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로 보내주시는 독자분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있어요
별로 좋지도 않은 글솜씨와 떡솜씨지만... (오열)
ㅅ.. 사ㅏ... 사... 사스가 독자 워더.
| [구울을 아시나요.txt] |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손님 수는 매우 적었지만 항상 향긋한 원두의 냄새가 진동을 하는 좋은 개인 카페라고 지원은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항상 프리한 복장에 앞치마를 두른 알바생은 유독 말 수가 적었다. 다른 알바생들은 '오늘은 어떤 커피가 좋다' 라던지 '어떤 원두가 신선하다' 같은 나름 공적인 주제들로 손님에게 말을 붙여왔는데 어찌된 것인지 최근 새로 들어온 프리한 알바생은 정확히 '주문' 만 받고 유유히 카운터 안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어쩜 말이 저렇게도 없을까. 지원은 그 알바생을 보며 '내성적인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말이 없었거든, 심하게.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어색해져버릴정도의 굉장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물론 항상 텐션이 높은 긍정의 사나이, 김지원도 예외는 아니였다. "저어- 기.." "주문 하시겠어요?" "..추천 같은거 없.. 어요?" "음, 사실 전 여기 커피 안 좋아해서요." 처음 안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 카페에서 커피만 주구장창 마시며 원고를 손보던 지원이 알았을 리 없지. 알바생의 단호한 음성에 지원은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럼 뭐.. 좋아하세요?" 생각해보니 참 바보같은 질문이다. 아님 싸구려 구식멘트. 알바생은 테이블에 놓여진 메뉴판을 들고가더니 "글쎄요... 고기?" 엉뚱하면서도 맞는 대답을 꺼냈다. 결국 지원은 항상 마시던 커피를 시키게 되었다. 알바생은 다시 카운터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며 '고기' 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고기 좋지.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켜고 노트북을 켠 지원이 원고 수정에 나섰다. 일단 오타 확인부터.. 여긴 아예 다 뜯어 고치고... "..이 책," "어, 아.. 아세요?" "알죠. 재밌게 봤는데." 알바생이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말을 먼저 걸어왔다. 세상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지원의 노트북 옆에는 지원의 무명생활을 알려주는 두꺼운 소설책이 하나 놓여져있었다. 자신이 직접 조사하고 상상하며 쓴 소설. 그것은 '구울' 에 관련된 글이였다. 소재에 대해 영감을 받게된 것은 최근 벌어진 '묻지마 식인사건' 때문이였다. 알바생은 책과 지원을 번갈아보더니 이 책을 실제로 읽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짧게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 그렇게도 웃을 줄 아는구나.. 지원이 멍하니 생각했다. 곧이어 알바생은 점장의 부름에 냉큼 달려갔다. 무언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알바생의 표정은 잔뜩 들떠있다가도 어느새 시무룩하게 변해 꼭 무언가에 실망한 사람처럼 보였다. 지원은 그것을 메모장에 잠시 옮겨적었다. 나중에 글 쓸 때 혹시 영감을 얻을까, 해서. 원고 수정을 하는 동안에도 창작에 대한 욕심은 매우 컸다. '구울'. 그 책에 대해선 지원은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엉성한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였던 자신의 처녀작에 비하면 '구울' 은 자신이 쓴 글 중 단언컨데 가장 탄탄했다. 실제로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끔찍하겠지만. 식인 사건이 있긴하나 그것은 분명 사람의 소행이고 구울은 현대 과학으론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샌가 제 옆에 놓여진 예쁜 도자기 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댄 지원이다. 이상하게도 평상시에 마시던 커피와 맛이 사뭇 달라 인상이 찌푸려졌다. "저기요." 또 그 알바생이 자신을 쳐다보았다. 제일 먼저 지원과 눈이 마주친 알바생은 들고있던 빗자루를 조그마한 여자 알바에게 맡기고 지원에게로 다가왔다. 날카로운 인상에 '그냥 마실까..' 고민했지만 이건 역해도 더럽게 역하다. 꼭 썩은 원두로 만든 것 같달까, 아님 뭔가 이상한게 섞인 맛이라고 해야할까. 지원이 알바생에게 잔을 들이밀며 컴플레인을 걸자 알바생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다. 빗자루를 건네어받은 여자아이를 노려보는 것도 같더니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알바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정중하게 사과를 올렸다. 지원은 "아, 아니에요." 말을 더듬었다. 구석탱이에서 둘이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 싶더니 여자 알바가 다가와 또 지원에게 사과를 올렸다. 하긴.. 좀 많이 역하긴 했어. 지원의 시선이 다시 노트북 화면, 원고로 고정되었다. 아, 고칠 말 다 까먹었네. 짜증나게.... "..혹시 이 책," "아- 이거요? 제가 쓰긴 했는데.. 좀 질질 끌고 재미없죠?" "나름 볼만 했어요. 소재도 좋고.." 이런게 실제로 있음 더 재밌겠지만. 알바생이 조금은 음흉하게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지원은 약간 오싹함을 느꼈다. 새 커피는 전에 맡았던 좋은 향이 올라왔다. 한 모금, 입에 대어보니 역시나. 커피는 이 맛이지. 지원이 속으로 흐뭇하게 고갤 끄덕였다. 여자와 알바생은 사귀기라도 하는 것인지 주구장창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원은 자신의 착한 독자가 여기서 일을 하는 것을 처음 알았기에 자꾸만 그에게 신경이 쓰였다. 멀쩡한 얼굴로 오컬트를 잘도 읽으셨구나, 역시 얼굴만 보고는 취향을 가려낼 수가 없다. 조금만 인기가 더 많아져 싸인회라도 여는 날에는 저 알바생을 볼 수 있겠지. 지원이 뿌듯한 맘으로 원고를 수정해나갔다. 하지만 오타를 고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써내지 못했다. 머리 아프네.. 한참동안 숙이고있던 고개에 지원이 뻐근함을 느끼며 손으로 주물거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흐를수록 촉박해져오는 마음과는 다르게 머리는 텅텅 비어가니 책도 얼마 못 내보고 이렇게 한물가는가, 지원이 절망했다. 오늘은 날이 아닌 모양이다. 탁 소리가 나게 노트북을 덮는다. 그 소리에 힐끔, 알바생이 저를 쳐다보았다. 어디론가 가는 듯 싶더니 지원의 노트북 옆에 있던 책과 같은 책을 들고 와 지원에게 내밀었다. 제게 내밀어진 자신의 책에 어리둥절한 토끼같은 얼굴로 저를 보는 지원에 알바생이 입꼬릴 올렸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면서. "싸인 좀 해주세요." "아, 아.. 네, 그래야죠. 당연히." 갑작스럽게 싸인을 부탁하는 알바생에 지원이 네임펜을 받아 뚜껑을 열었다. 이름이... 김한빈이요. 아, 한빈씨. 지원이 네임펜으로 책 제일 첫장에 끄적끄적, 싸인과 함께 이름을 쓰며 감사함을 표했다. 내 생애 첫 싸인이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지원에 한빈이 같이 웃어보였다. "저도 처음 받는 싸인이에요." 가볍게 미소를 짓는 한빈에 지원은 순간 멍. 자신의 성정체성에 깊은 혼란을 가져오고야 말았다. 저렇게 웃으니까 인물이 좋네. 항상 차갑다고 생각했던 얼굴인데, 오늘따라 부드럽다. 다 마신 커피잔과 책을 들고 한빈이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닫힌 노트북 위 메모장을 얹고 작게 끄적였다. '김한빈' 잊으면 안될 것 같은 그의 이름이였다. "뭐하고 온거야?" 여자의 물음에 한빈은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알 필요 없잖아. 까칠한 그의 대답에 여자는 조금 뾰루퉁하다. 우리에게 비밀 같은 건 없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스파이겠지. 진지한 어투로 한빈에게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한빈은 재수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싸인을 받은 책을 제 소중한 가방에 챙겨넣었다. 아직도 따끔거리는 자신의 오른쪽 눈에 눈덩이를 손바닥으로 꼭꼭 누른 뒤 렌즈를 매만졌다. 이런 두꺼운 렌즈를 끼고 살아야하는게 조금은 버겁기만 하다. 한빈이 1층으로 내려왔을 때, 지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뭔갈 끄적이고 있었다. 열심히도 사네, 한빈이 작게 궁시렁거렸다. 그 목소리를 또 용케 들은 여자가 조심히 다가왔다. "맛있어보여?" "....조금?" "점장님이 알면," "알아. 안 먹어." "어렵게 만든 평화를 깨부시진 마." 평화가 아니라 숨고 사는거겠지. 한빈은 끝까지 여자에게 틱틱거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여자가 사라졌다. 한빈은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지원을 관찰했다. 맛있어보인다라.. 그런 뜻이 아닌데. 집에 박혀 살 것 같은 직업 주제 몸 하나는 끝내주게 탄탄해보였다. 게다가 웃을 때 마다 사라지는 눈이라던가, 아까 전 부터 떨고있던 한 쪽 다리라던가. 귀여운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다. 간만에 재밌는 사람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고, 한빈이 생각하며 미소를 띄었다. 웃을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지원이 기지개를 켜며 '그만 가볼까..'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바깥은 어두컴컴했다. 이 동네에서 얼마 전, '묻지마 식인사건' 이 생겼는데 설마... 켜져있는 가로등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길을 바라보며 지원이 침을 크게 삼켰다. 자신이 써내는 작품들은 모조리 오컬트였다. 이상한 괴물들이 나오거나 인체실험을 한다거나, 눈쌀이 찌푸러질 정도로 비인류적인 이야기들이 간혹 나오기도 했는데 정작 자신은 그런 것들을 무서워했다. 겁이 많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들을 상상해내냐고? 그게다 무서움, 공포심에서부터 비롯된 상상들이였다. 자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그것들을 소재 삼아 책으로 내는 작가였다. 노트북 가방을 손에 꼬옥 쥔 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빈이 저에게 짧게 고갤 숙여 인사하자 지원이 허릴 푹 숙여 90도로 인사했다. 그만 가봐야지, 집에. 분명 아무 일도 없을거야, 설마 뭔 일 나겠어? "또 오세요." 한빈의 목소리를 끝으로 가게 밖을 나왔다. 지원이 두리번거리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사건이 있는 이후로 이 시간대에는 좀처럼 이 거리에서 사람을 볼 수 없었다. 텅 빈 거리를 혼자 유유히 걸으며 지원은 다른 생각을 하기로 결심했다. 알고보니 알바생이 자신의 독자 중 한 명이였다거나, 오늘 처음으로 독자에게 싸인을 해주었다거나.. 공사장 옆을 걸어가는데 어디서 철조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억!! 놀란 맘에 소릴 지르며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겁쟁이, 바보, 멍청이, 모지리. 속으로는 겁 많은 자신을 욕했지만 막상 아무 것도 할 순 없었다. 공사장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다시 한 걸음 발을 옮기는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다. '설마..' '에이, 아닐거야.. 그럴리가 없지.' '난 살도 없는데?' 다시 한 발자국. 긴장감이 지원을 감싸고돌았다. "봤어?" "..." "봤냐고?" "..저, 즈.. 저요? 네?" 머리가 꽤나 긴 여자였다. 쩝쩝 입을 다시며 봤냐고 물어보는데 지원이 알 리가 있나, 두려움에 벌벌 떨며 말을 더듬기만 했다. 여자가 빙그레 웃어보인다. 제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지원에게 다가갔다. 당황감에 "왜, 왜..." 뒷걸음질을 치며 지원이 노트북 가방을 품에 안았다. 여자한테도 쫄다니.. 그치만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단 말이야. 이 시간에 어떤 미친 년이 공사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봤어?" 하고 물어보겠어. 지원은 딱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하고 여자를 보고있었다. 여자는 손가락을 푸는 듯 우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름이? "예, 예?" "이름. 말을 잘 못하는 것 같네, 귀엽게." "김.. 지원.." "지원아. 나는 말이야, 참 이상해.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타고난 대식가인 모양이야." 여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줄줄 늘어놓았다. 꼭 지원의 노트북 가방에 노트북과 같이 들어가있는 제 책처럼. 배가 고프다느니, 대식가라느니. 꼭 자신의 책을 연상케 하는 말들이였다. 소름 돋게도 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자는 지원의 바로 눈 앞에 서 지원의 어깨를 손으로 눌러잡고 있었다. 귀엽네. 보들보들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지원의 볼을 쓸었다. 눈동자의 색이 마법처럼 변해버린건 그 순간이였다. 지원은 들고있던 노트북 가방을 떨어트렸다. 여자는 손을 세웠고 지원은 눈을 꾹 감았다. 다 끝이다, 생각하는 찰나 여자의 손이 어깨에서 떨어졌다. 비명소리가 울렸다. 지원은 목석마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감긴 눈덩이에 손이 올라왔다. "보지마요, 토끼씨." 자신을 토끼라고 부르는 음성이 익숙했다. 아까 그... 김한빈. 주구장창 메모장에 써내려가며 외운 이름이다. 뭔가 질척거리는 것이 얼굴에 묻는 것 같아 지원이 벌벌 떨었다. 쉬이.. 그만 좀 떨어요, 분내 나니까. "맛있게 생겨서는..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다간 뉴스에 나올걸요." "..그, 저... 저.." "내가 찜해뒀는데 함부로 건들면 쓰나, 그렇죠?" "네?" 내가 먹을건데. 한빈의 손이 지원의 아랫배를 감싸왔다. 생각외로 손이 차가워 지원이 몸을 뒤로 내뺐다. 엉덩이가 한빈의 아랫배에 닿자 한빈이 그르릉 거렸다, 꼭 짐승처럼. 여기, 노트북. 한빈이 지원을 놓고 노트북을 들었다. 노트북을 받아든 지원이 뛰어 도망가지도 못한 채 다시금 손이 잡혔다. 재미는 나랑 봐야죠. "제대로 먹어줄 수 있는데..." "저, 저는 살.. 도 없고," "여긴 많은데?" 한빈이 말을 놓음과 동시에 엉덩이를 덥썩 잡아쥐었다. 억, 지원이 몸을 움츠렸다. 살... 려 주세요. 지원의 목소리가 작게 울렸지만 눈이 다시 가려진 채 어딘가로 어정쩡하게 밀려 들어갔다. 아마도 공사장일 것이다. 목소리가 크게 울렸으니까. 아주 웅웅, 에코를 넣은 것처럼. 벽에 이마가 닿은 지원은 울음이 터졌다. 이 나이 먹고 이상한 사람들한테 잡혀서 죽게 되다니... 유서라도 써놓을 걸. 코를 훌쩍이는 지원을 끌어안은 한빈은 쪽쪽 뒷목에 입술을 닿았다.지원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걱정마, 안 죽여." "살려주세...요, 제가," "대신 조금 아플거야."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나는 성욕이 있거든, 눈이 짝짝이라. 한빈이 두꺼운 렌즈를 빼 바닥에 버렸을 땐, 아까 전에 보았던 여자의 눈동자와 색이 같았다. 것도 한 쪽만. 지원은 그것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거친 벽에 손을 얹고 죽음만을 기다릴 뿐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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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쿄구울' 이란 만화에서 좀 따왔어요.
구울이 운영하는 카페라던가... 흐흫 오타쿠같다. 와타시.. 오타쿠데스.
나름 추천하는 만화였는데 오늘 완결을 봤더니 흐지부지 개멘붕...
그래서 이렇게 저는 팬픽으로 찝니다
에히예헤
下에서는 씬이 나오겠네여 헝헝항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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