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이 이상한 것이냐? 내가 빚은 송편들은 어찌 이리 다 흉한 모양새인지..”
송편을 빚느라 하얘진 손끝과 얼룩덜룩 밀가루가 묻은 얼굴이 울상으로 찡그려졌다. 옆 바구니에 정갈하게 놓여진 장 상궁의 송편을 보니 아기자기하니 이미 찌기 전부터 맛깔스러워 보였다. 그에 반면 내 앞에 놓여진 바구니에는 터지고 찌그러지고 떡인지 짱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형체를 알 수 없는 밀가루 반죽이 널려 있었다. 울상이 된 얼굴에 눈썹마저 축 쳐져 주인 잃은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다시 반죽을 조물조물 반죽하다 터져 속이 나와버린 송편을 보고 한숨을 푹- 제 옆에 앉아 조용히 반죽을 빚는 장 상궁의 송편을 보고 또 한숨을 푹- 내쉰다.
반죽이 다른겐가? 장 상궁이 만드는 저 반죽에는 필시 모양을 좋게 만드는 약재가 들어가 있을게야.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백현을 흘긋 보던 장 상궁이 말했다.
“마마, 좀 더 차분히 정성스레…. 드리고 싶은 분을 생각하며 빚으면 더 잘 빚어 질 것 입니다.”
알아, 나도 아는데.. 속으로 투덜대며 장 상궁의 말을 듣던 중 `드리고 싶은 분…` 이라 말 했을 때 꼼지락 거리던 백현의 하얀 손이 순간 멈칫했다.
“..누굴 준단 말이야?.. 이 흉한 것들을… 내가 혼자 다 먹을 것이다!”
백현 잘 익은 홍시 마냥 빨갛게 달아 오른 얼굴로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발그레한 백현의 얼굴을 보며 장 상궁은 다 안다는 듯 호호. 하고 웃음을 흘렸다.
“네, 마마. 마마께서 맛있게 다 드시지요.”
**
내 부끄러워 장 상궁 앞에서 말은 그리 했다지만…. 처음부터 왕에게 주려고 만든 것인데..
헌데, 이걸 어찌 전해 준단 말인가.
저도 모르게 들뜬 마음에 이미 발걸음은 강녕전 앞까지 와버렸다. 하지만 막상 강녕전 문 앞에 서자 어찌해야 할바를 몰라 제 손에 들린 고운 천에 싸인 송편을 보며 백현은 발을 동동 굴렸다.
“황후 마마 납ㅅ…”
“쉬잇- 조용히 하게!..조용히! 내가 왔다고 알리지 말게나!..”
내가 뭐 그리 대단한걸 주러왔다고…. 부끄럽지 않은가..
“내 직접 들어가겠네.”
한 손에 쥔 송편 주머니를 꼬옥 쥐고는 쉼 호흡을 하며 슬며시 문을 두들겼다.
(똑똑)
“폐하, 접니다…. 황후.”
그 순간 닫혀있던 강녕전의 문이 끼익- 하고 낡은 마찰음을 내며 살며시 열렸다. 그리고 열리는 문뒤로 보이는 환한 왕의 얼굴. `어찌 나를 찾아온게야? 이 야심한 시각에.` 라고 말하는 궁금함과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른 치열을 보이며 웃는다.
“어찌 이리 야심한 밤에 찾아 오셨는지요? 제가 그리 보고 싶으셨 던 겝니까?”
밤을 환하게 밝히는 태양같은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찬열 탓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주체 못 하고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려 백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저는 전하께.. 급히 드릴 것이 있어….”
그제서야 백현의 얼굴만 그저 빤히 보던 찬열이 비단 천을 꼭 쥐고 꼼지락대며 움직이는 백현의 손을 보았다.
“선물입니까?…정말 기쁩니다. 황후가 이리 나를 챙겨주니.”
백현의 선물을 받아 찬열이 비단 천을 푸는 순간 백현은 두 눈을 꾹 감았다. 저걸 보고 찬열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이상하다고 던져버리진 않겠지.. 한동안 눈을 꾹- 감고있던 백현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슬쩍 감은 눈을 뜨며 찬열을 올려다 보았다. 감격에 가득 찬 찬열의 표정을 본 백현는 어리둥절 해 하며 멍하니 찬열을 바라보았다. 어찌….
“고맙습니다, 황후. 내 살면서 이렇게 깊고 의미있는 선물은 처음입니다….”
“네..?”
“어여쁩니다.. 송편이지요? 나를 생각해 이리 직접 송편을 빚어 주다니.. 황후의 따뜻한 마음씨에 마음 속 까지 따뜻하게 덥혀지는 느낌입니다.”
혹여 찬열이 화내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하던 백현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찬열의 모습을 보며 일순간 얼굴이 화르륵 붉어졌다.
“예..쁘지 않습니다. 어찌 저런 모양새를 하고 있는 송편들을 보고 어여쁘다 하십니까.”
싱글벙글 웃는 찬열의 얼굴을 보다 이상스레 설레는 마음에 백현은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찬열은 붉어진 얼굴로 저를 쳐다보지 못하는 백현을 품에 확 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황후가 빚어 주신 송편입니다. 이리 얼굴이 붉어진 황후 께서도 어여쁘고 지아비를 생각하며 송편을 빚어준 마음도 어여쁩니다. 헌데, 어찌 이 송편이 어여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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