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해
*친구야 번외
w. 제 3의 치아
지원이의 새색시 발언 이후로 또 다른 뭔가가 있을 듯 했었지만, 그 뒤로는 새색시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게 없었어. 곡 작업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같이 시간을 더 보내다 가진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요만큼 들기는 했지만, 밥을 먹고 나면 지원이는 같이 뒷정리를 도와주고는 보란 듯이 집으로 향하곤 했으니까. 손을 흔들며 신발을 신는 지원이에게 너 역시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해보였어. 내심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니, 그게 아무리 혼자 했던 것이라 해도 불퉁해지는 걸 숨길 수가 없었어. 문이 닫히고 나면 딱히 할 것이 없다 느껴진 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을 자곤 했지만.
까만 밤하늘이 주변을 차츰 둘러싸기 시작하면, 너는 집의 문이란 문은 전부 걸어 잠궈. 또 집안을 돌아다니며 손에 닿는 스위치를 전부 켜두기도 하고 말야. 혼자서 잘 수 있겠냐며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물음에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면서 너스레를 떨었던 넌, 막상 어두워지니 무서움에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별로 놀랄 게 아닌 것에도 여러 번 놀라. 그렇게 쏟아지던 잠들도 왜 그땐 오지 않는 건지. 살짝 울상이 된 넌 두려움에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는 집안을 겨우겨우 샅샅이 둘러보고 나서야, 너 외엔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심해. 그러고 나선 그대로 방에 들어간 넌 이불에 폭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누워. 한숨을 푹 내쉬기도 하고, 핸드폰의 볼륨을 최대로 켜두고 자판을 눌러보기도 하고. 네가 나름 최대한으로 낼 수 있는 인기척이란 인기척은 모두 내는데도 혼자뿐인 집안은 그저 한 없이 고요하기만 해.
몇 안 되는 전화번호부의 번호를 뒤적거리고 있으면, 느닷없이 벨소리가 울려. 방금 전 크게 올려둔 볼륨에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우렁차게 우는데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네가 번호를 확인할 새도 없이 후다닥 전화를 받아.
“여보세요?”
- “여보일까요~?”
물음에 똑같이 물음으로 되받아치는 말투가 너무나도 능글맞아. 끝엔 웃음까지 잔뜩 매달곤 묻는데 금방 지원이라는 걸 알아챈 네 입가에도 어느새 웃음이 한 가득이야.
핸드폰 너머로 언뜻 들리는 듯한 네 웃음에 지원이는 침대에 엎드리듯 올라가선 옆으로 누우며 귀에서 핸드폰을 떼려 하지 않아. 지원이와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안심이 된 네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말야. 오늘따라 곡을 쓰는 게 왜 이렇게 더딘 건지. 아예 벽이 앞에 콱 막힌 듯 잘 풀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안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 꼼지락 거리게 되는 게, 자연스럽게 너를 찾게 되는 지원이였기에 샐샐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 하고 웃음을 터뜨려.
힐끔 시간을 확인하니 보통 네가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곤 하던 때라, 지원이는 장난스레 뭘 하고 있었냐며 물어. 여태껏 집안을 살피고 있었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던 넌, 잠시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얼버무리며 대답을 해.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말이야.
“너는?”
- “어?”
“너는 뭐하고 있었어?”
- “어….”
네가 그 질문을 그대로 물어볼 거라는 건 생각하지 못 했던 지원이가 괜히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여. 시선은 재빨리 한참 곡 작업 중이던 책상 위로 향하고. 얼빠진 소리만 내고 있으면 지원이는 진작에 네가 알바로 밤을 새고 왔다는 걸 알고, 부러 곡 작업을 하러 가야겠단 이유 하나만 내세우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던 자신이 생각나. 그런데다 지금까지 곡을 쓰고 있었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많이 찔려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던 지원이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이내 배시시 웃음을 짓고 말아.
- “열심히 친구 생각했지. 친구 보고 싶어서 전화도 걸고?”
그 대답에 이번에는 반대로 말문이 막힌 네가 입을 앙 다물어. 아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가슴 속에서 쿵.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기분에 눈치를 보던 넌 발가락을 한 번 꾹 말아 쥐었다 펴며 좀처럼 열릴 기미가 없을 것 같은 입술을 달싹여.
“뭐, 어…. 기특하네.”
뜻밖의 대답이, 대답이 아닌 칭찬이야 이런저런 걸 따질 새도 없이 지원이는 소리 내어 웃음이 터져 나와. 풉, 하는 소리에 더욱 민망해진 네가 제 발 저려선 기특하다고 한 게 뭐 어떻냐며 부루퉁해져. 사실은 말만 그렇지 너 또한 웃음이 베실베실 나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뭐라 대답은 주지 못 하고, 연신 끅끅대며 정신없던 지원이가 눈가를 슥 닦아내듯 해. 어느 정도 큰 웃음은 멎어도 자잘하게 남은 웃음기들이 싱글벙글하게 만들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지원이는 큼큼, 헛기침까지 하며 목을 가다듬어.
- “친구야.”
“응?”
- “나 기특하니까, 내일 친구한테 쓰다듬 받나?”
“어?”
- “친구 생각해서 기특한 거니까, 친구가 나 머리 쓰다듬어줘야지.”
얘기가 이렇게도 흐를 수가 있는 건가 싶어 잠시 멍하던 네가 고개를 끄덕여. 못 할 이유도, 안 할 이유도 없으니 오히려 밥 먹으러 올 때 쓰담쓰담 해주겠다며 약속까지 하고선 말야. 제 결론 아닌 결론에도 금방 대답을 주는 너에 뿌듯해진 지원이가 입을 벙긋대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잘했어, 잘했어.
잠시 지원이가 말이 없자, 그새 하품을 한 네가 나른한 두 눈을 깜빡여. 지원이와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꼭 품고 있던 긴장이 모두 풀린 탓에 잠이 솔솔 오는 것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져. 방에 환하게 켜진 형광들을 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느라 스위치 쪽을 보고 있으면 더욱 정신이 몽롱해. 이렇게 금방 잠이 올 수도 있구나 싶은 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똑같이 너를 기다리고 있던 지원이를 불러.
“근데, 나 궁금했던 거 있는데.”
- “응, 응. 물어봐, 물어봐.”
“아까 빨간 연지곤지 말한 거,”
- “응응.”
“음….”
새색시가 좋아. 연지곤지가 좋아, 너는?
이미 처음에 생각했던 질문과는 많이 달라진 모양새에 아차 싶어 입을 꾹 다물어보지만, 이미 지원이는 제법 심각한 얼굴을 하고선 머리를 굴려. 그 탓에 대답이 없는 지원이에 초조해진 너는 그냥 물어본 거라며 당장 눈에 보이는 걸로 어떻게든 얘기를 꾸려 내며 지원이를 불러. 그런데 지원이는 살짝 엇갈린 부분에서 이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었고.
그러니까, 내가 그 말을 꺼낸 게 새색시가 좋아서였던가. 연지곤지가 좋아서였던가?
음,
- “둘 다 좋은 것 같은데?”
“둘 다?”
- “응. 둘 다.”
재차 물어도 심지 굳게 답하는 지원이에 넌, 어쩐지 허무하면서도 이상하게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어. 네가 한 질문임에도 사실 제대로 뜻을 알지 못 했는데 지원이는 확실하게 대답을 주니 묘해지는 것 같아. 힘이 빠질 대로 빠져선 있으니 괜히 물어봤나, 하는 후회도 들어. 정작 묻고 싶은 건 다른 거였는데.
- “왜 둘 다 좋냐면,”
“으응,”
내가 신랑할 거니까. 둘 다 좋아.
* * *
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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