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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새하얀 화이트보드에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다가 주현은 눈을 살짝 찌푸린다. 난 아무래도 초록색 칠판이 좋아. 비록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미끈거리며 찍하고 그어지는 마카보단 요란하면서도 섬세한 분필이 주현은 더 맘에 들었다. 으, 배주현 완전 구식. 작게 내뱉은 실소는 매미 울음소리에 감춰졌다.


“음, 일부러 주제는 광범위하게 골랐어요. 그만큼 각자만의 방법으로 가을을 그림 안에 녹여줬으면 해, 얘들아.”


자신도 정말 늙어가는 건지, 가을을 그림 안에 녹여달라니. 손발이 저려오는 느낌에 고개를 내저었다. 고개를 돌리다 눈길이 멈춘 곳은 창밖이었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그렇다고 늦여름이라 하기도, 초가을이라 일컫기도 뭐한, 그런 날이었다. 그나저나 주제가 가을이라니, 내가 너무 짓궂었나?



시계 침 소리와 노을빛의 몽롱함에 잔뜩 취해있을 즈음 벅벅 종이 찢는 소리가 귀에 내다꽂혔다. 놀란 두 눈이 다다른 곳은 수영의 자리였다. 무어가 맘에 안 드는지 잔뜩 찌푸린 눈썹. 수영의 의자 밑은 지우개가루로 가득했다. 수영은 구겨진 도화지를 교복 치마 주머니에 대충 집어넣더니 다시금 붓을 들었다.


‘수영이는, 뭐랄까, 좀 특이해요,’

‘스케치도 없이 바로 채색을 하질 않나, 잘 그리니 별 문제는 없지만. 그 실력이면 어디든 원서 넣을 수 있을 텐데, 입시에 관심이 없는 게 흠이에요. 근데 왜 입시반 수업만 고집하는지. 흔하진 않은 케이스긴 해요.’


에이, 재수 없어. 없는 재능에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명문대에 들어간 주현에겐 아무리 제 학생이라도 수영같은 존재는 꺼려지기 마련이었다.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의 말들을 곱씹으며 주현은 수영의 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젤 위에 놓인 수영의 그림은 분홍색 물감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가을에 웬 분홍색? 하며 어리둥절한 주현이었지만 수영은 그저 무심한 듯 붓질에 몰두했다. 머릿속 물음표가 사라지기 전까진 떠나지 않을 모양인지 주현의 눈동자는 계속 그 분홍색에 머물고 있었다.


“쌤, 벚꽃이에요, 이거.

“……뭐?”

“봄이 좋아요, 전.”


아니, 뭐야 이 싸가지는? 예상치도 못한 당돌함에 주현이 넋을 놓고 있을 무렵 수영은 다시 물어왔다.


“선생님은, 봄 좋아해요?”

“너 나 놀리니?”

“…아닌데.”

“주제는 가을이라고 얘기했을 텐데.”

“전 봄이 좋아요. 선생님은 봄 좋아하세요?”


계속되는 봄 타령에 들려오는 건 주현의 헛웃음이었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요즘 세상 말세라더니 정말. 더 얘기해봤자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주현은 발걸음을 돌렸다. 별 일은 아니었지만 ‘학생의 반항’ 이라는 것 자체가 주현을 놀라게 했는지 주현은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강 수 영’

 감은 눈엔 수영의 명찰 속 이름 세 글자가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

+++

잠이 안와서 쪄본 조이린 ㅎ.ㅎ...끙...조각으로 끝내려다 뭔가 더 끌어가고싶어서 단편이든 장편이든 열심히ㅣ해보려구옇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끙....이건 조이린 앓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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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조이린] 미술학원 00  3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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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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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조아ㅠㅠㅠㅠ긍데왜강수영이야????
11년 전
대표 사진
내가야하면너는
이유가 있어요 ㅎㅎ!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수영이가혹시 슬기가족인가여ㅎ..슬기동생이라덩가 궁예질 죄성해열... 다음편기대할께열!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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