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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가 눈을 뜨고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창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리고, 텅 빈 교실 속 혼자 잠들어있던 제 앞에는 백현이 있다는 것이었다. 경수는 끊임없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다시 눈을 감으며 이곳이 자신의 꿈속이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경수야."   

   

경수에게 자각몽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금씩 쌓인 피곤함을 이기지 못할 때에 잠이 들면 곧잘 겪었던 일이라 꿈을 꿀 때마다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깨어나곤 했다.    

다만 이번에 꾸는 꿈은 조금 특별했다. 백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학기가 다 지나갈 동안 말 한마디는 고사하고 가벼운 눈인사조차 해본 적 없던 사이인 그가 이렇게 다정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꿈을 꾸다니. 기가 차서 얼굴을 구겼다.   

   

"경수야. 인상 쓰지 마."   

"……."   

"그러다 너 주름 생긴다."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미간을 문질러오는 손가락에 경수는 눈을 번쩍 떴다. 놀란 표정이 가득한 제 얼굴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백현은 한참을 킬킬대며 웃었다.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종례 끝난지 한참이나 지났잖아."   

"……."   

"비가 와서 그래? 우산이 없어서?"   

"……."   

   

꿈속에 들어올 때마다 경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영양가 없는 혼잣말이라도 생각만 할 뿐 소리 내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흔히 돌아다니는 일화나 그런 것들을 다룬 영화 속에서 꿈속임을 자각하는 말을 했다가 좋은 일이 생겼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무슨 말이라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난 있는데."   

"……."   

"같이 쓰고 갈래?"   

   

경수는 덜컥 겁이 났다. 제게 말을 건네는 다정한 목소리에 자꾸만 대답을 하고 싶어졌다. 말 한 번 섞은 적 없고 눈 한 번 마주친 적 없다지만 백현을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백현은 말이 많았다. 그리고 착했다. 같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내내 백현은 말을 건넸고 경수는 대답이 없었다. 일방적인 대화가 불쾌할 만도 하건만 백현은 그렇지도 않은지 연신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건넸고 역시 경수는 대답이 없었다.   

자각몽의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 일반 꿈과는 다르게, 평소 익숙한 배경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이 나와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웃고 울고 심지어 욕까지 하는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적인 행동을 하다가 나란히 걸어 경수의 집 앞에 도착하면 뒤를 돌아 사라진다. 꿈에서 깨고 싶으면 대문의 손잡이를 밀어내면 된다. 그럼 다음 순간 꿈에서 깨어나고 문은 열리지 않는다.   

   

"아까 왜 안 놀랐어? 눈 뜨자마자 내가 있었잖아."   

   

꿈이니까. 끊임없이 쏟아지는 백현의 말에 경수는 끊임없이 속으로 대답했다. 그렇게라도 대화하고 싶었다.   

   

"경수야."   

   

경수야, 하고 부를 때마다 심장이 저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가슴께에서 심장 소리가 비집고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다.   

   

"비 오는 날 좋아해?"   

   

아니.   

   

"난 싫었는데 오늘부터 좋아하려고."   

   

왜?   

   

"너랑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잖아."   

   

부딪히는 어깨가 뜨거웠다. 경수는 차가운 공기로 가득한 거리에서 유일하게 맞닿은 체온 탓이라고 애써, 아주 애써서 생각하기로 했다. 저보다 조금 작은 경수를 내려다보는 백현의 따뜻한 미소에 경수는 자꾸만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여기가 너희 동네야? 걸어오니까 한참이네."   

"……."   

"비 오는데 걷느라 안 힘들었어? 버스 타자고 하지 그랬어."   

   

네가 나한테 말을 걸고 우리가 나란히 길을 걸을 수 있는 일이 두 번 생길 상황은 아니잖아.   

   

"아 맞다. 경수는 나한테 목소리 안 들려주지?"   

   

…꿈이니까. 백현의 능청스러운 장난에 소리 없이 대답하면서도 경수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꿈이 아니었다고 해도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조차 저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을테니.    

경수는 저 멀리서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는 집을 노려보며 조금씩 걸음을 늦췄다.   

   

"근데 너희 동네 되게 좋다."   

"……."   

"부잔가 봐."   

"……."   

"경수는 공부도 잘해, 성격도 좋아, 얼굴도 잘생긴 데다가 부자야. 부족한 게 뭐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경수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작게 물방울이 맺히는 우산 끝을 톡톡 두드리며 허밍을 시작했다. 내리는 비가 시원했고 들리는 목소리가 감미로웠으며 맞춰 걷는 발걸음은 설렜다. 경수는 지금 당장 죽어도 행복할 것만 같았다.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경수는 슬쩍 백현의 옆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예쁜 입술 사이론 여전히 허밍이 흘러나오고 마주친 눈은 샐쭉 눈웃음쳤다. 이제 손잡이를 잡고 밀어내면 끝이다. 황홀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언젠가는 끝날 꿈이었고 그 꿈이 악몽이든 그렇지 않든 꿈은 꿈일 뿐인데 경수는 한없이 망설이고 있었다.   

백현의 허밍이 끝났다. 경수는 작게 하품을 했다. 작은 우산 속 둘만의 공간에서 백현이 경수를 마주 봤다.   

   

"우리 도경수 졸려?"   

   

백현이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각몽은 꿈꾸는 자의 의지대로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다더니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뛰는 심장이 버거워 경수는 또 한 번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다시 뜨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수야."   

   

응.   

   

"도경수."   

   

번쩍하고 열린 시야에 백현의 감은 눈이 들어왔다. 아래로 내리깔린 속눈썹이 길고 고왔다. 경수는 생각했다. 꿈에서 꿈을 생각했다.   

둘의 입술이 맞닿은 채로 백현이 미소 지었다. 경수는 제 볼을 쓰다듬는 백현의 손에 눈을 감으며 다시 한 번 꿈을 생각했다.   

우산 손잡이를 경수의 손으로 건네주고 그 손위를 감싸 쥔 백현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경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백현은 감은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꿈이야."   

   

꿈일까. 백현이 다시 허밍을 시작했다. 경수의 검은 시야에 동그란 음표들이 가득 들어찼다. 더듬거리며 겨우 찾아 손에 쥔 손잡이를 밀었다. 경수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놀란 백현이 다가와 경수의 허리를 감아올렸다. 물웅덩이 위로 나뒹구는 우산 위로 톡톡 물방울이 터져 미끄러졌다.   

   

"경수야."   

   

목소리에 눈을 떴다. 백현은 적지않게 놀란듯 동그란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경수가 미소지었다. 백현을 바라보는 눈은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듯 사랑스러웠다. 꿈일까.   

   

"좋아해."   

   

백현은 들려오는 경수의 목소리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무겁고도 아름다운 뜻에 감격하며 다시금 입술을 맞댔다. 꿈이 아니다.   

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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