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어.
첫째, 알바를 들켜버렸어.
원래 학생때부터 알바는 한두개씩 했는데 결혼전에 여행다녀오려고 몇개 더 뛰다가 금방 들통나버렸어....
둘째, 그 들킨 대상이 김태형씨라는 거야.
나는 처음에 못알아봤어. 근데 알겠더라. 특유의 저 눈을...
눈 마주치고..당황하고..김태형씨는 나가고..
망했어..
셋째, 김태형씨가 치사하게 일러바쳤어.
"아가야~ 잠깐 들어와보렴"
부엌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 될 줄이야...
"밖에서 일을 한다고?"
"어머니..그게..."
"돈이 부족하니? 분명 네 시아버지가 넉넉하게 주실텐데"
그렇죠. 카드를 주셨지만, 그걸 어떻게 써요...
"죄송합니다.."
내가 미리 선수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드렸지.
"내가 아니고 태형이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하려무나.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니."
마무리는 왜 내가 김태형씨에게 사과를 해야하는 걸로 끝난건지...
내 돈 내가 벌겠다는데!! 난 아직 이 집의 정식 식구도 아닌데!!
알바 좀 할 수도 있는거지..
"저기.."
".."
"죄송합니다..제가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거 보시고 놀라셨죠.."
"살짝."
"죄송합니다..."
결국 이렇게 마음과 다르게 행동은 굽히고 들어갈 수 밖에 ㅠㅠㅠㅠ
근데 나 진짜 일하고 싶거든...맨날 집에 들어오면 요리,청소,다림질,정리..이것도 신부수업이라나..그런 것만 하니까 미쳐버리겠어!!!
그래서...용기내서!
"근데..저 그냥 계속 일해도 될까요...?"
"뭐. 알바?"
"네...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목돈을 좀 모아보려고요..."
"그래도 안했으면 좋겠는데"
아니 말도 안섞으면서 단속은 왠 단속? 열받지만...이곳은 이 사람의 집이니까. 내 편이 하나도 없으니까 화를 눌러참고!
"하지만...저는 일 해야 될 것 같아요"
"하지마세요"
"왜요?"
"묻지 말고 그냥 하지마요"
"전 돈이 필..."
"우리 집이 그냥 평범한 집인가? 뭐 하려고 해도 돈 대줄 수 없는?"
표정이 섬찟해서 순간 쫄았지만...
"그래도...아직 저는 그쪽과 혼인신고도 안했고, 아직 가족도 아닌데...그리고 그 돈은 제가 번 돈이 아니잖아요."
나도 자꾸 안된다고 하니까 괜히 뾰루퉁해져서 틱틱대고...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예요?"
"그건 아닌데...그만큼...저는 외부활동을.."
"우리 그룹 안주인이 될 사람이 과거에 여기저기 전전하며 알바나 하고 다녔다는 것을 나중에 언론사에 해명하고 싶지도 않고, 아버지한테까지 들켰다간 그쪽도 나도 무사하지 못할거예요."
"결국 날 위한 건 아니네요?"
"...?"
"난 또 뭐라고. 어른들께 혼나는건 나고, 체면중시하는건 김태형씨뿐이예요."
나는 진짜 화가 났어. 곱씹을수록 결국 나를 위한건 아니고, 누구 때문에, 누구때문에. 나때문은 아니잖아. 사실 화난거보다는 서운했지. 아무리 우리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해도, 그동안은 서로 신경 안썼으니 넘어갔지만, 난 너무 속상해.
"지금.."
"네 또 친히 어머님 할머님께 말씀드리시겠죠. 저는 부엌으로 불려가서 혼나구요. 원하시면 맘대로 하세요."
내가 김태형이었으면 당장 약혼이고 뭐고 다 없던일로 하겠다. 이렇게 비아냥거렸으니 ㅋㅋㅋ
"엄마한테 말한 건 미안해요. 그래도 난 그쪽이 밖에서 일하는게 싫어요."
이렇게 나와버려서 나 완전 푼수돼가지고 울었잖아...창피해창피해창피해!!!
"갑자기..흑...김태형씨랑...흐..결혼하는거...때문에..흐흑...무용도 못하고...근데 수능끝나자마자!!..흐흑...또 이 집에 갇혀서..너무하잖아여 어흑..."
내가 뜬금없이 울어제끼니까 지도 당황했겠지. 내가 침대에 걸터앉아서 울었는데 책상에서 나와서 나한테 오더라.
"울지는 마요."
다른 건 없었지만 그 말에 나는 이 집에 대한 미움이 처음으로 싹 사라져버렸어.
처음부터 이럴 것이지 왜 사람 폭발하게 만들어. 창피하게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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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옴니버스형식으로 이렇게 에피소드 풀면서 천천히 나갈 것 같아요!!!!ㅎㅎㅎㅎ
첫 화부터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너무 사랑해요 하트트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