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열] 한 여름, 너와 나의 계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7/4/07407c08b1324b4a81f8a74d582012c7.png)
02. 나의 얼굴은 뜨겁고 너의 손은 차다.
" 어린이, 내가 뭐라고 그랬어. 너 감기 걸릴 거라고 했어. 안 했어 "
" …시끄러워, 머리 울려 "
어제 오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며 호언장담을 하던 저는 완벽하게 무너지고 감기에 걸려 붉어진 얼굴과 흰 마스크를 쓰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에 시원한 책상을 붙잡고 온종일 누워있습니다. 오늘은 쉬는 시간마다 온 찬열이 때문에 친구들에게 찬열이가 오면 잔다고 일러두고 어떻게 어떻게 잘 모면하며 자는 척을 했습니다만. 점심시간 아무도 없는 교실에 체육복 차림을 한 찬열이가 저를 깨우러 흔들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뜨거운 체온에 알아버렸나 봅니다. 결국 흔들리는 몸에 머리까지 울려 고개를 들어 올리면 제 모습을 한번 보고는 자신의 손으로 제 이마를 덮어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하는 찬열이입니다. 그런 찬열이의 잔소리에 저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그만하라는 듯한 제스처와 말을 하고 찬열이는 제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저를 빤히 쳐다볼 뿐입니다. 오늘따라 독하게 온 감기에 학교에서의 들리는 모든 소음이 윙윙 귓가에 울리니 미칠 것만 같지만. 여기서 집으로 돌아간다면 제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개근상!'을 못 받으니. 무조건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혹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 너 때문에 미친다. 하루 정도는 빠져도 개근상에 아무 탈 없으니까. 조퇴서 쓰고 집에 가서 이불 덮고 자라 어? "
" ……그건, 진정한 개근상이 아니야. 그리고 이제 4교시 남았어…. 조금만 더 버티면 돼. "
" ‥후, 어쩐지 올 때마다 애들이 잔다고 하더라. "
죽어도 집으로는 못 가겠다는 제 말과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던 제 모습을 아는 찬열이에겐 집에 가지 않겠다는 제 태도가 퍽이나 좋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일 년에 두세 번씩은 걸리는 감기는, 항상 지독해서 한번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 저인데. 이제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렸으니. 당연히 좋게 볼리 만무하겠지요. 멍하니 정면만 응시하는 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찬열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는 마른 세수를 합니다.
" 양호실에 가긴 했어? "
" 아니…. "
" 약은. "
" 안 먹었어 "
" 밥은 "
" ……안 먹었어 "
하루 종일 찬열이가 가장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한 저는 곧 화낼 듯한 찬열이의 표정에 실 없는 웃음만 허허 웃으니, 다시 한번 마른 세수를 하던 찬열이는 자신이 입고 있던 동복 체육복을 제게 덮어주며 또다시 한숨을 푹 쉽니다.
" …너 진짜. 다 나으면 엄청 화낼 거야. "
" …… "
" 대답. "
" …어. "
" 조금 덥더라도 덮고 있어. 또 덥다고 다른 데다 갖다 놓지 말고 "
" ……응. 노력해볼게 "
제 말에 신뢰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던 찬열이는 제 알겠다니까라는 말에 그제야 발걸음을 어디론가 뗐습니다. 하, 드디어 조용해진 교실에 저는 바람기 빠진 웃음을 지으며 이제는 미적지근한 책상에 다시 얼굴을 묻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역시. 잠은 이렇게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조금은 뜨겁지만 나른한 햇빛을 받으며 자야 잠이 잘 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그조 열매 오빠와 손을 잡는 꿈을 꾸었으면….
" 어후, 야. 일어나봐. 어린이. 일어나, 눈 떠 "
" …아으. "
얼마 안돼서 또다시 몸이 흔들리는 느낌에 그동안 잘 감겨져있던 눈이 떠지고 환한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잘 맞춰지지 않는 눈동자의 초점을 이리저리 돌리면 붉어진 얼굴로 땀을 흘리는 찬열이가 서 있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점점 선명해지는 시야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니 찬열이가 헉헉 숨을 고르며 CY 편의점의 흰 봉투를 제 책상에 올려놓고 자신의 검은 티로 땀을 닦습니다.
" …더워 죽겠네. 에어컨 안 되나? "
에어컨이 나오는 천장을 바라보던 찬열이가 인상을 찌푸리다 곧 멍하니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앞자리에 앉아 봉투에 담긴 물건들을 모두 쏟아 보여줍니다.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야채죽과 생수 한 병 그리고 타오레날이 책상에 올려지자 저는 그것을 바라보다 찬열이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아직도 붉은 얼굴을 하곤 제게 일단 죽을 매점에 가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오겠다는 찬열이에게 고맙다 한마디 못하고 그냥 매점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일단 학교에 와서 도통 움직이질 않아 물도 마시지 못해 갈증이 나는 목에 디융수라고 적혀있는 생수병을 집어 들고 벌컥 벌컥 들이켰다. 시원해지는 느낌에 슬쩍 웃으며 다시 책상에 생수병을 내려놓으면, 뛰어가기라도 한 것인지 금세 죽을 가져오는 찬열이의 모습이 왜 그리 웃기던지 바람기 빠진 웃음으로 작게 소리 내 웃으니 찬열이도 덩달아 웃으며 웃지 말고 죽이나 먹으라며 뚜껑에 있던 하얀색 플라스틱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곤 자신도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저를 쳐다봅니다.
" 먹어, 식겠다 "
" …이거 사려고 그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달려갔다 왔어? "
" 학교 뒤 쪽에 편의점 생겼다고 해서 거기 다녀온 거야. "
" ……고마워. "
" 고맙긴, 빨리 먹고 약 먹고 보건실에서 좀 쉬어 "
" …응. "
고맙다는 제 말에 찬열이는 제 머리를 쓰담으며 환히 웃어 보입니다. 그 모습에 괜히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이고 숟가락을 들어 죽을 먹으려는데, 갑자기 찬열이의 큰 손이 제 뺨을 잡고 들어 올리며 저와 시선을 맞추더니 시원한 표정으로 웃습니다.
" 열. 아까보단 많이 내렸다. 이제 약 먹고 한숨 자면 다 내리겠다. 어린이 "
뺨에 닿은 찬열이의 손이 어제 그 음료수보다 조금 더 찬 듯합니다.
+ 여다미의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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