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희 한국 특수 수사대는 일반계 형사들이나 기존의 특수 경찰들이 맡기 힘들어하던 여러형태의 다양한 흉악,악질 범죄를 맡아….」
지독히도 붉은 머리색과 마찬가지로 붉은색의 매니큐어를 바르던 남자가 즐거운듯 허밍을 흥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TV로 시선을 고정해 간간히 보는가 싶더니 또 다시 자신의 손톱을 관리하기 바쁘다.
「저희 한국 특수 수사대가 이번 인천 연쇄 살인사건의 진상을 꼭 밝히겠습니다. 반드시 범인을 잡아 죽은 학생들의 고통을 대신하여 범인을 벌할것이며, 나머지 두 학생의 시신도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후후- 아무리 기다려도 마르지않는 매니큐어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이리저리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확인하더니 다시 TV로 눈길이 돌아갔다.
「범인. 지금 이 방송을 보고있다면 단단히 새겨들어라! 우리는 꼭 너를 잡아 감옥에 쳐넣어 죽은 학생들의 고통을 그대로 아니, 몇배로 안겨줄꺼다!」
똑똑히 새겨들어! 붉은머리의 남자가 재미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있더니 별로 개의치않은듯 일어나서는 천천히 어디론가 향한다. 온통 붉은색의 복도. 온통 붉은색의 꽃들. 그리고 도착한곳은 붉은색 페인트로 아무렇게나 칠해진 방이었다. 똑똑 두여번 노크를 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키자 동시에 참담한 방 안이 들어왔다. 잔인하게 토막된 손가락들과 기절한건지 죽은건지 쓰러져있는 앳되보이는 소녀. 그리고 옆에는 이미 썩어서 벌레가 달라붙어있는 형체도 알아볼수없는 시체까지. 붉은 머리 남자는 시체를 발로 차고는 소녀에게 다가가서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붉은 페인트를 꺼내들었다.
“일어나봐.”
쇠가 긁는듯한 목소리가 울리자 예민했었는듯 소녀가 눈을 떴고, 곧 붉은머리의 남자를 보더니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쳤다.
“왜,왜이러시는거에요…….”
“자 도망가지 말고.”
“대체 왜이러시냐구요…!”
결국 엉엉 소리를 내며 우는 소녀가 안타까운듯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을 내민 남자였지만 소녀는 그것을 과감하게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그러자 하필이면 재수없게도 남자의 손이 책상에 부딪히면서 몇번으 덧발라 긁으면 그대로 긁혀나올것같은 붉은 매니큐어가 밀려나갔고, 붉은 머리의 남자가 아아- 하고 한숨이 가득한 소리를 냈다.
“곤란해. 곤란해. 곤란해.”
몇번을 곤란하다고 중얼거리는듯한 남자가 곧 눈이 뒤집히더니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소녀의 얼굴을 사정없이 찔렀고, 비명을 지르던 소녀는 곧 비명조차 지르지못하고 붉은 피로 범벅이된 얼굴을 떨구며 쓰러졌다.
“곤란해. 곤란해.”
한국 특수 수사대
“처음 발견된 시체는 빨간 페인트로 범벅이되서 있었고,두번째 시체는 빨간색 옷을 입고있었고, 세번째 시체는 자 길이 9cm정도의 소형 잭 나이프로 잔인하게 찢겨진듯 형체조차 알아볼수없지만 빨간색 비닐봉지에 담겨서 발견됬어. 지금까지 발견된 시체는 총 세구. 모두 공통점이 빨간색이라는거지.”
잠을 못 잔듯 꾸벅 꾸벅 조는 종인을 본 기범이 집중해라 집중. 하고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여번 쳤다. 그러자 눈을 뜬 종인이 대놓고 졸리다는 듯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고, 기범이 혀를 찼다. 쯧. 괜히 또 분위기가 안좋아질까 걱정이됬는지 우현이 바보같이 허헝. 하고 웃으며 자자 다음이요 기범씨! 했고, 그제서야 기범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중요포인트는. 범인은 심각한 애호가라는거야.”
“하긴 그렇네. 지금까지 살해한 애들보면 한 미모하는 남자애들 여자애들만 뽑아서. 거기다가 다 빨간색투성이.”
가만히 듣기만하던 승현이 지긋히 눈을 감았다 뜨더니 온지 얼마 안되서 아직 적응이 되질않는듯 눈을 크게 뜨고 꿈벅거리고있는 태민을 쳐다봤다. 따뜻함이 있는 눈도, 정이있는 눈도,동료애가 가득한 눈도 아니었다. 지극히 담담해서 시린 눈빛은 태민이 영 마음에 안들어하는 티가 나는것같았다.
“이태민씨. 이태민씨가 잠입하도록. 그럼 여기서 회의 끝.”
승현의 결정에 우현도 기범도 시종일과 나른한 표정을 짓던 종인도 다들 놀랐는지 눈을 껌벅거리다가 헐? 왓? 하고 각자 반응을 보이더니 말도안되는다는듯 소리를 빽빽 내지른다. 말도안되요! 말도안된다구요! 태민씨는 아직! 가만히 듣기만 하던 승현이 뒤를 돌았고,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다시 바짝 쫄은 듯 숨소리한번 안내는 팀원들이지만 이번에는 태민이 당황스러움이 가득 담긴 표정을 하고는 승현을 쳐다봤다.
“잠시만요 팀장님. 이건 아닌것같아요.”
“뭐가 아니라는 거지?”
“저는 아직 제대로 된 수사도 해본적없을뿐더러 잠입담당이 아닙니다. 괜히 섣불리 나섰다가 .”
“이태민씨.”
“…네?”
“내가 듣기로는 이태민씨 전에 근무하던 서에서 탑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여기 들어온거고. 기왕 왔으면 동네 촌구석 탑 실력 좀 보여줘야지. 싫으면 지금이라도 다른 쪽으로 넘어가던가.”
“…하지만 저는 못하겠다가 아니라 폐가 될,”
“단합하는 팀에서 눈치보면서 가만히있는게 제일 민폐야. 그럼 한다는걸로 알아듣고 간다.”
“아, 최팀장님!”
마지막 발악인듯 불러보지만 승현은 뒤도 돌아보지않은채 나가버렸고, 기가 죽은건지 앞으로가 걱정이되는건지 태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팀장님 왜저러신다냐…….”
기범이 태민을 격려해주듯 옆으로 와서 할수있을거라면서 힘을 불어주지만 태민은 앞이 막막하기만했다. 대체 무슨 수로? 사실 탑. 그래 탑 맞았다. 하지만 태민은 현장에서 뛰지않고 서에서 범인추적을 할 뿐이었다. 그러다 운좋게 범인이 서에서 도망치는걸 잡았고, 그 범인이 한참 유명했던 살인사건의 범인이라 거품이 낀거였는데 의도치않게 특수 수사대의 들어가라는 명령이 떨어졌을뿐이다. 아 어쩌지. 어쩌지. 사실 현장을 안뛰게 된것도 예전부터 꽤나 범인이랑 마주칠때마다 오히려 치이고,맞고,인질로 잡히는일이 다반수였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성인남자들보다 월등히 작은 키와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얼굴과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기는 커녕 마르기만하는 몸까지. 범인들이나 용의자들이 항상 얉보고 하던게 당연했다.
“난 생각해보면 최팀장님 말씀이 맞는것같은데.”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킨 종인이 담배를 물고는 태민을 쳐다봤다.
“탑 실력 좀 보자고 어디.”
조금 비아냥이 가득해보이는 종인의 말투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기범이 야! 하고 빽 소리를 질렀고, 우현이 기범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앉혔다. 진정해요 진정해.
“최팀장님도 그렇고 김종인도 그렇고 둘 다 왜저렇게 꼬였데 사람이? 참 나. 안그래요 우현씨?”
“그러게요.”
태민은 아무것도 들리지않고 그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걱정이 될 뿐이었다.
***
한참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잠입을 위한 특수 분장실. 성종이 커피를 마시다말고 도착한 의상들과 총을 옮겼고, 어느새 온 찬열과 성열,명수가 느긋하게 소품들을 확인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걸 본 성종이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르자 아 예예 하더니 자기들끼리 아예 앉아서 얘기를 한다. 이번 최팀장네 팀 말이야. 응? 아아 그 인천 연쇄 살인사건? 응. 그거 잠입수사하는거 새로 온 애가 한다더라. 누구? 이태민. 이태민?!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찬열이 성종이 먹다가 두고 간 커피를 홀짝 마셨다가 으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퉤퉤 하얀 대리석 바닥에 뱉어냈다.
“더럽게!”
“아 이씨,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을 해줘야지!”
되려 화를 내는 찬열을 가뿐히 무시한 성종이 내놔 하고 커피를 뺏어 마시더니 어느새 대화의 합류했다.
“누가 이태민보고 잠입하라고 명령했데?”
“글쎄, 최팀장이.”
“뭐?! 최팀장이?!”
쉿! 다른 팀의 뒷담화를 하는게 양심에 찔렷던지 성열이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손가락을 입가에 댔다.
“일반계 탑이어도. 초짜던데. 죽으면 어쩌려고….”
“이태민이 초짜야?”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묻는 명수를 보며 오히려 되려 놀란 찬열이 형 이태민 못봤나봐요? 한다.
“완전 기집애같은데. 성종이형보다 더 해.”
“야 난 왜 끼냐?”
“한국 수사대 기집애 모임 멤버잖아-”
“야!”
한참 씩씩거리며 찬열과 성종이 티격태격하는 도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기범이 니들 뭐하냐? 하고 묻는다. 그러자 찔린게 있었는지 우왁! 아무것도! 하고 넷이서 소리를 지른다.
“성종아 이버네 우리 잠입하는거 알고있지? 조금 있다 11시쭘에 잠입예정인데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되서. 우리 태민씨 좀 해줘.”
“아 태민씨요?”
한번도 태민을 보지못했다던 명수가 쪼르르 다가가서 문앞에다가 시선을 뒀고 곧 태민과 우현이 같이 들어오자 명수가 오 하고 찬열을 보며 엄지를 들어올린다. 미친놈. 성열이 퍽 하고 주먹으로 등을 때렸고 명수는 킥킥 거리며 웃을뿐이다.
“총은 최대한 안보이게. 알았지? 그리고 들기 편할걸로. 가벼운걸로.”
“네 선배.”
“태민씨 저쪽에 앉아요.”
“네,네!”
처음와보는 분장실을 보고 놀란듯 눈만 깜빡거리던 태민이 우현이 데려다주는 의자에 앉았고 곧 무슨 연예인을 꾸미는것마냥 빠르게 분장을 시작하는 사람들때문에 놀란듯 우와 하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우현은 오랜만에 만난 명수와 성열이 반가웠는지 이것들! 하고는 우정의 주먹을 날린다.
“야 이성열의 김명수의. 이제 이호원이랑 장동우만 모이면 되는데 그치?”
“우리 진짜 오랜만인것같다. 4기 애들 다 보고싶네.”
“난 왜 빼냐? 나도 4기인데.”
“이성종 넌 빠져.”
나름 4기 멤버 중 가장 톱이었다며 자기들끼리 우세를 떨다가 2기 선배인 승리의 잔소리를 듣고 조용해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각자 자신의 팀으로 돌아가 분장실은 분주하지만 조용했다. 기범도 몇번이고 처음이다보니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를 하고는 팀으로 돌아갔고, 혼자 남은 태민은 잠시 잠을 자다가 일어나라는 소리에 일어나 의상을 갈아입었다. 무슨 잠입하나에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그것도 화장을! 꽤나 곱슬거렸던 머리카락이 쫙쫙 펴지니까 길어졌다. 손으로 쓱쓱 만지고는 옷을 갈아입고 나와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다.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해질수도 있어서 빠르게 총을 배의 차고 조금 펑퍼짐한 니트로 가리고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와 팀으로 가자 다들 어디갔는지 시체를 찍은 사진들을 화면으로 보던 종인이 슬쩍 태민을 쳐다봤다가 시선을 돌린다.
“다들 어디가셨어요?”
사실 종인이 태민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어쩔수업었다. 사회라는것이 선배 후배에 냉정하기때문에.
“최팀장이랑 먼저 현장으로 갔어.”
“아…저기 저는 혼자 현장으로 가면 되는 건가요?”
“아니, 나랑 가야되. 근데 너 혼자 갈수있지 않아? 애도 아니고.”
태민이 아…예…. 하고 나가려고 하자 한숨을 쉬며 일어난 종인이 화면을 끄고 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손장난을치는건지 차키가 부딪혀 짤랑짤랑거린다.
“타.”
어디 탈지 몰라 뒷자석으로 가려던 태민을 종인이 잡아서 조금 격하다 싶게 앞으로 밀었다. 앞에. 태민이 앞 문을 열어서 탔다.
“첫 수사의 첫 잠입요원이 된 기분이 어때?”
“……그냥 뭐…….”
“최팀장한테 첫 날부터 찍혔던모양이던데.”
조금 착잡한 기분이 된 태민이 손가락을 비볐다. 얼마나 갔을까 계속 말도 없이 운전만하던 종인이 다 왔어. 하자 그제서야 태민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진짜 시작이구나. 아랫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먼저 내린 종인과 따라 내린 태민이 먼저 가있던 팀에 합류했고, 승현은 여전히 태민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태민씨 그럼 잘해봐. 응? 중간중간에 무슨 일 생기면 꼭 이 무전으로 연락하고.”
“네.”
기범이 아주 조그만한 무전을 카라에 달았고, 우현은 태민에게 화이팅. 하고 응원을 해준다. 11시 정각. 태민이 그럼 가볼께요. 하고는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가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하는데 승현과 눈이 마주쳤다. 못미더워하는 눈이다. 괜히 오기가 생겨 뒤도 안돌아보고 현장으로 뛰어 가 항상 납치당하던 장소에 가 가짜 휴대폰을 만지는 척을 했다. 그동안의 범행 납치 패턴이라면 이때가 맞을텐데. 숨어있던 기범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몇십분이 지나고 오늘은 아닌가 싶어서 철수하려는데 누군가가 태민에게 다가갔다. 어어? 승현이 쉿 하자. 조용해져서 꿈뻑 거리며 볼 뿐이다.
“저기.”
“네?”
“혹시 붉은색 좋아해?”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태민은 애써 덤덤한척 그럭저럭이요. 하고 대답하자 모자를 쓴 남자가 태민에게 손을 뻗는다. 붉은매니큐어? 태민이 무심코 손을 잡았고, 그 순간 남자는 반대쪽 손으로 태민의 뒷 목을 쳐 그대로 기절시켰다. 순식간에 축 늘어진 태민을 안아들은 남자를 믿을수없다는듯이 기범이 쳐다봤고, 종인은 남자의 수법을 머릿속에서 그리더니 알겠다는듯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우현이 소형 카메라로 빠르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남자의 얼굴이 잘 찍히지않는지 인상을 쓴다. 곧 태민을 안아들은 남자가 조금 밝은곳으로 가서야 사진을 건졌는지 예쓰. 한다. 기범은 우현이 찍은 사진들을 바로 바로 노트북에 연결해 사진들을 살피고는 찾았다. 하고 얼굴이 흐리지만 정확히 나온 사진을 재빨리 특수 수사대 팀들에게 돌렸고, 승현은 태민의 위치가 잘 뜨는지 확인하더니 기범에게 건넸다.
한국 특별 수사대
오랜만에 꿈속에서 죽은 형을 만난 태민은 달콤하게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형이 살아있을때처럼, 아주 어렸던 그때처럼 풀밭을 이리 저리 손을 잡고 뛰어다니다가 발이 돌에 걸려 넘어진 태민이 고개를 들었을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서야 불현듯 밀려오는 진실. 아, 형은 죽었지. 태민은 악몽이라도 꾼 사람마냥 눈을 뜸과 동시에 일어났고,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한 방이 보일뿐이다. 순간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잊은건지 붉은색이 아닌것은 아무것도 안보이는 방을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둘러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다친곳은 없나 몸을 살펴보는데 다친곳은 없고, 그저 옷이 붉은색의 셔츠로 갈아입혀졌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무전이 사라졌다. 그럼 위치추적은?
“일어났어?”
갑자기 뒤에서 훅 끼쳐오는 뜨거운 바람과 모래같은 목소리에 놀란 태민이 뒤를 돌았고, 남자가 그런 태민을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붉은 머리의 붉은 와이셔츠 검붉은색의 바지. 붉은색의 손톱. 붉은색의 발톱. 토가 밀려오는것같았다.
“배고플텐데. 벌써 아침이거든.”
“벌,벌써요?”
“자 먹어.”
붉은색의 빵과 붉은색의 형체를 알수없는 잼이 발라져있다. 먹어. 어서. 웃고있는 남자를 건드려봤자 좋을건없다고 생각해서 한 입 베어물자마자 확 끼쳐오는 쇠맛의 태민을 뱉어버렸다. 피. 피다. 괴로운듯 뱉어내는 태민을 보며 남자가 허리를 휘며 웃엇고, 태민은 금새 겁에 질려버렸다. 피로 물든 빵이나 피로 만든 잼. 남자가 아깝게. 하고 주워서 자신의 입 속으로 넣는다. 보는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는듯 태민의 안색이 파래졌고, 남자는 씨익 웃는다. 곧 남자는 태민을 인형처럼 생각이라도 하는 듯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옷을 입혀주고 씻겨주고 마치 아끼는 인형을 다루듯이 했다.
잠시 씻고 오겠다고 간 남자를 보며 태민은 자신의 옷을 찾기에 급급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복도를 걷게되었고, 걸으면서도 정말 미칠노릇이었다. 온통 붉은색이다. 붉은색. 그것도 피와 비슷한 붉은색. 어지럽고 구토가 몰려왔지만 일단은 알려야겠으니 한참을 찾는데 그러다 이상한 냄새가 가득한 방을 발견했다. 열지 말라고 온몸의 세포들이 경고하는것같았지만 굴하지않고 태민은 그 문을 열었고 천천히 걸어가 불을 킴과 동시에 질척한 공기와 시체썩는 냄새와 섞인 피냄새가 몰려왔다. 결국 새된 비명을 지른 태민은 금방이라도 기절할것처럼 엎어졌고, 바닥에 기어다니는 벌레들과 벌레들이 우글 우글한 시체를 보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토. 토할것같아. 결국은 토악질까지 하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는 하는데 어느새 왔는지 뒤에서 남자목소리가 들린다.
“놀랐어?”
태민이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뒤를 쳐다보자 남자가 태민을 안아들었다.
“앞으로 아무곳이나 가면 안되. 알았지? 나는 꽤 니가 마음에 들었거든.”
“아…….”
몇번이고 기회를 엿보던 태민은 금방이라도 정신적 문제가 올것만 같았다. 온통 붉은색. 온통 풍겨오는 피냄새. 남자는 몇번 계속 자리를 비워두는듯 했지만 계속해서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태민이 마음에 들지않았는듯 침대 옆 기둥에 수갑을 채워두었다. 이제는 마음대로 움직일수도 없게되서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느낄때쭘 머릿속을 강타한 생각이 하나 있었다. 아까보니 남자는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있었다. 휴대폰을 찾아야한다. 움직일수있는 거리가 얼마없는 태민이 발이고 뭐고 온 신체를 이용해 뒤지고있다가 이불 속 휴대폰을 발견했고, 눈치를 보다가 무음으로 바꾸고는 빠르게 번호를 쳤다. 따르릉 따르릉. 기본음이 몇번이고 울리고 받지를 않는다. 태민이 손톱을 깨물었고 그 후 3번이나 전화를 더 걸어서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종인의 목소리였다.
“저 이태민이에요…….”
「이태민?!너 이 휴대폰뭐야?!」
“다 뺏겼어요. 그래서 범인껄로 몰래 거는거에요. 지금 빨리 위치 추적해주세요. 빨리요.”
“지금 뭐하는 거야?”
태민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뒤를 돌아 확인하기도 전에 주먹이 날아왔고, 휴대폰을 놓쳐버렸다.
“씨발 내가 이쁘다 이쁘다 해줬더니…!”
간신히 남자의 발길질을 피한 태민이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가볍게 태민을 발로 찬 남자가 태민의 위로 깔고 올라가 쉬지않고 주먹을 날렸다. 그래도 자신을 배신했다는것에 대해 분이 안풀렸는지 옆에있는 꽃병으로 머리를 내리쳤고, 꽃병이 깨지면서 장미와 함께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겼다. 남자는 정신을 잃어가는 태민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긴 복도를 끌고갔고, 태민은 정신을 잃지않으려 입술을 깨물어보지만 금방이라도 기절할것같았다. 곧 남자가 태민을 데려간 곳은 그때의 그 방으로 태민을 거칠게 바닥에 떨어트리자 기어가던 벌레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여기서 잘 있어봐.”
곧 남자가 방을 나갔고 밖에서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태민은 더이상 정신을 놓을것같지도 않았다. 사방에 있는 벌레들과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 토막된 시체들이 널부러진곳. 결국 몇번을 구토를 한 태민이 뒷걸음질을 쳤고 그러다 부딪힌 심하게 부패가 된 얼굴에 비명을 지르며 다른곳으로 갔지만 그곳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난동아닌 난동을 부리다가 페인트를 쏟고 시체를밟은 태민이 살려달라고 내보내달라고 울면서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다. 제발 열어줘요. 제발! 엉엉 울다가 토를 하고 다시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결국은 지친건지 정신적 문제로 발작이 온건지 쓰러져버렸다.
*
하나, 둘, 셋! 카운트가 끝나자 동시에 세 팀이 저택으로 들어갔고, 총을 든 채, 여기 저기 살펴봤다. 온통 붉은색의 저택. 기분이 나쁘다. 한편 밖에서 있는 기범은 자신의 팀원들에게 현재 위치를 알려주었다. 각자 대저택을 돌아다니면서 수색을 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동시에 그쪽으로 몰려갔고, 그곳에는 택연이 있었다.
“뭐야?!”
“그 남자 총을 들고있어!”
“뭐?”
택연과 함께 있던 예성은 이미 총에 맞은 듯 한쪽 어깨를 잡으며 고통스러워했고, 찬열은 예성에게로 다가 가 상처를 살폈다.
“E-5456”
“이태민 총이다.”
저기! 갑작스런 명수의 외침. 그곳을 보니 천장에서 피가 뚝 뚝 떨어지고 옷자락이 나와있다. 설마? 종인이 총으로 곧 떨어질것같은 곳을 두여번 쏘니 삐그덕거리더니 순간 천상이 무너지면서 믿기지않는 광경이 보였다. 셀수도 없는 엄청난 양의 시체가 우루루 무너진것이다. 이미 다 썩어서 해골이 된 시체부터 얼마전에 죽인듯 보이는 시체까지 비위가 약했던 영배가 헛구역질을 했고, 다들 이 상황을보고 패닉이 된듯했다. 이태민. 이태민을 찾아야되. 종인이 시체를 발아서 복도로 뛰어나갔고, 뒤이어 레이가 따라갔다. 방 하나 하나를 다 열어보던 종인이 한 방 앞에 멈춰섰고, 헉헉 거리며 왜그러는데? 한다. 붉은색의 페인트로 고르지못하게 덕지 덕지 발라져있다. 천천히 문을 열자 확 끼쳐오는 냄새와 공기에 둘은 코를 틀어막았고 그와 동시에 쓰러진 태민을 발견했다. 종인이 태민을 안아들었고, 레이는 혹시 몰라 뒤를 사수했다. 종인이 급하게 태민의 맥박을 확인했고 살아있는것을 눈치채고 안아들자 레이가 어때? 하고 묻는다. 살아있어.
「모두들 저택을 빠져나와!」
쿠구구웅-! 하는 굉음과 함께 폭팔음이 점점 다가왔고, 종인은 태민을 쎄게 안고는 레이와 함께 무작정 출구로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폭팔에 놀란듯 팀원들이 여기저기에서 가리지않고 뛰어나왔고, 나오고나서 몇초나 됬을까 간발에 차이로 저택은 그대로 폭팔했다. 붉은 불꽃을 보며 찬열이 멍 해졌고, 기범은 팀원들의 인원을 살피기 바빴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모두 생존이요!”
곧바로 응급대원들이 팀원들의 몸상태를 보고는 태민에게로 가서 맥박을 확인했다.
“어?! 대성선배!! 대성선배 빨리와요!!”
다들 생존한것을 안심하며 서로 고생했다고 하고있는데 갑자기 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됬고, 대성이 왜그래? 하고 뛰어가자 동우가 기도가 뭔진 모르겠지만 막혀가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뭐? 기도가?”
“네! 점점 맥박이 느려져요!! 이대로 가다간!”
대성이 당황스러운듯 맥박을 짚더니 머리를 헝클인다. 안되겠어.
“지금 당장 수술도구 다 가져와!!”
“뭐?”
종인이 지금 뭐하려는거냐며 쳐다보자 대성이 수술. 한다.
“119도 있는데 왜?!”
“여기서 병원까지 가는 도중에 죽어! 현승아 동우야! 빨리 소독해와!”
대성은 태민에게 인공호흡을 하는것처럼 몇번을 하더니 강하게 빨아당겼다. 그리고는 바닥에 퉤 하고 뱉는다. 몇번을 그렇게 반복하다가 동우가 가져온 나이프로 망설임없이 목을 그었고, 현승이 급하게 소독한 손으로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곧 대성이 거품을 빼내기 시작했고, 거품이 다 사라진것을 확인한 동우가 됬어요! 하자 재빨리 절개했던 부분을 꼬맸고, 태민의 맥박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맞춘 후 거품을 빼내자 태민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대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끝났다. 종인이 태민을 안아들고는 괜찮아? 하자 태민이 힘겹게 눈을 뜨더니 주위를 살펴본다. 그러고는 곧 와앙 하고 애처럼 울음을 터트리며 종인에게 안겼고, 당황한 종인이 뭐야! 하고 피하려고 하자 더 쎄게 끌어안는다. 그걸 보고 한순간의 긴장이었던 주위가 웃음으로 밝아졌다.
“그 남자는요?!”
눈물을 그렁 그렁 매달고 묻는 태민에게 기범이 죽었어. 하고 대답했다.
“우리가 여길 지켰는데 빠져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
태민은 안심했는지 눈물을 닦아내고는 그제서야 자신의 포즈를 실감했느니 퍼뜩 떨어지고는 종인을 밀어버린다. 왜 안아요! 니가 안았잖아!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여기저기서 와하하 하고 웃어제낀다. 둘이 무슨 연인이냐? 부부? 아니거든요! 아니거든!
“아까 김종인 너 태민씨 보자마자 껴안았잖아. 태민씨 죽지마요!”
“내가 언제!”
한편, 붉은 불길로 가득한 저택.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NEXT, 엄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