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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해."

"응?"

"빨리, 맞추라고. 발걸음."

 

 

 

 

차분하게, 하지만 짙게. : 3

 

 

 

 

딱히 두드러지게 큰 일이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슨 일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였다. 그저 그런, 차분한 나날들. 연못 위에 작은 돌을 던지면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수면위로 파동이 미약하게 넘실대는것과 같은. 그런 일상들이였다. 루한과는 처음과 다를 바 없이 관계를 유지했고,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세훈이 또한 첫 만남보다는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리고 난 그 작은 소소함이 좋았다.

 

"예가야, 예가야."

"응응, 왜 루한아."
"그냥."

"오구오구, 그냥 그랬어?"

"……쇼한다."

  

이런 작은 대화 하나에도 웃어버릴수 있는 이 상태가 좋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우리가 좋았다.

 

 

*

 

"오늘은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어?"

 

루한과 세훈이를 처음 만난 그 날 이후로 내 일상은 거의 비슷했다. 레나와 아침식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 꽃을 피우다 내 방으로 올라와 나갈 채비를 한 뒤, 옆집인 세훈이네로 간다. 우리 집 문밖을 나서 울타리를 지나와 스무걸음 쯔음. 나는 세훈이의 집 앞 울타리쪽에 서 있다.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종을 누르면 기다렸다는 듯 루한이나, 조용히 세훈이가 문을 열어 날 맞이했다. 그러면 난 인사하며 당연하다는 듯 내 지정석이 되버린 쇼파에 털썩 앉아 뭐하고 있었냐 물어보고, 둘은 대답하고. 잠시 그렇게 조잘대며 이야기하다 세훈이는 책 한권을 꺼내와 읽기 시작했고, 루한은 노트북을 가져와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둘을 잠시 보다 세훈이처럼 책을 읽기도 했고, 조금 좀이 쑤신다ㅡ 싶으면 루한이 옆에 앉아 그가 서핑을 하는 것을 옆에서 같이 보았다. 루한은 내가 옆에 있어 서핑하기 눈치보인다고 투덜댔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영화 볼까? 하고는 영화를 틀었고, 세훈이는 영화소리가 시끄럽다며 이어폰을 꽂고 보라고 투덜대고, 나는 웅얼거리며 그러면 한쪽만 들려서 불편하다 작게 항변하고. 루한은 내 항변에 힘을 실어주었다. 시끄러우면 너가 들어가! 2:1이야! 세훈이는 한쪽 눈을 작게 찡그리면서도 으래 그랬듯 방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이런 일들을 반복하며 난 해가 뉘엿뉘엿 질때쯤 세훈이의 집에서 나와 내 집으로 향했다.

 

"응, 오늘은 시내나가서 캔버스도 사고, 물감도 사고. 그냥 그림재료 사려고."

"혼자?"

"응? 그렇,지? 왜?"

 

내 말에 루한은 뭔가 맘에 안드는 듯 지그시 날 응시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나는 그저 그 시선을 오롯히 받으며 그가 왜 이렇게 날 보는지에 대한 이유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초 동안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던 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눈싸움을 중재시킨건,

 

"같이 가."

 

세훈이였다.

 

어? 뭐라고?

같이 가자고. 싫어?

아, 아니. 싫은건 아니지만. 정말, 정말 싫은거 아니야!

그래, 그러니까 가서 준비하고 와.

 

세훈이는 안가고 뭐하냐는듯한 눈빛을 나에게 보내며 턱으로 문을 가리켰다. 얼떨떨함에 잠시 그를 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 응. 그래. 언제 만나?

 

"30분뒤에. 너 준비하는데 시간 걸릴거같으니까."

"응! 내가 이리로 다시 올게!"

"늦지나 마."

"걱정마!"

 

 

*

 

 사실 30분이 조금 촉박한 시간임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난 여자야, 세훈아. 모자라다고……. 결국 세세한건 그냥 포기했다.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른 후 거울을 흘깃 보았다. 사실 별 차이 없는데, 그래도 왠지 시내라고 하니까 예의는 차려야 할 것 같았다. 화장품을 챙겨오길 잘했어. 사실 요 근래 쓰질 않아서 괜히 가져왔나 조금 후회하던 차였다.

 

내가 뭐뭐 사야하지? 생각보다 일찍 준비가 끝난 탓에 나는 침대 위에 털썩 쓰러지듯 누워 내가 시내에 가서 뭘 사야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우선 캔버스. 큰 것보단 작은 것 여러개를 사는게 나을 것 같아. 사실 만드는게 더 싸긴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이번에만 사고 다음에는 그냥 만들어야지. 아, 그래. 이젤도 사야했다. 이젤이 택배를 통해 오는 중에 망가질 줄은 몰랐지… 이젤 비싼데. 또 없으면 불편한게 이젤이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 유화 물감은 아직 많이 있으니 아크릴 물감을 사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대강 이 정도면 되겠지. 생각을 끝내며 핸드폰 홈 버튼을 눌러 시계를 보았다. 음, 이제 나가야겠다.

 

 

*

 

 

"늦었어."

"미안, 레나가 시내 가는김에 자기껏도 좀 사와달라고 하는 품목들을 좀 듣느라."

 

한번만 봐줘, 응? 미안하다는 표정을 가득 담아 세훈이를 보자, 그는 잠시 나를 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루한을 보았다. 그 눈빛이 말하는 것은 뚜렷했다. 넌 왜 와? 그 눈빛을 나처럼 정확히 읽은 듯 루한은 당연한걸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세훈이를 보았다.

[EXO/루한세훈] 차분하게, 하지만 짙게 3 | 인스티즈

"우리 셋은 일체동심이니까."

"…일심동체겠지."

"아."

 

좋아, 이렇게 하나를 또 배웠어! 그치, 예가야? 나는 루한의 그 말에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버스타야해."

 

 

*

[EXO/루한세훈] 차분하게, 하지만 짙게 3 | 인스티즈

 

…이 둘과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것이 내가 둘과 처음으로 바깥에서 뭔가를 하며 느낀 소감이였다.

 

이건 정말 진심이였다. 조금 전의 나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나 혼자 여길 오려고 했던거지? 그래서 루한이 그런 눈빛으로 날 본건가? 음, 어쨌거나 저쨌거나 정말 다행이야.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는 동안 우리는 실없는 농담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20분에서 25분남짓 걸리는 거리-루한이 말해주었다-를 올 동안 우리 외에는 별달리 타는 사람들도 없어, 우리는 조금 편하게 이야기하며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시내에 도착해 내리자, 나는 다시 한번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진짜 예쁘다…."

"예가야, 예뻐?"

 

내 반응이 신기한 듯 루한은 나와 내가 바라보는 건물을 번갈아가며 보았고, 그런 루한을 보며 나는 웃음지었다.

 

"응, 저번에 여기 왔을땐 조금 어둡기도했고, 주변을 보면서 갈 만한 상황이 아니였었어."

"흠, 그래? 어차피 이제 자주 볼텐데, 뭐."

"응, 맞아."

 

나는 한국에서 있었을때 미리 찾아둔 화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세훈이와 루한 또한 내가 가는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러고 있자니 내딛는 발도 맞추고 싶어진 나는 고개를 숙여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맞추려 노력했다.

 

"뭐해?"

 

내가 엇박으로 걸으며 발을 맞추려는게 조금 신경쓰였던 듯 한쪽 눈을 살풋 찡그린 세훈이가 말을 걸어왔다.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발 맞춰 걸으려고. 재밌을거같아서."

"퍽이나."

"…씨이."

 

별 시덥지않은것을 한다는 눈빛으로 날 보던 세훈이는 이내 발걸음을 조금 늦췄다.

[EXO/루한세훈] 차분하게, 하지만 짙게 3 | 인스티즈

 

 

 

"빨리해."

"응?"

"빨리, 맞추라고. 발걸음."

 

잔잔히 방금 전 까지 나를 내려보던 시선을 돌려 그저앞을 보는 세훈이가 괜시리 고마워진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밝아진 목소리로 응, 하고 대답하고는 세훈이와 발걸음을 맞췄다. 아무래도 발걸음의 속도가 문제였던 듯, 이내 어렵지 않게 세훈이와 발걸음을 같이 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루한은 입을 열었다.

 

"나도, 나도 할래!"

"그럼 루한이 맞춰. 나랑 세훈이는 맞춰져있잖아."

"음, 좋아."

 

잠시 우리 둘의 발걸음을 관찰하던 루한은 한번의 엇걸음으로 우리와 걸음을 맞추었다.

 

"루한이 그렇게 쉽게 맞추면 힘들게 맞춘 나는 뭐가 돼……."

"이게 다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거야."

"루한, 너 그 소리 저기 계신 할아버지께 해봐."

"신랄하게 비웃음 당하겠네."

"야, 씨."

 

결국 우리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루한도, 나도, 세훈이도. 모두.

 타박, 타박 하고 한번에 들려오는 세명의 발걸음 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록님 말씀하신대로 그냥 삽화를 음.. 해봤는데 이게 맞나요?ㅠㅠ으으

셋이 있는 도시는 베르겐이예요!

 

하지만 셋이 있는 마을은 베르겐에서 떨어진 어딘가..☆

루한이도 따로 집이 있어요. 다만 세훈이네에서 계속 눌려박혀 사는것뿐! 덕분에 세훈이 집에는 루한이 옷도 있고 그렇다고 합니다! 

암호닉받아요! 막 해주세요 다 기억할게요ㅠㅠㅠ 댓글도 막 달아주세요 나 댓글달아주시면 다 답글달수있어ㅠㅠㅠㅠ잉잉ㅠㅠㅠ

+사진 출처는 텀블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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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록이에여...(부꾸) 맨 마지막에 록 한줄 있는게 분위기있다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록'자체 말을 되게 좋아해서 ...헷...!! 사진 넘 조아여 ㅠㅠㅠㅠㅠㅠㅠ힝 ㅜㅜㅜㅜㅜㅜㅜㅜ앗 3화를 이렇게 빨리 올려주실줄은 몰랐는데..ㅋㅋㅋ 근데 예가라는 이름은 오디서 따오신거에요? 되게 특이한 이름이라 …!!
저두 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좀 하는 편인데 캔버스 비싼거에서 공감공감........ 그리고 아크릴 물감도 엄청 비싸져...흡...훅...ㅠㅠ 일체동심 넘 뀨ㅣ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루루!!!!!!!!!넘뀌요엉!!!! 루루랑 세훈이랑 같이 사는 집에서는....(ㅇㅅㅁ...) 저도 옆집 어딘가 살고싶네요 ★ 진짜 전 이 글 분위기 넘 져아여 ㅠㅠㅠㅠㅠㅠㅠ쥬금..ㅇ/<-< 잔잔하고 비지엠도 큐ㅠㅠㅠㅠㅠㅠㅠㅠ쓰니님 짱머겅!!!!!!!!!!!!!!나랑 워더해!!!!!!!!!!!!!!!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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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헤헤..록님이다..록님...
예가라는 이름은 그냥 어쩌다보니 따왔어요! 이름을 만든건 1년전인데 이제야 이름을 쓰네요!
전 미술전공이예요! 으앙!
왠지 루한이는 몇단어 몇단어 어려운건 틀릴것만같ㅋㅋㅋㅋ아ㅋㅋㅋ요ㅋㅋㅋㅋㅋ
루한이랑 세훈이가 함께사는 집에는...........예가가 뛰어들어옵니다
저랑 같이 루한이랑 세훈이 옆집에 또 살아요! 살아주세요! 헤ㅔ헤헤
막 글 이렇게 좋아해주시면 저 심장에 무리와요....무리온다구.....8ㅁ8...제가 글이케이케 쓰는건 다 록님덕분이야.. 록님제워더셔...저으워더.....ㅠ0ㅠ!!!!11
다같이 외쳐불러 록님워더!!!1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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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해도님..넘...슬퍼여 전 이제 오또카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힝.... 해도님이 연재하지 않는것도 그일때문이라구 생가캐여....힝.... 이 글 다시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힐ㄹ링 하고있어요.. 진짜 휴ㅅ휴 해도님 사랑해여 퓨ㅠ유ㅠㅠㅠㅠㅠㅠ 어서 돌아와요 쓰니님…!!
이 노래 갑자기 슬퍼졋.... 나의 사랑아 ㅠㅠㅠㅠ붙잡ㅂ을수없는 세월아~~~~~ 흩어져버린 나의꿈아ㅠㅠㅠㅠㅠㅠ나의꿈 록함이 ㅜㅜㅜㅇ엉엉...우_럭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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