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라, 구준회!
" 좋아해, 준회야." 오늘도 어김없이 준회에게 고백을 했다. 오늘로 열번째 고백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거절 당했지만.. 준회의 마음이 나를 향할 때까지 계속 내 마음을 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준회는 그런 내가 부담스러웠었나 보다. 차가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준회가 너무 낯설었다. "지금까지는 미안해서 말 못 했는데, 말 안 하면 계속 그럴 것 같아서 말할게. 나 너한테 먼지만큼도 관 심 없어. 좋아해주는 건 고맙지만 솔직히 이러는 거 부담스럽고 귀찮아. 앞으로는 이런 일로 부르는 일 없으면 좋겠다." 나에게 이렇게 길게 말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하필이면 거절의 말이라니. 입에 절로 쓴 미소가 걸렸다. 나와는 다르게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인 준회를 좋아했다. 원래 내 성격이었으면 매일 고백은 커녕 한 번 고백을 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준회를 만나고, 준회에게 맞는 여자가 되기 위해 성격마저 밝고 당차게 되려고 정말 노력했다. 하지만, 겉으로 내가 밝고 당차다곤 해도 그런 직설적인 말에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준회가 나에게 저렇게 말했을 때, 솔직히 비참했다. 사실 많이 원망도 했다. 그래서 그후로 다시는 준회를 불러내지 않았다. 같은 반이지만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더이상은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은, 준회를 좋아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달을 준회를 피해다녔다. 처음에는 편해보이던 준회가 몇주 지나자 왠지 나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왔지만, 나는 그것마저도 피해다녔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려고. 나는 그의 말이 두려웠다. 한 번뿐이었던 차가운 말이 내 마음에 깊게 박혀 그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결국 끝까지 준회를 피해다닐 순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실을 나서려 하는 내 앞을 준회가 막아선 것이다. "...무슨 볼 일 있어?" " 김삥, 나랑 얘기 좀 해." " 무슨 얘기? 난 너랑 할 얘기 없는데." 그렇게 말하고 옆으로 비켜 지나가려는 내 손목을 잡은 준회가 말했다. " 너 왜 자꾸 나 피해다녀? 내가 저번에 말한 것 때문이라면 사과할게. 그땐..." " 그땐? 그땐 뭐. 네가 그랬잖아. 부담스럽고 귀찮다고.. 그래서 피해줬잖아! 지금은 또 뭐가 문젠데?" 절로 말이 날카롭게 나갔다. 이제와서 무슨 사과를 하는 거야. " 김삥, 내 말 좀..." " 아니, 나 네 말 안 들을래. 나 너 정말 좋아했어.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정신이 확 들더라." "..." " 사과할 필요없어. 다 진심이었잖아. 덕분에 나도 빨리 정신차리게 되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나 지금 바빠서 그런데, 먼저 가 볼게." 나는 내 손목을 잡은 준회의 손을 풀고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벗어났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준회가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 좋아해!" "..."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준회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나 김삥 널 좋아하고 있어. 이제와서 이러는 거 염치없는 거 아는데, 맨날 옆에 있던 네가 없어지니까 알겠더라. 나는 널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구준회, 미안한데 난.." " 아니야, 말하지 마. 나 너한테 그딴식으로 말한 거 죽도록 후회해. 진짜 내가 나쁜놈인거 아는데, 나 한 번만 기회 주면 안 되냐." 다시 내 손을 붙잡고 애절하게 말하는 준회를 바라보았다. 준회는 내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 었다.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얼마 전까지 준회의 앞에 서 있던 나의 모습 같았다. 슬쩍 고개를 들은 준회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동공이 흔들리더니 다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 네가 나 이제 싫어하는 거 아는데.. 기회를 달라는 건 내가 너무 염치 없는 거겠지. 그래도.. 나 싫어하지만 말아주라. 나 많이 반성하고 있는데.." 모든 걸 포기한 듯이 비맞은 강아지마냥 어깨가 축 쳐져 시무룩하게 말하는 준회를 보니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 접었다고 생각했던 준회를 향한 마음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바로 준회의 마음에 답해줄 순 없었다. 아직 나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여자 마음은 갈대라더니, 몇 마디 말에 돌아섰던 말이 다시 몇 마디 말에 돌아올 줄이야.. 그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가 마음 고생을 얼마나 했었는데, 너도 고생 좀 해봐라. -------- 그러므로 굴러라, 구준회! 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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