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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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 왜. ]
"왜...? 지금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지끈 거리는 두 눈을 감고 분노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화를 받는 박찬열은 고요했고 박찬열의 주변은 시끄러웠다. 쿵쿵대는 음악소리와 희미하게 귓구멍을 파고드는 여자들의 웃음 소리가 크게 부각되어 들려왔다.
"박찬열, 지금 어딘데."
[ 말했잖아, 오늘 야근한다고. ]
"야근 한다고 해도 1시까지는 집에 들어오기로 약속했잖아."
[ 사정에 따라 늦어질수도 있는거지, 사회 생활 안한다고 너무 억지부리는거 아냐, 박여주? ]
"그러면 도경수씨 바꿔줘."
[ 나 못믿어? ]
"ㅡ미안해, 솔직히 못믿겠어."
[ ... ]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가냘프게 터져나왔다.
[ 못 믿겠으면 믿지마, 정떨어져 여주야. ]
툭하고 전화가 차갑게 끊겼다. 더이상 할 말을 찾지못한채 나는 숨을 멈추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명치끝에 멈춰선 먹먹한 울음이 흘러나올듯 흘러나오지 않았다.
고이고 고여 썩은 물이된 마음이 한껏 독기를 뿜어내었다. 허리를 조금 굽히고 두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입을열어 악에 받힌 고함을 질렀다. 박찬열, 박찬열! 튀어나오지 못한 비명이 속에 고여들었다.
무엇이 모지란 것이었을까. 얼굴? 몸매? 성격? 대체 왜 박찬열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사랑하기는 했던걸까. 희미하게 정신이 흐려졌다. 손바닥에서 얼굴을 떼어내고 대충 손등으로 뺨을 적신 눈물을 닦아 내렸다.
흘끔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03 : 27
"찬열아ㅡ."
슬프고, 굉장히 긴 밤이었다.
*
멍하니 눈을 떴다. 짹짹이는 시끄러운 새소리가 침실 창문에 어룽히 걸터앉았다.
내가 언제 잠들었지ㅡ?
아득한 기억을 되짚어 보았으나 나는 잠든 기억도, 침대위에 누운 기억도 없었다. ...박찬열 이구나.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아침부터 눈가가 그렁그렁해졌지만 정말 울고싶지않아 손등을 두 눈에 얹었다.
고요한 옆자리는 이미 비어있음을 알렸다.
헤어질까?
모든걸 불사한 사랑이었다. 모진소리 다 들어가며 꾸역꾸역 결혼했다. 그 댓가로 나는 엄마에게 투명인간이 되었으며 박찬열의 부모님에게는 거대한 미움을 받았다.
아빠동생 일찍 여의고 엄마만 남은 내가, 엄마를 버렸음을 미루어 볼때 내가 박찬열을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의지했는지 알수있었다.
단지 너만 모를 뿐이겠지.
사랑해서 고백했다. 그 역시 나를 사랑했기에 고백을 받아주었고, 영원을 함께 하고싶어 청혼했다.
물론 청혼한건 나였으며 곤란한 표정임에도 청혼을 받아준것은 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이렇게 결혼한지 1년이 지나지 않아서ㅡ.
연애기간 7개월. 결혼 9개월. 아이는 없음.
아이가 없는게 아니라, 잠자리 자체가 없음.
다시금 심장이 욱신거리며 통증을 토해냈다. 결혼 3개월 전까지만해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편이었다.
첫날밤이 없었던 이유도 그저 수줍어서 그랬겠거니 싶었다.
결혼 5개월이 지나자 천천히 외박이 잦아졌다. 그의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과 술자리를 가지고 외박이 잦은걸 알고있었다. 이해할수 있었다.
결혼 8개월. 내가 모르는 다른 여자에게 전화가 왔었다. ○○모텔에 박찬열이 잠들어 있다고.
그때 내가 어떤 기분으로 모텔에 갔었지? 하늘이 노래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럼에도 떨리는 손을 다잡고 모텔로 향했다.
1005호. 문을 덜컥 열자 막 씻은 모양인지 상의를 탈의하고 머리를 물에 적신 모습으로 침대끝에 걸터앉아있는 박찬열과,
지독히도 선정적인 원피스를 입고 현관앞에 서있는 여자를 볼수있었다.
여자는 얼굴을 찡긋거리며 내 어깨를 툭 치고 나갔다.
그때 박찬열의 단 한마디는 내 심장에 날카롭게 박혀들었다.
[ 왜 그런 옷을 입고왔어, 쪽팔리게. ]
누가 화를 냈어야했고, 누가 짜증을 부렸어야했지?
침대위에 놓여있는 어제 입고나갔던 베이지색 와이셔츠에 두 팔을 끼워넣고 단추를 잠근 박찬열은
제 목에 여실히 남은 키스마크를 가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멍하니 서있는 나를 스쳐지나갔다.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늘상 사랑을 고백한건 나였다.
그는 내게 고작 ‘그래? 나도. 응 나도. 알아, 나도.’ 절대 제 입으로 직접 사랑해 따위의 말을 내뱉은 적은 없었다.
우지끈. 심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찬열아, 보고싶어.
겨우겨우 참았던 눈물이 격양된 감정에 동조하여 뚝뚝 떨어졌다.
언젠간 네가 나를 봐줄까?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어줄수 있을까?
슬프고 굉장히 긴 밤 다음날에 언제나 걸터있는 괴로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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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찬열이가 보고싶어서 글써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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