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 그런데가 있어요?"
"학교에 관심이 없나봐요?"
"그런건 아닌데 공연장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처음 안 김에 이날 보러 와주세요"
"내가 왜 이 공연을 보러 가야되죠?"
"안 오셔도 돼요! 다른 남자선배들이랑 동기들 초대해야겠다~"
"가면 되잖아요!"
이럴 때 스무살 남자애들다워서 참 좋아. 평소엔 일만 해서 전혀 스무살같이 안느껴지거든.
내가 김태형씨한테 드린 건 연극초대장이었어.
전 편에서 내가 학교 극단에 들어있다고 했었지? 그 극단에서 정기공연이 있어.
나는 1학년이라서 큰 배역은 못 맡았지만, 그래도 김태형씨가 내 첫 공연을 보러와줬으면 좋겠어서 초대장을 쥐어줬지.
"그쪽은 무슨 역할이예요?"
"저는 지나가다 주인공의 시선을 빼앗는 여자 역할이요"
"그게 뭐야 ㅋㅋㅋㅋ"
"이것도 얼마나 힘들게 얻어낸 배역인데요..."
일부러 더 시무룩하게 책상에 앉아서 책을 폈어.
똑똑-
"네~"
노크할 사람이 일도와주시는 아주머니,아니면 어머니밖에 안계셔서 내가 방문을 열었지.
아주머니였어.
"아주머니 어쩐일이세요?"
"사모님이 부르시는데요"
"네.."
또 무슨일일까.
"어머니..부르셨어요?"
"얘야. 아르바이트는 이제 나가지 말거라. 내가 이미 말해뒀다"
"어머니!!!!!"
"앞으로 공부와 살림에 매진하도록 해. 앞으로 태형이와 같이 차 타고 다니고, 기사가 강의끝나면 바로 집으로 바래다줄거다"
"어머니...저는 학교활동도 많이 해서 김태형씨랑 완전 스케줄이 달라요"
"남편에게 맞추면 될 거 아니니?"
"어떻게 그래요..."
"자꾸 대드는 모습 보기 안좋아. 어른한테 예의도 아니고"
"어머니, 어떻게 제 스케줄을 김태형씨 일정에 맞춰요?"
"당연한거다. 너도 그걸 알고 약혼 도장 찍은 거 아니니?"
"아니예요."
눈물이 나는데 그래도 굴하지 않고 어머니한테 대들었어. 이거 나중에 우리 엄마가 알면 나 진짜 혼날텐데...
"얘가 정말...!"
"김태형씨 간식 챙겨서 방으로 들어갈게요.어머니"
오늘도 이렇게 싸우고 어머니께 눈엣가시가 되어버렸어.
"간식 드세요."
"괜찮은거예요...?"
어머니와 하는 얘기를 들었나봐.
눈물나잖아....안그래도 서러운데...영화볼 때보다 더 추하게 울어버렸어...
나중에 가선 눈이 퉁퉁부어서 정말 못 볼 꼴 보여줬다니깐....
"죄송해요.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어요."
"기대지도 않아놓고 시간을 뺏었다고 말하는건 오류가 있는거 아닌가요?"
"그래도 옆에 앉아있었잖아요..."
"아무리 예비 쇼윈도부부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붙어사는데 정말 남남처럼 굴거예요?"
이 남자, 도대체 컨셉을 알 수가 없어. 가부장적인 성향이 너무나도 강하지만 정이 많아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래요."
"어서 드시고 일하세요. 다 못끝내면 아버님께 혼나잖아요"
"아니거든요!"
"저번에 저랑 호석이랑 같이 영화보고나서 일 다 못끝내가지고 아버님한테 혼나는거 다 봤는데..."
"고소했죠?"
"네?"
"맨날 그쪽만 우리엄마한테 혼나는거 나한테 들키다가, 내가 혼나는거 몰래 보니까 꼬소했잖아요"
뜨끔.ㅋㅋ
"아무튼....김태형씨 빨리 업무보세요"
다행히 오늘은 어머니께 혼나고도 마음이 금방 풀렸어. 김태형씨 덕분에.
"경품추첨을 위해 이름 적어서 여기 경품함에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공연날이 왔어. 11시 30분부터 공연이라서 10시부터 관객들을 받기 시작했어.
나는 입구에서 표 확인하고 경품함에 이벤트티켓을 넣는 것 안내하는 역할을 했지.
그러면서 김태형씨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와아--"
무대위를 걷고, 도도한 여자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관중석을 두리번거렸고, 역시 김태형씨는 보이지 않았어.
당연히 회사때문에 업무때문에 못오려니 생각해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어.
"위하여!"
"위하여!"
오늘은 마시고 죽자라는 생각으로 다들 술을 들이키고, 나도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꼴깍꼴깍 술을 마셨어.
"우리 새내기~ 복학생표 소맥 한번 마셔볼래?"
진짜 잘생긴 복학생선배가 있는데, 원래 누구한테나 친절해서 나한테도 소맥을 권하길래 주저없이 마셨지.
"오~ 오늘따라 좀 다른데? 원래 진짜 안마시려고 했잖아!"
"오늘은 단장선배님 말처럼 마시고죽으려고요~"
"새로운 모습인데?"
벌써 알딸딸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중 일이 전혀 걱정이 안되더라구
"들...어가세요..."
비틀비틀거리면서 다들 헤어졌고, 나랑 내 동기랑 친한 선배랑 복학생 선배랑 넷이서 4차를 가기로 했다.
"어...? 전화온다..."
나는 겁도 없이 전화를 받아버렸다.
[여보세요~]
[어디예요]
[헤헿...궁금해요?]
[지금 몇시인줄 알고...엄마한테 들키면 얼마나 혼날지 생각은 하고 마신거예요?]
[내가...! 왜!!!! 눈치를...보고..평생...아 됐다. 나 이제 말 안할거예요.]
[어딘지 말이나 해요]
[싫어...나 4차가요]
[빨리 말해요!!!!!!!]
전화기속에서 고함이 들려오고 내가 잠깐 정신이 들었나봐.
"이 새벽에 남자들이랑 여기에서 뭐하십니까"
"아 몰라......"
"어? 반말?"
"어 그래. 어차피 동갑끼리.....말 놔!!!...."
내가 지금 생각하면 미쳤던 것 같아.
"나 업어줘"
"취하긴 진짜 제대로 취했구나"
근데 결국 업혔다는거...
"오늘...왜 안왔어...."
"미안해요. 아버님이랑 중요한 바이어를 만나러 가느라고 공항에 갔어요."
"연락이라도 하지...난 하루종일 기다렸는데....흐어엉~"
난 사실 울보인가봐. 맨날 우는거 같아.
"졸리다...주무세요"
"잘자"
나 그다음날 싹싹 빌었잖아.....반말을 쓰다니 ㅠㅠㅠㅠ
그렇게 공연날이 지나가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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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 주셔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한분한분 다 사랑하는거 아시죠?
앞으로도 더 재밌게~ 길게~ 써보겠슴닿ㅎㅎㅎ
궁금한게 있는데....제가 지금까지 모은 포인트가 어느정도인지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어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