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건 감정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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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악 솨아아아악
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었지만 정류장이 가까운 버스를 타기로 한다. 오늘 밀린 빨래를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내일 해야될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강의실에 들어오신 교수님은 칠판 중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기 시작한다. 출석 점주와 과제 따위에 대한 설명을 마친 교수님은 원래 첫수업은 일찍 끝내주는 것이 우리모두의 예의라는 말로 수업을 마치신다.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보니 빗줄기가 더욱더 거세졌다. 오늘 아침뉴스에 예쁜 기상캐스터로언니는 우리지역에 예쁜 해를 올려줘 우산도 없다. 가을장마인가 생각한다. 반갑지 않지만 반가운 장마다. 마치 너처럼 말이다. 너를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한다. 그날도 비가왔다. 대학때문에 서울로 상경했던 나는 모든것이 낯설었다. 스스로를 이상한 나라에 던져진 엘리스라고 생각했다. 서울은 모든 것이 빨랐다. 아침을 맞는 시간도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3월 초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엄마가 10년동안 입을 생각하라며 사준 패딩으로 내 몸을 숨겼고 고등학교때 산 회색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았다. 내가 걷는 다는 생각보다 밀려밀려 간다는 생각으로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탈 때 서울사람들처럼 여유롭게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바라볼 수 없었다. 긴장한 얼굴을 한 채 다음역에 갈때마다 노선을 확인했다.
널 추억하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넌 날 만날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못했을거다. 나도 못했으니까. 백팩을 꼭 쥐여메고 강의실로 들어간다. 눈빛에는 어색함과 두려움이 담겨있다.약간의 설렘도 같이 더해서. 쌍커풀 수술이라도 하고 올껄 그랬나 나는 생각한다. 모두가 예쁘다. 왠지 모르게 기가 죽는다. 과연 이런 정글같은 강의실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어! 여기여기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린다. O,T때 같이 술을 마신 걔다.
-아 나 완전 어색했는데 대박 빨리 옆자리 앉아
이 아이는 나와 달리 오티때부터 설레임이 가득차 보였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모두가 설레는 얼굴이었다. 엄마아빠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설렘. 서울로 대학을 왔다는 설렘. 성인이 됐다는 설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 모두가 각자의 설렘을 안고 있는 눈은 반짝거렸다
-원래 일학년은 토마토인거 알지?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뺄 생각하지 말고 다 참석해라.
수업이 끝나고 학회장 선배가 강의실을 찾아왔다. 윗 학번 선배들과의 대면식 참석여부를 묻기위해서다.
-대박대박 자기가 직접 내려온거봐. 과대한테 맡기면 애들이 안올거라고 생각했나봐.
내 옆에 앉은 그 아이는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조용히 말한다.
-참석 안하는 사람 없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나도 그들을 따른다. 또 술을 마시러 가야한다. 혼자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만큼 혼자있는걸 싫어하는 나는 참석하지 않을 용기가 없다.
-야 당연히 갈거지?
그 아이가 책가방을 싸며 나를 바라보고 말을 건다.
-응 그래야지
나도 책가방을 싸며 대답한다. 오늘은 몇시쯤에 끝날까. 그때 난 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 난 너의 존재를 알았다. 아직도 감사한 그때를
-선배 죄송한데 저는 참석 못할 것 같아요
나도 갑자기 용기가 생긴다. 너를 따라 손을 든다
-선배님 저도요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
너는 참 까만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비로 인해 젖고 있는 눈들이 자신의 색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너와의 피부와는 참 대비됐다. 눈은 얼마나 또렷하던지. 그때의 눈빛이 아직까지 기억난다.나와 같이 대면식에 가려고 했던 그 아이에게 겨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급히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단과대에서 빠져나오려고 할때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든 눈을 녹이겠다는 심성이었는지 더욱더 거세졌다. 발등에 불 난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나에게 너는 먼저 말을 걸어줬다.
-우산 같이 쓸래?
-우산 같이 쓸래?서그날 무슨 자신감이 었을까. 아니면 그냥 너에게 이끌렸던 걸까. 낯을 많이 가리는 나지만 주저앉고 너의 우산속으로 들어간다. 174의 큰키지만 너의 옆에 서니 내가 작아지는 것 같다. 추운날씨 탓에 두꺼운 패딩에 꽁꽁 날 숨긴 나와 달리 넌 꽤 비싸보이는 트레니코트를 입고 있었더랬다. 생각해보면 그런 너에게 겨울냄새가 났던 것 같다.
-넌 어디로 가?
-나는 여기 앞 정류장
-나도 거기로 가는데 다행이다
너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가는 목적지가 같다고. 비를 맞지 않고 정류장에 갈 수 있던 내가 더 다행이었는데도 말이다. 너는무슨 그런 궁금증이 많은지 나에게 끊임없이 물어봤다.
-내 이름은 김종인이야. 어디서 왔어?
-강원도. 너는?
-나는 서울
-그게 서울패션이야?
-서울패션?
-응 내 친구들이 서울애들은 아무리 추워도 패딩 안입고 코트 입는다고 그래서. 너도 그러길래. 너는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나에게 말했다.
-서울 패션같은게 어딨어. 오늘 이렇게 추울지 모르고 코트 입고 온거야. 넌 이름이 뭐야?
나는 작은 소리로 내 이름을 말해줬지만 이내 빗소리에 뭍히고 말았다,
-아 미안 이름이 뭐라고
이번에는 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더 가까이 한 채 물어봤다. 내가 비에 맞을까 다시 한번 우산을 고쳐드는 것을 잊지않고 내 대답에 고개를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너는 이름 예쁘다라고 읊조렸다. 그리고 너 아니 종인이는 나에게 끊임없이 물어봤다.
-왜 술마시러 안가?
-그냥. 비도 오는데 가기 싫어서. 너는?
-나도
우리는 영양가없는 얘기를 나누며 정류장에 도착했다. 머지않아 너의 버스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떴다. 종인이는 나에게 급하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번호!
마치 자기번호인 것 처럼 내번호를 묻던 종인이는 내일 보자며 나에게 인사를 하며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같이 우산을 타고 왔을때는 몰랐는데 버스를 타는 종인이의 뒷모습을 보니 비에 흠뻑 젖은 반대편 어깨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하나도 젖지 않았다. 잠시후 나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았다. 사실 나는 그게 종인이 너인걸 짐작했었다.
-너는 버스 언제와?
-곧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
-응
-오늘 뭐해?
-몰라
-사실 나 지금 버스에서 내렸어 너한테 가려고.
-....
-왜 말이 없어. 그러니까 버스타지 말고 있어. 나랑 놀자
-....
-오늘 많이 바빠? 나 그냥 갈까?
-...아냐
-그럼 거기 있어. 버스와도 타지마! 나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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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는 도대체 어떤 생각이었을까? 왜 버스에서 내려서 나에게 왔던 걸까? 솔직히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종인이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기다리고 싶었다. 종인이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오늘 저녁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이내 내 앞은 너의 거친숨소리로 가득찼다. 헐레벌떡 우리가 헤어졌던 정류장으로 달려왔나보다. 고개를 드니 너는 긴 트렌치코트에 너의 얼굴을 반쯤 숨기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산을 안썼는지 어깨에는 빗물은 잔뜩 달고 말이다.
-집에 가려고 했는데
-.....
종인이는 한참동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 말을 이었다
-오늘은 왠지 너랑 같이 있고싶어서. 서울 많이 와봤어? 내가 투어시켜줄까?
서울이 투어까지 할 곳인가 생각햇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나에게 서울은 너무나도 낯선 도시였다. 그때가지도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어디가고싶어?
-아무곳이나
-나 진짜 가보고 싶은 곳 있었는데
너는 나를 데리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데리고 왔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내 손목을 잡고 계단을 재빠르게 데려갔다.
-여기 와본 적 있어?
-응 수학여행때
-오 진짜? 그럼 다른 곳 데리고 갈껄 그랬나? 아니야 차차 같이가면 되지
-내가 너랑 왜?
정말 궁금했다. 왜 우리가 앞으로도 차차 같이 다녀야 하는지. 서울남자의 시골여자 에스코트 이런건가? 솔직히 화도 났다. 내 잠시 당황한 종인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답은 나중에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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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한 카펫 위에서 우리는 각자 원하는 책을 읽었었다. 재빠르게 고른 나와는 달리 종인이는 굉장히 신중하게 책을 고르고 있었다. 처음 본 종인이의 뒷통수는 새까맿다. 동시에 동글했다. 한번 만져보고 싶은 욕구가 들만큼. 나는 소설을 너는 시집을 선택했다.사실 너가 시집을 갖고 왔을 때 조금 놀랐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건지 너는
-왜? 나랑 시랑 안어울려? 나 시 좋아해. 나중에 내가 시 써줄까?
라며 물어왔다.
-아니
단혼한 나의 대답에 종인이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내가 너 별명 지어줄까? 너무 튕기니까 스프링녀
라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곤했다.
시를 읽다가 너는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물어봤다.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사랑. 감정의 낭비. 시간의 낭비. 추억의 낭비. 장소의 낭비. 나에게 사랑은 그랬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으로 내 삶이 지배될까봐 겁났고 그 사람과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할까봐, 쓸모도 없는 이벤트로 시간을 소모할까봐 두려웠다.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과 함께 한 장소를 못갈까봐 무서웠고 추억이라는 예쁜 이름아래 나를 오랜시간 옭아맬까봐 사랑은 엄두도 못냈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싹을 자르는 버릇이 생겼고 어차피 사람은 혼자다라는 자기합래 아래 살고있었다. 그랬다 나에게 사랑은.
-사랑. 유치한거
내 대답에 너는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넌 사랑이 유치해?
-응 많이. 울고불고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지겹지도 않나봐.
-너 사랑 해본 적은 있어?
-내가 그런걸 너한테 말해야 돼?
-사랑 꼭 해봐. 사랑을 너무 두렵게만 생각하지마.
-좋은 사람만나면 자연스럽게 하겠지
나의 말에 너는 책을 덮고 대답한다.
-그 좋은 사람은 언제 만날 것 같은데?
-내가 예뻐지면
![[EXO/종인] 너라는 별에 앨리스-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4/d/c4d508edb4bb8669c65c0519e243aa63.gif)
내 대답에 너는 귀를 만지작 거리며 내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난 지금 너 너무 예쁜데.
별을 잃어버린 내눈에 다시 한번 예쁜 별을 박아준 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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