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준다. 난 어머니에게 달려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차다. 너무 시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떼고 어머니를 바라본다. 난 주머니를 뒤적거려 그때의 그 부서진 핀을 발견해 어머니에게 쥐어드린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난 황급히 어머니를 따라 달린다. 따라달려 나온 배경은 우리의 작은 2평짜리 방, 어머니는 밥을 짓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리에 앉는다. 허름한 상자 책상이 내 앞에 놓여져있고 책과 싸구려 화장품들이 방바닥에 굴러다닌다. 어머니는 잠시 뒤 나에게 밥을 준다, 밥그릇에 가득 담아 숟가락과 함께 건내준다. 나는 꾸역꾸역 밥을 먹기 시작한다. 한참을 그렇게 밥만 퍼먹다 나는 갑자기 목에 밥이 걸린듯 쿨럭쿨럭 심하게 기침을 해댄다. 켁켁, 나는 눈물이 날정도로 주저앉아 기침을 하다 결국 바닥에 토를 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다 토를 하는 나의 등을 토닥여준다. 토닥, 토닥. 나는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내 등을 쓰다듬어 준다. 여전히 손이 차다. 점점 그녀는 나에게서 멀어진다.
어디 가시는거예요…? 가지마세요…! 가지마요, 가지말아요! 어머니, 어머니… 엄마!!!!!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내가 준 핀을 흔든다. 꿈에서 나온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오메가 버스 13
아프다, 너무 힘들다.
몇주 째 이 문장이 위안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한 마디로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었다. 휴가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한게 적응이 안되서 그런가,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무겁게 다가왔다. 위안은 자신의 현 상태에 심각성을 느끼며 빨리 다시 원래 패턴에 맞춰 정신을 차려야겠다 관자놀이를 짚으며 생각했다. 병원에 가볼까 잠깐 생각도 해봤지만, 별거아닐꺼라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접었다. 오메가가 병원을 가는건 큰 사치이자 부담이였기 때문에 위안은 병원에 거부감이 들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큰 병이 들었다면 보험에 들 수도 없고 그렇기에 보험처리도 안되는 오메가였기때문에 위안은 병원에 가기가 두려웠다. 병도 무서웠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더 무서웠다. 위안은 일을 하다가 잦은 두통과 속쓰림을 느끼는것에 큰 병이 들었을꺼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약국에 가서 약을 타먹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지어 먹은 약이 효과가 없어서 지칠뿐이였다. … 다른 약국을 가봐야되나. 위안은 콕콕 찌르는듯한 배의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휴가때 상태가 더 나빠지는건 나밖에 없을꺼라 그랬던 타일러의 말이 생각났다. 바람이나 좀 쐬고 올까, 위안은 쓰린 배를 부여잡고 밖으로 향했다.
* * *
요즘 위안이형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병든 닭마냥 골골거리는게 보는 내가 더 안타까울 지경이다. 처음 봤을때보다 위안이형은 현저하게 야위어졌다. 요즘은 낯빛도 창백해져서 누가 보면 진짜 아픈 환자같기도 했다. 나는 위안이형이 진짜 심각하게 어디가 안 좋은건 아닐까 생각하며 병원에 같이 가보는게 어떻냐고 넌지시 물어보며 병원가기를 권했었다. 대답은 당연히 No. 안 갈 사람인건 알지만 정말 안간다고 대답하니 더욱 걱정이 되어 견딜수가 없었다. 그는 위태로웠다. 툭하고 건들이면 픽하고 쓰러질만큼 위태로운 상태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타쿠야를 바라보았다. 모든 이 상황의 근원이 저 사람이라 생각하면 화가 나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는 뻔뻔하고 염치가 없었다, 무례하고 자기 중심적인데다가 자기 감정도 모르는게 어린아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나는 그가 형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대략적으로 알기는 했지만 그걸 그에게든 형에게든 두 사람에게 굳이 말해주고싶지는 않았다. 물론 말해서 들을거 같지도 않지만. 그의 잘못된 방식의 감정표현은 서로에게 독이 될만큼, 특히 형을 파멸로 이끌만큼 좋지 못했다. 만약 그가 형에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해도 나는 그것마저도 달갑지는 않을것이다. 그는 무례하니까. 나는 형과 친구지만 애인이 아니고 그는 애인은 아니지만 친구는 더더욱 아니다. 소설에나 나올법한 알파와 오메가의 행복한 사랑이야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거처럼, 지금 그들이 불행한거처럼.
나는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그 결말에 알파가 (콕 집어 타쿠야.) 그가 있기를 원치않는다. 나는 그를 불신한다. 그는 내가 만난 알파,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 중에 제일 무례하다. 나는 위안이형을 바라보았다. 그가 배를 부여잡고 밖으로 걸어 나간다. 나는 타쿠야도 한번 바라보았다, 그는 감정이 들지않은 표정으로 무료하다는듯 자리에 앉아있을뿐이였다. 그는 저렇게 조용히 있어도 어느 순간에 보면 자신이 없는 공간에서 형을 탐한다. 그게 화가 나 참을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보호해주려해도 그는 어느 순간 내 시야밖에 벗어나 사라져있다. 나는 나의 무능력함을 탓하면서도 그의 행동에 소름이 끼치고 경멸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그는 악이였다, 모두를 잠식시켜버리는 무겁고 무서운 악.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형을 따라나온다.
.
.
.
“대리님!“
“…, 어? 타일러.“
“안색이 안좋아요, 어디 가세요?“
“그냥 바람 좀 쐬러. 나 따라나온거야?“
“가다가 쓰러질까봐요.“
그는 하하 웃으며 괜찮으니 어서 다시 들어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나는 누가봐도 거짓말인 그의 허세에 혀를 차며 그를 따라간다.
“대리님, 커피한잔 뽑아드릴까요?“
“커피요?“
“네, 커피. 대리님 블랙커피 드시는거 맞죠?“
가다 보이는 자판기에 나는 형을 붙잡고 커피를 권한다. 어차피 곧 점심시간인데 그냥 여기서 커피마시고 농땡이 부리다가 점심이나 먹으러 가버려요! 나는 너스레를 떨며 주머니에 굴러다니던 동전 몇개를 꺼내 자판기에 집어넣으며 그를 자판기쪽으로 끌어당긴다. 형은 막무가내인 내 모습에 힘없이 못 이기겠다는듯 웃으며 자리에 서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빈속에 커피가 괜찮나싶기도 해서 잠시 망설이지만 그래도 한잔인데 괜찮겠지싶어 난 내꺼와 형꺼 두 잔을 꺼내 한 잔을 형에게 건내준다. 커피냄새가 주위를 에워싼다. 형은 커피를 받아들고 잠시 서있다가 인상을 찌푸린다. 나는 내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시면서 형을 쳐다보다 그의 표정에 놀라 왜요, 안에 뭐라도 들어가있어요 하고 말하려고 했다. 근데,
“………욱, 아… 토나올거같아.“
그가 나에게 커피를 건내주고 눈을 몇번 깜박이더니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버린다. … 나는 놀라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내 커피와 한 입도 안댄 그의 커피를 들고 자판기 옆에 서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무언가가 떠올랐는데 너무 소름끼치고 놀라서 그 생각을 머리에서 얼른 지워버렸다. 설마…, 설마.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사람이 놀라면 몸이 떨리는구나싶을정도로 내 손안에 든 커피가 미세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숨이 턱 막혀 사고가 정지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 마시지도 못한 커피를 쓰레기통에 구겨 버리고 나는 형이 간 화장실을 향해 냅다 달렸다. 머릿 속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달리면서 그간 형의 행동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 너무 소름끼치게 들어맞는 기분에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대체 얼마나 신은 그를 비참하게 만드려고. 나는 형이 들어간 화장실을 들어가 칸마다 형이 들어가있나 확인하였다. 별다른 수고없이 그는 화장실 문도 안 잠그고 반쯤 열린 화장실칸에서 토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얼굴을 구기며 그의 등을 몇번 두드려줬다. 웩, 켁. 한참이 지나고 그가 기운빠진 퀭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 힘들어.“
“…… 입가 닦아요.“
나는 마이 안쪽에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손수건을 받고 입가를 닦는다. 손수건에 뭍은 찌꺼기들을 보자 그는 비위가 상한다는듯 인상을 쓴다. 내가 빨아서 내일 갖다줄께요. 그는 입을 몇번 더 닦고 가지런히 접어 바지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으려했다. 나는 그럴 필요없다는듯 손수건을 뺏듯이 잡아 손수건을 휴지통에 버렸다. 그는 내 행동에 놀라 나를 쳐다봤다. 나도 내 행동에 놀라 표정에는 나타나지않았지만 많이 놀랐다. 침묵이 우리를 감싸며 정적이 흘렀다. … 나는 혼돈스러웠다. 나는 굳어버린 내 입을 달싹거리며 그에게 말을 건냈다.
“…… 형, 그… 혹시 오늘 먹고 싶은거 있어요? 이제 점심때잖아요.“
“… 점심? 속이 안좋아서….“
“아뇨, 그래도 계속 빈속으로 있으면 안되잖아요. 뭐 먹고 싶은거…“
“…… 고기.“
“네?“
“고기 먹고싶다. 이따 고기먹으러 가요.“
대답을 생각했다는듯 그가 고민없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나는 웃으며 그래요,형. 하고 대답한다. 나는 형보고 그럼 저 화장실 좀 갔다올테니 먼저 나가있으라 말하며 형을 밖으로 내보냈다. 형은 토를 해서 힘이 없는지 비틀비틀 화장실 거울로 제 얼굴을 한번 쓱 훑으며 화장실밖으로 빠져나갔다. … 나는 화장실 칸에 주저앉아 진정안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진짜… 진짜 이런 일이 어떻게 있어? 나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펼쳐짐에 놀랍고 당황스러워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 이러면 안되는데 너무 거북하다, 더러워. 상식밖의,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기사에서만 보던 일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난 혼란스러워 머리를 부여잡았다. 거부감이 들었다. 난 내가 이런 상황이 오면 당연하다는듯 대처할줄 알았는데 막상 부딪쳐본 상황은 생각보다 더 거부감이 들었다. 온 몸에 닭살이 돋아 팔을 매만졌다. 뭔가 눈물이 날것같았다. 어떡해… 형 불쌍해서 어떡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위안형을 생각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걸까, 어디까지 가야 이 이야기가 끝이 나는걸까, 끝이 날수있을까, 행복하게. 뭐부터 다시 시작해야될까,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걸까.
……… 위안형이 임신한거같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밖에 서있을 그를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어째서 어떻게 이렇게 되버린걸까.
* * *
“맛있어요?“
“고기는 당연히 맛있죠.“
대낮부터 회사원이 고기를 굽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긴 했지만 위안은 그런 것은 별로 개의치 않고 눈 앞에 있는 고기를 줏어먹기 바빴다. 요 며칠 간 식욕이 없어서 그냥 굶는게 파다했는데 막상 먹고 싶은게 떠오르니까 걸신들린것 마냥 마구 먹어대는 본인의 모습에 위안은 스스로도 놀란 눈치였다. 원래 기름진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위안은 정신없이 고기를 먹다가 타일러를 쳐다보았다. 내가 너무 정신없이 먹어서 못 먹는건가, 위안은 미안한 기색을 하며 어서 먹어요, 하고 고기를 타일러쪽으로 밀어줬다. 타일러는 고마워요, 근데 형 많이 드세요! 하며 거절하였다. 위안은 타일러의 모습에 어디 아픈가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타일러가 안 먹은 고기를 마저 집어먹으며 그 생각을 잊어버렸다.
타일러는 그의 모습을 물그러미 바라보면서 혼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병원부터 가봐야하나, 사실을 먼저 알려줘야할까, 타쿠야… 그 사람에게 먼저 말해줘야하나. 선택지가 다양했음에도 마땅한 선택을 고르기가 힘들어 그는 골치가 아팠다. 그(위안이든 타쿠야든)가 그 사실을 알았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타일러는 입술을 축이며 넌지시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말을 건냈다. 생각했던거외로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형, 만약에요.“
“만약에?“
“네, 만약에요. 제가 요즘 사회 문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오메가의 원치않는 출산문제가 심각하다 읽었거든요. 낙태할 방법도 없고… 만약 아이가 알파로 태어나면…,“
“지워야해요.“
“지워…요?“
“네, 질문이 만약 오메가를 원치않게 임신시켰을때 낙태를 시킬것인가, 낳게할것인가 이런거 아니예요? 전 지워야된다 생각해요. 낙태? 불쌍하죠, 근데 낳으면 더 불쌍해요, 그 아이. 오메가로 태어나면 낙태보다 더 불쌍해져요.“
원치 않는 삶이니까. 아무도 오메가로 태어나고 싶어하진 않아요.
씁쓸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타일러는 약간 놀라며 그의 말을 하나하나 듣고 곱씹었다. 맞는 말이였다. 그의 말은 경험에서 진심어린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였다. 그의 축 처진 어깨와 슬픔이 어린 눈을 보며 타일러는 입이 썼다. 옆에 있던 물컵에 든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뭔가 술이 땡기는 기분이였다.
“타일러가 이런 말 꺼내니까 뭔가 웃기다.“
“왜요, 그럴수도 있죠.“
“제 경험으로 볼때 애를 낳으라 해도 그 아이와 어미를 버리는 알파가 열에 아홉이예요, 만약 타일러라면 애 키울꺼예요? 아, 타일러는 그런 일이 없으려나.“
위안은 바보같은 질문을 했다는듯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 타일러는 같이 웃어줄수가 없었다.
형, 제 질문은 만약 형이 그렇게 임신을 했을때였어요. … 아니, 진짜 했으니까요.
그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타일러는 씁쓸한 고민을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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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짧지...? (숨는다)
아 바보 멍청이!!!
도입부를 12화 끝부분에 썼어야했는데 새벽에 쓰느라 정신이 나가서 생각만 하고 못썼어!!!!!! ;ㅡ;
님들 임신이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라 사실 10화부터 은근한 낌...낌새가... 막상 찾으면 보일지도...
and 타일러의 멘붕...
아 왜 12화에 도입부를 빼먹었을까 ㅠㅠㅠㅠ 망했어... 참고로 쓰니 임신물 안좋아합니다... ㅎㅎ 벗 보고싶은 장면이 있어서...
14화에서 보자들 ㅠㅠ 불토~!!!!! 아... 초록글... 고마워.....ㅠㅠㅠㅠ 다 너무 쓰릉흔드
그리고 네이버에는 오메가 치지말자들... 자체검열이 필요해... 창피해 쥐구멍 숨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