑 닮아 있었다.
시럽에 절여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 버찌 통조림에 손을 뻗는 찰나에, 멀리서 B의 이름이 메아리쳐 들려왔다.
B의 고개가 소리의 근원지로 돌려짐에 따라 버찌 통조림에 뻗었던 손길마저 거두어졌다.
일렬로 길게 늘어져 있는 참치캔과 버찌 통조림, 치즈를 아쉬운 눈길로 쳐다보던 B가 이내 둔부를 털며 나무에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멀리서 뚫어지라 B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던 D와 눈을 마주친 B가 무표정으로 D를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B의 인영이 점점 흐릿해져 갈 때 즈음, B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벚꽃 나무에 D가 찬찬히 다가섰다.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B의 음식들을 가만히 쳐다보던 D가 하나 둘 주워담기 시작했다.
먼지 하나 없는 참치캔, 뚜껑 열린 버찌 통조림, 먹음직스러운 노란 치즈.
D는 그것들을 보물이라도 되는 듯 품에 꼭 안은 채 고개를 올려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벚꽃잎을 가만히 바라봤다.
시간이 지나 곰팡이로 뒤덮인 치즈를 D가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치즈가 B의 것이라는 것을 B가 떠올려 기억해 주길,
자신과의 추억 아닌 추억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행동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