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어항을 가득 채운 물고기들이 꼬물꼬물, 헤엄치고 있었다.
방금 막 씻은 듯 수건을 머리에 얹은 채 화장실에서 나오던 K가 의아한 눈빛으로 S를 쳐다봤다.
웬 물고기 구경?
특유의 체향을 풍기며 S에게 다가온 K에 S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K에게 손을 뻗었다.
K의 머리를 탈탈탈 털어주는 S의 손길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K의 형상에 시선을 고정시킨 S와는 달리 K는 작은 어항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항 곳곳을 활보하며 제일 활기차게 뛰는 물고기 하나만이 차별화된 듯 유독 빛나고 있었다.
맥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픽 웃던 K가 화장실에서 울리는 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 그럼 간다.
채 물기가 가시지 않은 머리를 내버려둔 채 옷을 챙기는 K에 S의 표정이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게 굳어버렸다.
더 있다가 가라는 S의 말에도 K는 그저 빙긋 웃으며 나중에 보자며 현관으로 찬찬히 걸어갔다.
손에 쥔 자신의 휴대폰을 K의 뒤통수를 향해 던져버릴 뻔한 것을 간신히 참은 S가 K를 위해 준비해 뒀던 콘돔을 무의미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일컫는 분노에 혼자서 얼굴을 붉히던 S가 콘돔 뭉텅이를 침대맡에 자리 잡은 휴지통에 와르르, 쏟아버렸다.
휴지통은 이미 사용 후 버린 쪼그라든 콘돔 여러 개로 채워져 있었다.
혼자 빛을 발하며 헤엄치던 물고기는 웬일인지 생기를 잃고선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