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할까, 이 연애?"
이후에 이어지는 짧은 조각,
[고백 그 후.]
"식아, 우리 진짜 결혼하는거야? 나 너무 설레서 잠이 안와."
동그란 눈을 댕그르르 굴리며 내 옆에 누워 조잘조잘 얘기를 하는 별빛이가 너무 귀엽다.
습관적으로 귀여워- 하고 볼을 쓰다듬자 난 귀여운게 아니라 섹시한거야! 하고 입술을 내미는데 아 미쳤나봐, 그것마저 귀여우니까.
오늘 하루종일 간호한 효과가 있는지 이제는 얼굴이 좀 발그레한 것 빼고는 이상도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마에 손을 대보지만 더이상 뜨겁지도 않다. 새벽에 갑자기 열이 올랐을 때는 어찌나 놀랐는지.
다시는 아프지 마, 알았지? 하고 바라보자 응, 작게 대답하며 내 품에 안겨오는 너. 꼼지락 꼼지락 내 허리사이에 가느다란 팔을 넣고 힘을 줘서 꼭 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누가 누굴 안는건지. 그래봤자 내게 안긴 것 처럼 보일 뿐인데.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한결같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별빛아, 너 단점 좀 말해봐."
끈금없는 내 질문에 나를 안았던(사실은 안겨있으나마나 한) 팔을 풀고 나를 보는 너. 생각을 할 때는 언제나 콧잔등이 찡긋, 이마가 씰룩, 입은 앞으로 쭉 모은채 고민한다.
김원식, 지금 왜 이런 걸 묻는 거지- 무슨 답을 원하는거지. 하면서 빠르게 굴리고 있을 머리속이 보여서 계속 웃음이 난다. 나 이렇게 웃는게 헤픈 사람이 아닌데.
"음... 너무 예쁜거? ......또......너어어무 귀여운거?"
하나를 말하고 눈치를 슥- 보고, 또 하나를 말하고 눈치를 살피는 네가 혼나기 전의 아이같다.
일부러 더 엄한 표정을 지어본다. 웃을 땐 좀 귀여워도 내가 사실은 무서운 얼굴이라고, 이 김원식이가.
"알겠어, 똑바로 말할게요...일단! 찡찡대지, 식이 너한테. 또..... 우산! 맞아, 우산을 맨날 못 챙기지. 음, 또...체력이 바닥인거? 음..."
계속 눈치를 보더니 이젠 진짜 단점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쩌냐, 그런게 하나도 단점으로 안보여.
찡찡대는 너는 아기같이 너무 사랑스럽고, 네가 우산을 챙기지 못해서 나는 네 회사 앞으로 찾아갈 핑계가 되지.
또 체력이 바닥인거. 그래, 그거 하나는 단점으로 봐줄게. 아프지마, 다시는. 내가 더 속상하니까.
"그런데 단점은 왜?"
뭐 혼내려고? 라고 말하며 별빛이가 나를 확 노려본다. 사실은 하나도 안 무섭지만 무서운 척해줬더니 잠찔이라며 한참을 웃어댄다.
잠찔이가 뭐야? 라고 묻자 비밀- 하는 입에 짧게 입을 맞추고 바라보자 한번 더 왜 물어보냐고 물어온다.
"너무 좋아서. 너무 예쁜 점 밖에 없어서 나쁜 점 좀 있나 궁금해서 그랬어."
닭살! 하고 외치며 베개를 던지려는 네 팔을 획 잡고 앞으로 당기자 손쉽게 내 품에 안겨 오는 너. 그런 너를 품에 안은 채로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내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맞춰서 같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네가 귀여워서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등 위에 손을 얹고 토닥토닥- 두드리기 시작했다.
낮게 읊조리는 허밍을 좋아하는 너니까 무슨 노래를 불러줄까 하고 머리속으로 부지런히 생각하는데 그 새를 못 참고 또 꼼지락꼼지락.
"식아, 식아아- 원식아. 나 잠안와- 오늘 많이 자서 그런가봐."
그런데 별빛아, 자꾸 움직이지 말아봐. 막 갑자기 어디서 들은 노래가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고.
너가 좋아하는 그 가수, 빅스 노래 중 그만버티고? 막 허밍으로 그 노래 불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막. 미쉬, 미쉬, 미쉬겠는데.
"별빛아, 잠 안와?"
"응- 너무 많이 잤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쨰.
"별빛아 그럼-"
이오빠가-
"못자게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