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깨었다.
어디서 난지 모를 조약돌이 손에 쥐어져 있는 것과 이상한 꿈에 대한 생각에 젖는 것도 잠시
이미 지각임을 알려주는 시간에 놀라 허둥지둥 나갈 준비를 했다.
아직은 날이 좀 덥지만 피 묻은 하복셔츠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결국 춘추복을 꺼내 입었더니 더운느 낌이 훅훅 끼쳐 들어왔다.
옷장 안에서 불편하게 잠들어 버렸더니 뻐근하게 당겨오는 목을 이리저리 움직여 익숙한 등굣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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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별빛아 일어나..이러나..!"
지각할 때까지 자놓곤 학교에 오자마자 쏟아지는 졸음에 바로 엎드려 있었더니 어느새 재환이 내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끝끝내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에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서야 픽 웃으며 옆자리에 앉는다.
수다스러운 재환인데 웬일인지 별말 없이 눈을 맞춘다.
'재환아...나 어제 많이 무서웠어
재환아 네가 도망쳐 나오랬는데 또 맞고만 있었어 나 진짜 바보같지..'
"이재환"
"응?"
"더워"
가볍고 새하얀 하복들 사이에서 내 교복은 어울리지 못하고 눈에 띄었다.
덥다는 내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볼이 붉게 달아오른 게 느껴질 만큼 화끈거렸다.
재환이는 책상 서랍을 뒤져 얇은 공책을 부채 삼아
엎드린 채로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내 목덜미에 가벼운 바람을 일게 해주었다.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패기 있던 중학생 시절 재환은 내가 아빠에게 맞은 걸 처음본 날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
.
.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반에 있는 아이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모두 책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갔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긴 뒤 문을 잠그고 나오는데 반 앞에 재환이 서있다.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느냐며 찡찡대더니 내 손목을 잡고 빨리 가자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재환을 괜찮다며 돌려보낸 뒤 혼자서 집까지 걸어갔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는데도 멀리 있어야 할 집은 왜 이렇게 가깝게만 느껴지는지
어느새 대문앞 이다.
숨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해 질 무렵 붉게 탄 노을은 창문을 두드리지만 방안의 두껍고 칙칙한 커튼은 그러한 햇빛을 차갑게 외면했다.
인기척 하나 없는 집안은 나를 더 위축 들게 만들었다.
방문을 열고 책가방을 툭 던진 뒤 이불속으로 누웠다.
눈을 꼭 감았다.
'편안한 집이지..그렇지만 두렵기도 하고..불편하기도 하고..그런 우리 집이야..'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기다가 번쩍 눈이 띄였다.
그리곤 책상한쪽 언제부터 모은지 모를 조약돌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이상한 꿈을 꾸고 난 뒤 내 손에는
항상 하얀 조약돌이 쥐여있었다.
책상 쪽으로 다가가 조약돌 하나를 손에 쥐었다.
왠지 모를 전율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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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혹시 절 기다리셨던 분들은 없으시..겠죠..?ㅎㅎ
프롤로그에도 댓글달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빨리 글써야 하는데 잘 안써지네요ㅠㅠ
그럼 다음편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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