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꼭 브금을 듣기를 권장합니다. 끊어지면 또 듣고 또 들어주세요.
브금소리가 약간 작습니다, 그리고 초반부는 작게 들립니다.
오메가 버스 15
카페안은 조용했다. 이른 오전시간 막 문을 연듯한 번화가의 카페는 일찍 나온 알바생들도 잠이 덜 깬듯 눈을 비비고 있었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와 진한 커피냄새가 나는 오후의 피크 타임때와는 달리 잔잔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가게안을 메우고 있었다. 위안은 이른 오전부터 저를 부른 타일러를 물그러미 바라보다 가게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옆에 있던 장식용 쿠션을 제 배에 갖다대며 가게를 이곳저곳 쳐다보고 있었다. 타일러는 말없이 테이블밑의 발만 톡톡, 아무도 듣지못할 작은 소리로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으며 가게의 알바생이 에이드와 쉐이크를 들고 올때 까지 별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커피 냄새가 또 역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2층으로 올라오니 냄새가 올라오지는 않는거같아 타일러는 마음을 놓았다.
마음을 먹고 말하기로 결심하자 타일러는 곧바로 약속을 잡고 병원을 들르기전 그에게 지금 그가 어떤 상태인지 말해주기위해 병원 옆에 위치한 작은 커피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 나 이런 곳 처음와봐요. 해맑게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를 보며 나는 무슨 큰죄를 저지른 사람마냥 마음이 무거워 그를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각자 먹고싶은 음료를 시키고 위안이 간간히 대화를 시도하려는듯 말을 건내기도 했지만 타일러는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할까하는 막막한 생각에 긴장하여 아무 말 못하고 손에 난 땀을 바지에 닦았다. 위안은 긴장한듯 표정이 좋지않은 타일러를 보며 걱정된다는듯 타일러, 어디 아파요? 하고 안부를 물었다. 주객전도된 상황에 타일러는 웃음이 나왔다. 메뉴가 나오고 위안이 쉐이크를 같이 나온 빨대로 두어번 휘휘 젓고 쪼옥하는 소리와 함께 음료를 마시자 그제서야 타일러가 천천히 입을 땠다. 정확히는 위안의 감탄으로 시작된 대화이기도 했다.
“오, 맛있어.“
“입에 맞아요?“
“네. 초코 바나나 쉐이크.“
“달지 않아요?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음…, 요즘 단게 맛있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그런지.“
몇번 먹다가 뭉친 바나나를 다시 빨대로 저으며 위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말했다. 타일러는 제 앞에 놓여진 에이드를 들고 한 모금을 마시며 한참을 삼키지 못했다. 얼음이 들어가 차가운 느낌이 나는 에이드때문에 이가 시린 기분이였다. 타일러는 꿀꺽, 에이드를 삼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 우리 병원갈꺼잖아요.“
“네. 건강검진 받으러.“
“그……, 병원, 처음 가보는거에요?“
바보!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하는게 어딨어. 타일러는 제 머릿속에서 나온 엉뚱한 질문에 에이드에 든 얼음을 우드득 씹으며 생각했다. 위안은 잠시 생각해본다는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잔잔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타일러는 그게 더 마음이 아파 저의 잘못된 질문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음, 저 이런 카페도 처음 오고요, 놀이공원도 안가보고 동물원도 안가보고. 병원도 안가봤고 피시방도 안가봤고, 백화점도 그때 처음 가본거였어요.“
“……….“
“이번에 타일러랑 병원가면 또 가본곳이 생기네요, 우리 생각보다 많이 돌아다니나봐. 같이 가본곳이 많네.“
타일러는 갈증을 느끼며 음료를 들이마셨다. 마신다고 해결되는 근본적인 목마름의 문제가 아니였다. 에이드가 나온지 몇분도 안된 채 바닥을 드러내었다. 타일러는 잔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작게 맺힌 방울들이 또르륵 밑으로 떨어지고 그 안의 얼음들이 차게 빛났다. 입이 차마 떨어지지가 않았다. 대면해서 이야기하는게 제일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대면하니 더욱 마음이 약해졌다. 병원에 오후가 되면 진료가 많아질텐데 이러다간 하루를 써도 말도 못하고 끝날 느낌이였다. 침을 꼴깍 한번 삼키는데 위안이 먼저 걱정스럽다는듯 눈을 크게 뜨고 말을 하였다.
“안색이 안 좋아요.“
“… 아니에요.“
“힘든 일 있구나, 그쵸? 말하기 힘든 일이에요?“
“형…, 사실은요.“
“뭔데요.“
사실은…, 입에서 한 단어 한 단어가 나오면서 머릿속으로는 장위안, 타쿠야, 회사, 아버지, 어머니… 여러 인물들이 복잡하게 생각났다. 엄마, 이 사람한테 사실을 말하는게 맞는거지… 그치.
“그… 며칠전에 어머니 기일이였어요.“
“기일? 아…, 정말요?“
안쓰럽다는듯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타일러는 고개를 숙였다. 마치 중요한 면접에서 실수를 한듯한 기분, 아니 그보다 더한 느낌이였다.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내가 이렇게 고민할 문제가 아닌데. 타일러는 다시 입 안이 메마른 기분에 약간 녹아 작아진 얼음을 입에 털어넣고 한참을 입 안에서 굴렸다. 위안은 반쯤 먹은 쉐이크를 내려놓고 타일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슬픔과 안쓰러움, 애잔함 등의 여러 감정등이 섞여있었다.
“… 내년에는.“
“네?“
“내년에는… 같이 보러가요.“
“……… 형.“
“우리 진짜 신기하다, 어머니 기일도 차이 별로 안나는구나~“
“……….“
“중간날 정도에 같이 보러가요, 나 인사하고 싶어, 타일러네 어머니한테.“
정말 멋있는 아들을 두셨다고. 이 말에 타일러는 입술을 짓씹으며 눈물이 나올거같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저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타일러는 자신의 선택이 맞는건가 머리가 아팠다. 이 사람에게, 지금 이 사람에게 임신했다는걸 말해주고 유산하는게 맞을거같다 말해주는게 옳은건가. 타일러는 화장실로 들어가 화장실 안에 있는 거울을 보면서 생각했다. 쾅, 하고 세면대를 내려치며 자신은 여기서 말할수없을거란 결론을 내려버렸다. 내가 지금 울고있지는 않을까. 거울을 보자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정이 굉장히 일그러져있었다.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자신의 표정은 정상적인 표정이 아니였다. 손을 씻고 얼굴을 물기어린 손으로 톡톡 치며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생각했다. 병원 대신… 동물원이나 뭐 어디든 다른곳을 가자고 생각했다. 오늘은 날이 아니였다. 아니 우선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책임감이 자신을 잠식해 죄책감과 미안함, 두려움으로 서서히 바뀌어가는 기분이였다.
타일러가 문밖으로 나와 다시 자리로 들어가려할때였다.
"… 형!"
"우윽…, 하… 욱, 으."
자신을 밀치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구역질을 하는 위안에 타일러는 깜짝 놀라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그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일그러져 식은 땀을 흘리며 화장실 한 칸에서 토를 하는 위안을 보며 타일러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옷에 이물질들이 묻어있다, 발끝에도 바지에도. 자리에서부터 토가 나오는걸 참고 화장실로 들어온 모양이였다. 그가 온 길을 보니 토가 조금씩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타일러는 인상을 썼다. 칸에 들어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우웩, 욱, 으…. 끝날만하면 다시 토를 하는 그에, 타일러는 안쓰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왜 토를 한거지…,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으…, 타일러….“
“형, 괜찮아요?“
“휴지……….“
타일러는 배치되어 있는 휴지를 뜯어 돌돌 말아 그에게 건내주었다. 그는 입가를 닦으며 기운 빠진다는듯 화장실 물을 내리며 그와 동시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타일러는 휴지를 몇번 더 뜯어 그의 옷과 근처 바닥에 묻은 토를 닦아내주었다. 위안은 하…, 하고 긴 숨을 내쉬면서 타일러의 행동을 풀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토할수도 있는거지.“
“비위 약하잖아요, 저번에도 저 토하는거 봤잖아요, 이런거 싫어하지않아요?“
아, 저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토를 하는 그의 모습에 너무 경악해서 쓰레기통에 손수건을 하나 버렸지. 그때의 기억이 위안은 그가 비위가 약해서 그런건가보다 하고 판단했었나보다. 타일러는 미안한 기분에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다. 얼룩진 옷의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았다.
“여기서 좀 더 닦고 쉬고 있어요, 제가 정리하고 양해구하고 다시 올게요.“
타일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밖으로 향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화장실쪽을 바라보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타일러는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며 1층으로 내려가 알바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걸레를 건네받았다. 알바생들은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타일러는 자신이 하고싶다하며 대걸레를 들고 1층 화장실에서 대걸레의 물을 묻힌뒤 다시 대걸레를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1층에 내려갔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자 커피냄새와 토냄새, 여러 냄새가 섞여 좋지못한 냄새가 확 제 코를 찔렀다. 아…, 새로 온 손님들이 커피를 시켜 올라왔나보구나. 타일러는 커피가게에 들어오는게 아니었다 생각하며 자신들의 자리서부터 묵묵히 대걸레로 바닥을 닦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바닥을 닦는데 창가쪽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짜증이 난듯한 날카로운 하이톤의 목소리였다.
“아, 짜증나. 완전 토냄새나잖아.“
“화내지마, 자기야.“
“살다살다 남자가 입덧하는것도 다 보고, 진짜 너무 불쾌해, 짜증나!“
입덧.
타일러는 그 자리에서 사고회로가 정지한듯, 대걸레짓을 멈췄다.
“저거 입덧 확실한게 우리 이모도 똑같았단말야. 커피 냄새만 맡으면 입덧이 심해서 막 토하고. 아… 짜증나, 오빠 우리 그냥 가게 나갈까?“
여자는 냄새때문에 비위가 상한다는듯 코를 막고 휘휘 손을 저으며 남자에게 투정부리듯 이야기했다. 남자는 여자의 말에 타일러를 힐끗 쳐다보면서 우리 애기, 많이 힘들어? 나갈까? 하고 여자를 달래었다. 손님이 저 커플뿐만이 아니였다. 그 옆옆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끼리 온거같은 여자손님들도 자신을 쳐다보며 소근거리고 있었고 공부를 하러온듯 노트북을 킨 구석의 남자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상황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 타일러는 대걸레질을 다시 시작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있었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될 비밀 이야기를 들켜버린것처럼 심장이 떨렸다.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보면서 바닥을 닦는데 신발 하나가 후다닥 달려가는게 보였다. 신발끝에 작은 이물질들이 묻어있었다. … 위안이형? 위안이 화장실밖에 나와 소리를 치던 여자 앞에 서있었다. 억울하다는 눈빛이였다. 갑작스러운 위안의 행동에 여자는 당황스러움에 남자뒤에 숨었지만 위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꺼냈다.
“막말하지말아요, 지금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그런 소리하는거예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난 내 감정을 말한거뿐이라고요.“
여자는 남자뒤에 숨어 표정만은 당당하게 위안을 쳐다보며 쏘아붙였다.
“… 나 임신 안했어요, 억측하지 말아요.“
여자는 잠시 말문이 막힌듯 눈치를 보다가 더 세게 나오겠다는듯 표독스럽게 외쳤다.
“참나, 나 알파거든요, 근데 내가 그런거하나 구별 못할줄 알아요? 당신 우리가 들고오는 커피냄새 맡자마자 갑자기 토한거잖아요. 웃겨!“
타일러는 대걸레를 놓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탕, 하는 대걸레봉의 가벼운 부딪침소리가 났다. 하지만 아무도 그 소리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여자는 재수가 없으려나,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네. 하면서 위안을 툭 치고 가게밖으로 나가버렸다. 서둘러 위안에게 달려가자 위안은 여자의 고의적인 부딪침을 당한 그 자세로 가만히 서서 파르르 떨며 두 손를 말아쥐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형. 내가 여기서 뭔 말을 해줘야하는거지. 타일러는 그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위안은 감정을 꾹 누른듯한 목소리로 대걸레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 내가 할게요.“
“네?“
“내가 토한거 내가 치우겠다고요, 타일러 1층으로 내려가있어요. 토냄새나니까.“
그는 놔뒹구는 대걸레를 들고 묵묵히 바닥을 닦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한참을 소근거리며 위안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위안은 개의치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내리깐 속눈썹이 파르르 떠는 그를 아무도 건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알던 사실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밝혀질수가 있었다. 방금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가 임신한것을 들키지 않았는가. 타일러는 이상할만큼 또렷이 이성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대걸레질을 마치고 그것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타일러는 대걸레를 반납하고 계산을 마치며 그를 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타일러는 그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발걸음을 조금 빨리 해서 병원에 다다랐을때 타일러는 그 큰 병원의 문 앞에서 그를 멈춰세웠다.
"형."
"………."
"전 형을 걱정하고 형을 지지해요."
"………."
"… 있잖아요."
"………."
"건강검진도 받는데…,"
타일러는 눈을 꽉 감았다. 제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에 위안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아서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임신…, 검사도 한번 받아봐요."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어요, 괜찮으니까 우리 한번 받아보러가요.
그때 위안의 표정을 타일러가 봤다면 아마 타일러는 말을 더 이을수가 없었을것이다.
* * *
끼익, 쿵.
위안은 신발을 벗고 비틀비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한참을 초점없는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다가 위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계속 입술을 깨물어 그런지 입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올라왔다. 위안은 베개에 얼굴을 박았다. 진정이 되지 않는 손이 바르르 떨려오고 자꾸 왈칵 눈물이 나올것만 같이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바지 주머니에서 위잉, 하는 진동소리가 들렸다. 끊어졌다가 다시 울리고 끊어졌다 다시 또 울렸다. 위안은 휴대폰의 전원을 끈 뒤 휴대폰을 구석에 던져버렸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과 케이스가 분리되었다. 액정이 깨질수도 있을만큼 센 강도로 떨어졌다. 위안은 그런것은 상관없다는듯이 몸을 둥글게 말고 떨리는 손을 얼굴에 갖다대었다. 손등이 축축하였다. 비비면 비빌수록 물기가 심해졌다. 눈물이 손등에 방울 방울 떨어졌다.
"흐으…, 흐… 흐으으…"
크게 울고 싶지 않았다. 크게 울면 정말 현실이 사무치게 다가올거같아서. 위안은 목에 걸려 따끔거리는 최소한의 목소리만 입에 담아 소리를 내었다. 짐승의 울음과도 같은 기이한 소리였다. 목이 아팠다. 목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안 아픈곳이 없었다. 위안은 자신의 배를 만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예전과 다를게 없는데 다르단다. 여기에, 내 배에 뭔가가 있단다.
"흐… 으, 윽… 흐으, 아…아아"
배를 만지다 위안은 심장부근을 부여잡았다. 아프다, 미칠거같이 아파서 그냥 여기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것만같던 심장에 바람이 다 빠져서 결국은 쪼그라들어 없어질것만같았다. 숨이 막혔다. 쿨럭, 컥, 크으, 쿨럭 고르지 못한 기침이 폐를 거쳐 목을 거쳐 입 안으로 세어나왔다. 흐으, 흐윽, 흐. 목에 자꾸 울컥거리는것이 차서 숨을 고르게 쉬기가 힘들었다. 그냥 죽고 싶어, 누가 나 좀 죽여줘. 위안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도 그 틈을 비집고 눈물이 세어나와 베개를 적셨다. 내가 임신을 했대, 타쿠야… 타쿠야 애말이야.
"타… 타쿠야, 흐으… 으… 타쿠…흐으, 흐."
입에 담기만 해도 온 몸이 떨렸다. 그의 이름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불러본 적이 있었나. 온 몸이 화끈거렸다. 수십개의 바늘들이 온 몸을 콕콕 찌르는듯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타쿠야, 그를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나는 쳐다볼 수도 없는 사람, 나와는 너무 다른 남자, 날… 날, 인간으로 제대로 된 사람으로 봐준적 없던 그 사람. 장난감에 불과한 내가, 그 사람의 아이를 가졌대. 그 사람은 이런 일이 수없이 많을지도 모르는데… 난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그 사람 아이를 임신했대.
"흐으…, 흐윽, 흐… 엄마…, 엄마."
엄마, 어디 있어. 나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
위안은 무언가에 홀린듯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 서랍으로 향했다. 서랍을 열자 보이는것은 하얀 통과 약, 억제제였다.
.
.
.
- 엄마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는다.
- 엄마, 엄마 어디있어?
목을 부여잡았다. 가시가 걸린듯 무언가에 막혀 나오지 않는 목소리가 답답했다.
위안은 목을 잡다가 문득 가만히 목에 힘을 주었다.
- 컥, 큭.
엄마, 예전부터 엄마가 나보고 이야기했잖아.
다 부질없고 소용없다고, 오메가는 평생 불행하게 사는거라고.
난 내가 남들과는 다를 줄 알았어, 세상의 많은 오메가들중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꺼라 생각했어.
근데 엄마, 나 결국 엄마랑 똑같은 길을 걷고 있게 되드라.
- 켁, 쿨럭, 큭, 크흐
난 엄마와 다를줄알았는데,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려고 엄마와 연락도 끊고 평생을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나도 엄마와 다를게 없어, 세상에 오메가들과 다를게 없어.
내 몸을 장난감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거든?
- 큭, 흐으‥.
근데 내가 그 사람 애를 임신했대, 오메가주제에 남자가 어딨고 여자가 어딨어, 다 같은 몸 굴리는 사람들이지.
근데…, 근데 난 싫어. 난 남자인 내가 임신한것도 싫고… 엄마같이 되는게 싫어.
컥, 하고 내뱉듯 숨을 내쉬자 피가 바닥을 적셨다.
죽을까? 그냥 쉬고 싶어, 평생 이렇게 살았는데… 난 언제 행복해지는거야?
하루하루가 죽을만큼 힘들어, 죽을만큼 힘들면 그냥 죽어도 되지않을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목을 쥔 손은 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따가웠던 목이 건조해서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 나 그 사람이 너무 원망스러워.
타쿠야, 그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위안은 눈을 감았다.
눈물이 투두둑 볼에 떨어지고 바닥을 적셨다. 피와 함께 섞인 눈물은 구분이 되지를 않았다. 내 눈물은 고통속에서 보이지가 않아, 그렇게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내 눈물을 알아봐주지를 않아, 내 아픔을 어루만져주지를 않아.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난… 그 사람에게 뭘 기대한걸까.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얻고 싶었던걸까.
사랑,
소설을 많이 읽어본것도 아닌데, 나 너무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던걸까.
그가 나한테 한 마디라도 자상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좋았었을지도 모르는데.
위안의 눈이 감겼다.
더 이상은 버틸수가 없었다.
죽으면, 그냥 모든게 편안해지지않을까.
엄마, 너무 보고싶어.
* * *
다음 날, 위안은 눈을 떴다.
어제 맡아본… 병원, 냄새. 옆을 쳐다보니 타일러가 있었다. 타일러는 내 손을 부여잡은채 울고 있었다.
"… 안 죽었네."
타일러는 말했다,
억제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환각과 쇼크, 그리고 기절이였다고.
전화를 너무 안받아서 걱정되서 와봤다 병원으로 싣고 온거라고.
아, 내가 내 목을 조른건 꿈이였구나.
… 난 여기서 마음대로 죽을수도 없는거구나.
타일러는 뱃속의 애가 위험할뻔했다고 말해주었다.
위안은 듣기 싫다는듯 고개를 돌렸다.
애기야, 넌… 아무한테도 사랑을 받을 수가 없을텐데, 왜 나에게 온거니.
위안은 눈을 감았다.
이 잠에 들면 영원히 깨지않기를 바라면서.
차라리 이 현실이 꿈이고 꿈속이 현실이기를 바라면서.
-
주말인데 그냥 보내면 섭섭하니까~
즐거운 일요일보내고!
읽어주는 너네 모두 너무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