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남자
w. 느루
세훈X백현
세훈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해가 중천에 떠있음에도 꿀잠을 자는 패기를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유달리 더위를 잘 타는 세훈은 갑작스레 잠결에 훅 끼친 보일러 열기에 '아으..더워'를 연발하고는 배를 벅벅 긁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미 등교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였지만 세훈은 아직도 옅은 잠에 취해서는 밍기적밍기적 꾸물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넌 마치~ 차가,운 머씐~ 너는 맘맘마~
세훈은 요즘들어 제가 자주 듣는 엑조K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제 정수리가 거뭇거뭇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이번 주말에는 날이 밝자마자 미용실로 뛰어들어가 다시 갈색으로 뿌리염색을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그는 신명나게 드라이기를 휘둘렀다.
개운하게 샤워도 했겠다, 여유롭게 교복도 챙겨입은 세훈은 콘센트에 코드를 꼽더니 고데기의 열온도를 150도에 맞춰놓고 콧노래를 불렀다.
간만에 고데기로 머리까지 세팅한 그는 가방을 주섬주섬 주워들고 현관앞 전신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늘 그렇듯 거울 속 빛나는 자신에게 한마디를 건네며.
세훈아 너의 외모는 무형문화재감이야. 피스-
왠일인지 오늘따라 이유없이 기분이 업된 세훈은 학교로 향하는 걸음걸이마저 사뿐사뿐 날아갈것만같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돌돌 말은 이어폰을 꺼내더니 가장 핫한 신인 엑조K의 전곡을 선곡하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세훈이 한참 노래를 흥얼대면서 삼백안을 뽐내며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웬만한 출근시간대도 훌쩍 넘긴 늦은 등교길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개미 한마리조차 보이지 않...기는 개뿔 저기 멀-리서 조그맣게 꼬물거리는 생명체의 인영이 보였다.
지가 존나 꼬물대던지 말던지 쿨가이 세훈에겐 그저 지각생1일뿐.
그러거나 말거나 세훈은 여전히 템포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문과 가까이. 그 생명체와 가까이 가고 있었다.
갓 뎀.
거참 더럽게도 추운 날씨에 미간으로도 입김을 내뿜는듯한 세훈이 어디선가 나는 존나 향기로운 스멜에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내었다.
포근하면서도 부드럽게 달큰한 이 섬유유연제 냄새..!! 마치 크림치즈의 따봉 필라델피아 목장 초원에 피어 흩날리는 연분홍빛 꽃내음!
모성애 한 번 격하게 자극하며 남녀 여럿 후릴 것 같은 이 냄새는 어느 회사 제품인가요..
쿨가이 세훈이 즐겨쓰던 쿨워터 향수가 바닥나자, 귀여니의 영향으로 하대받는 찬물냄새는 버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세훈은 후각세포가 망막까지 뻗쳐나갈 듯 했다.
세훈이 발달한 후각만큼이나 높디 높은 자신의 코에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 쫓아간 향기의 근원.
그 곳에는 아까 지나친 지각생1(19세.변백현) 이 있었다.
갓 뎀.
하얗고 존나 조물조물조물조물조물조물해버리고 싶은 모찌 변백현형을 본 순간, 최강미남 오세훈은 그만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
아니, 어쩌면 그곳으로..
평소 출결을 확실히 하던 백현은 심기가 좋지않았다. 어젯밤 보일러가 고장나는 바람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다보니 그만 늦잠을 자버린것이다.
돌이킬 수 없을만큼 오지게도 늦어버린 탓에 차라리 느릿느릿 가기로 결심한 백현은 미처 다 말리지 못한 머리를 마저 훌훌 털어냈다.
깨끗이 빨아 다려놓은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백현은 그제서야 현관을 나섰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칼에서 물기가 방울방울 교복셔츠로 떨어져내렸다.
추위를 유난히 잘타는데다가 머리마저 덜 말린 채로 집을 나선 백현은 교문에 가까워지자 금새 코끝 귀끝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아 근데, 저기 저 플라나리아처럼 납작한 노란 머리는 왜 자꾸 쳐다봐;;;
매점 아줌마. 팬티 좀요, 지리겠어요 맙소사.
메이플스토리 카오스 패치 후의 유저마냥 세훈은 깊은 혼돈에 빠졌다.
명찰색은 나보다 형인데. 말도안돼, 저 귀요미가 형이라니;;
저 형아 이름은 뭐지, 뭘까. 아마 이름도 존나 예쁠거야. 흑흑. 내 눈은 왜 달린거야. 거울만 볼 줄 알지 왜 저 형 이름은 못 본 거야. 흑흑.
세훈은 기분이 멍-했다.
마치 청담초등학교 농구골대에 머리를 어거지로 집어넣은 것 마냥.
이미 세훈의 머릿속엔 향기고 자시고 그딴거 시발 집어치운지 오래였다.
지가 꽃내가 나든 똥내가 나든 어쨌든 자기 외모 정도면 저 형은 꼬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는 한결같이 당당한 포부의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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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과제 짜증나 숙제 짜증나 근데 왜 꼭 이럴때만 자꾸 더 쓰고 싶은거야 짜증나 뭐야 대체.. 이건 전에 조금 짜놓은건데 다시 조금 손보다보니 벌써 한 시가 됐네여;; |
헐 미쳤나봐 구독료 달은 채로 올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