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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육일삼 전체글ll조회 1957l 1
















마지막 게임이 시작되고 정욱은 본부석에 앉았다. 양옆에는 나인과 드웨인이 앉았고, 가장 앞에는 마법부 장관과 차관의 자리였으나 잠시 마법부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정욱은 인상을 찌푸렸다. 트리위저드 게임은 말이 게임이지 주 마법학교가 참여하는 큰 행사다. 그 역사와 의의를 살펴보았을 때 위상 또한 대단하므로 마법부 간부들은 한 명이라도 자리를 지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 자리를 비우다니. 아무리 짜인 판이라도 이것은 올해 게임을 주관한 호그와트를 비롯해 게임 자체에 무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정욱은 그렇게 느꼈다. 태형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호그와트와 교장 자리를 건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0 | 인스티즈

“마지막 게임이라 그런지, 날이 좋네요.”
“날이 좋으면 뭐하나. 미로 안은 습하고 어두울 텐데.”
“그럴 리가요. 중심부로 갈수록 맑아질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아무리 봐도 중심부 위에도 구름이 가득하구만. 듣자 하니 보바통은 미로가 여러 개라던데. 헷갈리는 거 아니요?”
“흐음 글쎄요.”



제가 헷갈리는 건 단 하나예요. 나인의 말에 정욱과 드웨인이 나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몇 년 전에 아쿠룹스를 잡아 봉인시켰는데. 어느 미로에다 봉인 시켰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미로는 원래 시행착오가 많은 구간이니까요.”
“뭐라구요?”



나인의 말에 드웨인이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



“뭐를, 뭐를 잡아넣었다고요?”
“나인. 제정신입니까?”
“뭘 그렇게 놀라세요? 어제 두 분이서 미로를 점검하지 않으셨나요? 이 미로는 안전해요. 설사 아쿠룹스가 있다 해도 참가자들은 불의 잔이 선별한 마법사니 쉽게 해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씀하시죠!”
“그러니까 제 말은, 두 분께서 미로를 제대로 점검하셨다면 제가 헷갈리는 게 무엇이든지 상관없을 거란 얘기죠.”



정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중심부로 갈수록 맑다는 말과 어젯밤 급하게 밖을 나서던 나인의 모습이 겹쳐졌다. 자리를 비운 마법부 간부들과 무슨 꿍꿍이인지 모를, 어쩌면 너무 훤히 보여 도리어 암흑처럼 보이는 나인.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트리위저드 게임 내내 정욱이 할 수 있는 것은 온몸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도.

정욱은 무력감을 느끼다 못해 분노가 치밀었다.



“들어가 봐야겠어.”
“어디를요? 설마 미로를 가겠다는 건 아니겠죠?”
“나인.”



정욱이 날 선 목소리로 나인을 불렀다. 드웨인 또한 나인을 보는 시선이 곱지 못했다.



“우리는 충분히 트리위저드 게임의 이름을 더럽혔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건 의심하지 않기로 했었죠. 당신이 어젯밤에 어딜 갔는지 묻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
“당신의 그 증오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방법은 안 되죠. 이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아쿠룹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보바통이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다들 예민하게 구시네요.”
“그건 당신이!”
“드웨인. 됐네. 내가 직접 가 봐야겠어. 학교 간부들을 모두 부르게. 이에 대한 책임은 게임이 끝난 뒤에 확실히 물을 테니.”



정욱이 나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나인은 표정 변화 없이 그 시선을 받아냈다.



“……잔인한 것들.”



본부석에서 본 미로의 중심부는 정말 맑았다. 정욱은 호그와트 간부들과 함께 미로로 향하면서도 끝없이 무력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아쿠룹스. 용과 비슷한 모습이긴 하나 아직 학생들이 상대하기에는 위험한 것이었다. 게다가 목숨이 세 개인 괴물. 보바통이 미로에 잡아넣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중 하나를 꺼뜨렸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남은 목숨은 둘. 운 나쁘게 아쿠룹스를 만나, 운 좋게 목숨을 빼앗는다 하더라도 두 번은 힘들 것이다. 정욱은 생각했다. 아쿠룹스가 하나의 목숨을 빼앗겼을 때 남은 목숨으로 숨을 넘기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것은 미지수였다. 그러니까, 운 좋게 목숨 하나를 빼앗더라도 곧바로 남은 목숨을 쓸 수 있다면……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0 | 인스티즈

“모두 비행을 준비하세요. 저희의 목적은 미로 속에서 아쿠룹스를 찾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면 주저 말고 게임을 중단시키십시오.”



정욱은 발걸음을 빨리 했다. 게임이 시작된 지 삼십 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0 | 인스티즈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0.
Trigger Warning: 유혈
















로운은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입구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면 중심부로 갈 일도 없을 것이다. 걷는 내내 어쩐지 흐리고 습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것이 약기운을 뚫고 올라오는 한기인지, 미로 자체의 음습한 기운인지 알 수 없어 몸을 웅크렸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건 확실했다. 스스로도 손이 평소보다 차다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게임이 끝나자마자 병동에 꼼짝없이 누워있다 방학식이 되어서야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로운은 제 앞을 막아선 벽에 걸음을 멈추며 생각했다. 물에만 안 들어갔으면 지금보단 나았을 텐데. 태형에겐 괜찮다 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괜찮다 말했지만 실은 안 괜찮았던 적이 얼마나 되던가. 가늠해보니 최근 들어 수도 없이 많아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도, 괜찮고 자시고를 생각도 안 할 정도로 유하게 넘길 수 있었던 것도 모조리 신경 쓰이기 시작했던 게.

로운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태형을 만난 뒤부터 많은 일이 있었다. 머글세계도 가보고, 숲이나 들을 자주 다니고, 병동을 들락거리면서 말동무가 생긴 것. 방학 때 편지를 왕창 보내거나 과제를 대신 제출해 달라 부탁할 사람이 생긴 것. 지민을 만난 뒤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비록 용돈이 왕창 털리긴 했으나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웠고,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저를 주인이라 말하며 챙겨주었으니. 소중한 이가 여럿 생겼음에도 전보다 생각 저편으로 밀어 넣을 수 없는 일이 많아진 것은, 그래, 이 게임에 참가한 뒤부터였다.

넣지 않은 이름이 불의 잔에서 나오고, 대놓고 멸시하는 말들을 듣고, 무언가를 꽁꽁 숨긴 채 시작된 트리위저드 게임에 참가하면서 로운은 이제껏 제가 무시해왔던 것들을 직면한 것이다. 참으려 해도 자꾸만 솟아나던 눈물은 저편에 묻어두었던 응어리 같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비슷한 것을 태형은 더 오래 전부터 속에서 키워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그래서 더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곧바로 다음 게임에 참가해야 하는데도 ‘소중한 것’이 되기를 권유하던 차관의 말에 거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태형에게 증명해내고 싶다고, 나는 나약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지민에게 나도 마법사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로운은 점점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또다시 막힌 길에 방향을 틀었다. 괜찮다 말했지만 실은 안 괜찮았던 적이 얼마나 되던가. 로운은 태형에게 묻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그리고 또다시 막힌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맑고 화창했다. 봄 같은 하늘이었으나 로운의 손은 점점 겨울이 되었다. 그제야 로운은 제 앞을 막아선 벽이 막혀 있던 벽이 아니라 보행자의 길을 말 그대로 ‘막아서는’ 벽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를 깨달았을 때 로운의 걸음이 멈춘 곳은.



“아…….”



가장 맑은 미로의 중심부. 아쿠룹스가 있는 곳이었다.

로운은 아쿠룹스의 뒷모습을 보고 곧장 벽 뒤로 숨었다. 뒷모습이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 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는 괴물. 숲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괴물이었다. 본래 호그와트 근처의 숲에 서식했으나 개체가 얼마 남지 않고서는 보바통 근처의 숲에서 서식한다 했는데, 저 괴물이 어찌 이 미로 속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로운은 그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마주쳐서 좋을 거 없는 괴물이다.

그런데 이 벽은 왜 또 나를 따라 움직이는지.

로운은 최대한 발소리를 죽였으나 로운의 발소리보다 큰 소리로 바닥을 쓸며 움직이는 수풀 벽에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아쿠룹스가 제 쪽으로 뒤돌았을 때는 그 자리에 꼼짝 없이 서 있었다. 시력이 안 좋다고 했던가? 하지만 청각과 후각이 좋다. 책에서 읽었던 페이지를 떠올리며 로운은 가만 서 있었다. 아쿠룹스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로운은 아쿠룹스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몇 걸음을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 걸음에 맞춰 뒤에 있던 수풀 벽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비켰다. 이거 뭐야, 이거 왜 이래. 로운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미로가 움직인다는 말은 안 했잖아. 아쿠룹스가 있다는 말도 안 해줬으면서 이게 뭐야. 급하게 도망쳐봤자 자극만 줄 뿐이라 지팡이만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툭, 뒷걸음질이 멈췄고. 더 이상 길을 비키지 않는 수풀 벽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꽤나 멀어져 있었다. 로운은 반짝거리는 아쿠룹스의 목을 쳐다보았다. 하나는 불 꺼진 신호등처럼 암흑이었고, 나머지 둘은 스노우볼처럼 밝았다. 아직 목숨이 두 개가 있는 것이었다.



“리덕토!”



로운은 몸을 세우며 포효하는 아쿠룹스에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아는 모든 공격주문들을 퍼부으며 자리를 피했지만 약해진 몸으로 제대로 된 마력을 구사해내기란 힘들었다.



“아쿠아멘티! 봄바르다(Bombarde. 물체를 폭파시키는 주문)!”



게다가 웬만한 주문에는 타격을 입지도 않는 것 같았다. 로운이 주문을 욀수록 아쿠룹스는 불인지 전기인지, 초록색의 무언가를 내뿜었다. 도망치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막혀있거나, 움직이는 벽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늠하기도 전에 아쿠룹스가 공격을 퍼부었다. 로운은 스스로가 점점 지치는 것을 느꼈다. 아쿠룹스를 피하며 듣지도 않는 주문을 외우느라 체력은 물론 마력도 닳을 대로 닳았다. 겨우겨우 움직이지 않는 벽을 찾아 몸을 숨겼다. 가쁜 숨이 폐를 뚫을 듯이 헐떡였다. 기침을 참으며 로운은 옆구리에 찬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전처럼 제 손을 휘감지 않는 것에 이곳이 미로의 중심부임을 깨달았다. 어떻게 중심부에 저런 괴물을 둘 수가 있는 거지. 대체 마법부는 여길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거고 우릴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넣은 걸까.



“대체 이곳에서…… 태형이가 증명해야 하는 게 뭔데?”



이렇게까지 증명해야 하는 게 정말 그것뿐인 거야? 이건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나인은 분명 보바통의 이름을 걸고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문제가 아니라면 뭔데? 로운은 서서히 제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왼손에는 지팡이를, 오른손에는 검을 쥔 채로 일어섰다. 어느덧 바로 앞까지 온 아쿠룹스가 앞발로 로운을 쳐냈다. 반대쪽으로 단숨에 내쳐진 로운이 숨을 헐떡였다. 모래와 풀 같은 것을 잔뜩 뱉어내며 검을 세게 쥐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태형아.



“너는 그냥……”



호숫가에서 노을 보기를 좋아하고, 밤하늘을 좋아하는 애일뿐인데.



“그냥……”



네가 너무 큰 걸 바란 걸까.

제게 달려오는 아쿠룹스를 피하지 않은 로운은 양손으로 검을 쥔 채 아쿠룹스의 가슴께를 찔러 넣었다. 그러자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초록색 액체를 내뿜더니 몸을 크게 비틀었다. 커다랗고 날카로운 꼬리를 마구 휘두르며.

순간 로운은 숨을 참았다. 그렇게도 헐떡이던 숨이 멎은 것 마냥 움직일 수 없었다. 로운은 아쿠룹스의 가슴께에서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저를 꿰뚫은 것에 찔러 넣으려 했으나 손이 미끄러져 떨어뜨리고 말았다. 검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와 동시에 아쿠룹스가 괴성을 지르며 멀어졌다. 로운은 제게서 빠져나간 아쿠룹스의 꼬리가 검붉게 물든 것을 보고 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떨리는 손이 복부에 닿기도 전에 쓰러졌다. 뜨거운 게 바닥을 적시는 게 느껴졌다.



“로운!”



다시 한 번 아쿠룹스의 포효에 가까운 괴성이 들리고, 온 세상이 크게 흔들렸다. 로운은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태형인지 아쿠룹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뒤로 쏟아지는 불꽃이 예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로운…… 뭐야. 눈 떠……”
“…….”



로운은 아득해지는 태형의 목소리에 감기려는 눈에 힘을 줬다. 하늘에 불꽃, 네가 쏴 올린 거야? 묻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하려 할수록 배에서 무언가 울컥울컥 차올랐다. 호숫가의 밤하늘을 보기로 한 것. 게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짐을 싸기로 한 것. 집에서 지민과 함께 놀기로 한 것. 탕후루를 먹기로 한 것. 게임이 끝나면, 꼭 만나자고 한 것……. 일전에 했던 약속들이 눈앞을 스쳐 지났다. 그러나 로운은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는 그냥…… 호숫가에서 노을 보기를 좋아하고, 밤하늘을 좋아하는 애일뿐인데.



“로운…… 대답 좀 해 봐.”



네가 너무 큰 걸 바란 걸까.



“로운……로운!”



아니. 아니다. 네가 너무 큰 걸 바란 게 아니다.



“제발……”



네가 아니라 내가 너무 큰 걸 바랐나 보다.



“죽지 마……”



그랬나 봐 태형아.
그치?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0 | 인스티즈


태형아.
불꽃이 참 예쁘다.







































태형은 걸었다. 할 수 있는 게 걷는 것뿐인 사람처럼 걸어댔다. 우중충한 하늘이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하늘뿐만 아니라 미로 특유의 분위기가 더 그러했다. 게임이 끝난다면 이 미로를 준비한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겠다며 이를 바득 갈았다. 내가 여기서 우승을 한다면 가장 손해 볼 사람이겠지. 그러다 태형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손해?



“무슨 손해를 보지?”



이곳에서 제 본성이 더 이상 ‘본성’이 아님을 드러내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 되었다. 남들과 다름없이 적당한 사교성과 적당한 승부욕. 뛰어난 추리능력과 뛰어난 마법실력을 호그와트에서 배운 대로 써먹고 있음을 증명해내는 것. 이것은 탈 없이 우승 하는 것에 해당됐다. 나머지 하나는, 우승하지 않는 것. 그러나 우승했을 때 붙는 ‘탈 없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했다. 나 정상이라고. 나 위협적인 존재 아니라고.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졌을 뿐 그다지 다르지도 않다고. 온몸으로 드러내야 했다.

그러나 보바통은 육체적 폭력이 아닌 심리적 폭력성을 꺼내기 위해 안달이었다. 호그와트와 다르게 악의 교화가 아닌 소멸을 원했던 것이 아직까지 유효한 모양이었다. 태형은 막혀 있는 벽을 손으로 쓸며 생각했다. 왜 아직까지 나를 시험하려고 하는 걸까. 실은 그것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이제 중요한 건, 내가 증명해냈을 때 무슨 손해를 보냐는 거지.”



태형은 벽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속으로 외운 주문이 든 것인지 수풀 벽이 검게 일그러지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이어 빠르게 흩어진 수풀에 손을 털었다. 이런 함정 같은 건 제가 예상하던 것이 아니었다. 분명 더 큰 것을 숨겨놨을 텐데 도통 보이질 않는다. 태형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조금씩 개는 것 같았으나 뒤돌아 본 반대편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었다. 어딘가로 향할수록 맑은 하늘이 되는 게 분명했다. 태형은 맑은 하늘을 따라 걸었다.



“그가 무서워하는 게 뭐지?”



내게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뭐지? 태형은 찬찬히 생각했다. 간발의 차로 머글세계에서 태형을 채가지 못한 보바통은, 태형이 정욱의 손에서 교육받고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동안에도 이렇게 날 세워 경계한 적은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리고 무엇 때문일까. 최근에 내게서 크게 바뀐 게 뭐가 있을까.



“로운.”



허나 로운은 오히려 태형의 기운을 잠재우는 역할이었다. 게다가 처음엔 불의 잔에 로운의 이름을 넣은 것이 나인인 줄 알았으나 정욱과의 대화를 엿들었을 땐 다른 이의 소행이었다. 그럼 또 내게서 크게 바뀐 게 뭐가 있지?



“디미뉴엔도(Diminuendo. 상대방을 작게 만드는 주문).”



태형은 날아오는 거대 파리를 작게 만들어 손가락으로 튕겼다. 분명 더 큰 게 있을 텐데.



“아아, 호크룩스.”



어쩌면 반 교수에게 했던 질문이 정욱에게, 보바통에게, 그리고 마법부에 퍼졌을 거라는 생각에 태형은 웃음이 났다. 고작 열여덟 난 애가 호크룩스 주문에 관심 가진다고 온 세상이 집중하는 꼴이 웃겼다. 그러나 소리 내어 웃다가도 단박에 웃음이 꺼지는 이유는 저만 조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나 로운까지 휘말릴 만큼 큰 판을 짠 어리석음이었다.

트리위저드 게임이라니.



“그렇게 멍청할 수가.”



태형은 제 발을 얽매는 덩굴을 잘라내며 중얼거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순간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태형은 진원을 찾기 위해 가만 서 있었으나 더 이상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뒤 도는 순간 부딪친 것은 보바통의 아이린이었다.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0 | 인스티즈

“너, 호그와트지?”
“그런데.”
“저기, 저기에, 엄청 큰 괴물이 있어.”
“그런데?”
“호그와트 여자애가, 당하고 있는데, 도와줄 수가 없어서, 그래서……”
“……거기가 어디라고?”
“저쪽으로 두 번만 꺾으면 나오는데, 벽이 움직이니까 조심해!”



태형은 손끝이 가리킨 곳을 따라 달렸다. 아이린의 말대로 벽은 계속 막다른 길을 만들며 태형을 막아섰고 방향을 교란시켰지만 그때마다 쿵 하는 소리와 괴성이 들려 소리를 따라 찾아갈 수 있었다. 포효에 가까운 괴성이 들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의 하늘은, 미로 안에서 볼 수 있는 하늘 중에 가장 맑은 곳. 중심부.



“섹튬셈프라(Sectumcempra. 보이지 않는 흉기로 헤치는 주문)!”



태형은 아쿠룹스가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을 외웠다.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용과 멸종된 공룡처럼 생긴, 목숨이 세 개인 괴물. 저것이 어떻게 이 안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태형은 여전히 몸부림치는 아쿠룹스에게 다가갔다. 하마터면 꼬리에 목을 베일 뻔했다. 이미 가슴팍에 난 상처가 벌어져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형은 그곳에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생각했다. 초록색? 분명 꼬리에 묻은 것은 붉은 색이었는데.

아쿠룹스는 전처럼 포효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쿵 소리가 온 세상을 울리는 것 같았다. 역겨운 액체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태형은 깨달았다. 꼬리에 묻은 붉은 것은 아쿠룹스의 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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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태형은 즉시 구조불꽃을 쏘아 올리고 로운에게 다가갔다. 색색이는 숨소리가 힘겹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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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뭐야. 눈 떠……”
“…….”



미동도 없는 로운을 제 무릎에 뉘인 태형은 피범벅이 되어버린 제 손에 입을 닫았다. 온 세상이 멈추는 듯했다. 로운과 저를 중심으로 누군가 시간마법이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관통한 복부에서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붉은 것은 멈추질 않았고, 미약하게나마 들리던 숨소리는 점점 위태로워져만 갔다.



“로운…… 대답 좀 해 봐.”
“…….”
“로운……로운!”



태형은 하늘을 향해 몇 번이고 불꽃을 쏘아 올렸지만 깊은 미로 속이라 그런지 감감무소식이었다. 태형은 로운의 상처에 지팡이를 대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피가 멎는 것도 잠깐이었다.



“제발…… 죽지 마……”
“…….”
“죽지 마라……”
“…….”
“난 네가 없으면……”



다시는



“로운……”



다시는 이런 나도 없을 거야.

네게만 보여주던 나는 이제 없을 거야.



“제발, 제발.”



하지만 난 나를 잃는 것보다



“제발.”



너를 잃는 게 더 두렵다.

새하얗게 질려가는 로운의 얼굴을 쓸며 태형은 깨달았다. 로운의 죽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제 손으로 살릴 방법 또한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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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아아아아!”



태형은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울다가, 웃다가, 악을 쓰다가. 주위엔 점점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차갑게 식어가는 로운의 손을 들어 제 볼과 입술에 차례로 갖다 댔다. 로운의 손은 힘없이 그의 움직임에 따랐다.

그리고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구조대의 소리도 무시할 만큼 무서웠다.



“……로운.”



하지만 너를 영원히 못 보는 것보단 나아. 태형은 웃어보였다. 곱게 감긴 눈 위로 짙은 어둠이 깔렸다. 그리고 천천히 머릿속에 떠올렸다.

사람을 호크룩스로 만드는 방법.



“보고 싶을 거야.”



로운을, 호크룩스로 만들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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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렇지?”



태형은 지팡이를 그러쥐었다. 아주 미약하지만 숨이 붙어 있었다. 너를 조금 더 일찍 죽임으로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태형은 낮게 목소리를 냈다. 금단의 마법을 올린 입술의 주인은, 이 날 이후로 검은 연기에 휩싸여 볼 수 없을 것이다.



“태형 군!”
“로운 학생이……”
“…….”
“……로운이 죽었어요.”



로운이 죽은 뒤에는 김태형도 죽었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로운이.”
“…….”
“죽었어요.”



볼드모트 뷔. 최초로 사람을 호크룩스로 만든 이였다.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와 드디어 로운이 죽었네요(?) 맨날 드디어 어쩌구 하면서 시작하는 사족이지만 그래도 덧붙여보자면, 그동안 쓰면서 로운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참 마음이 아팠는데 그 정점이 이번 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태형이 로운을 죽인 건 맞아요. 하지만 거의 다 멎어가는 숨이었습니다. 죽을 운명이었던 거죠. 그 운명을 태형이 죽임으로써 더 빨리 앞당긴 것이고, 태형이는 살인을 저질러야 호크룩스 마법을 쓸 수 있기에 로운을 죽인 거예요. 로운을 죽여서 로운을 호크룩스로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트리거워닝을 단 건 처음이라서 조금 긴장했던 것도 같습니다. 뭐 그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건 아닌 것 같지만서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못 보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고! 그리고 원래 40화가 2부의 끝이었는데 제가 분량조절을 못하는 바람에 다섯 화나 늘어나버렸다는 점... 이렇게 길게 쓴 것도 처음이고 길게 연재하는 것도 처음인지라 루즈해지는 건 아닐런지 걱정이 되네요. 그러나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 나아가야 할 이야기가 겁나게 많으니까요!

그리고 소장본 수요조사를 가져왔어요. 기간 완전 넉넉하게 ㅋㅋㅋ 불시에 링크 내릴 수도 있어요! 수요조사에 참여한다고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게 아니니 편하게... 그러나 구매의사가 80퍼센트 이상이신 분들만...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1화는 다음 달 중반쯤 올라옵니다. 그동안 더위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소장본 1,2부 수요조사 링크(~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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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지니예 입니다. 로운을 호크룩스로 만들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여서 놀랐어요!! 태형이도 안쓰럽고 로운이도 너무 안타까운 화였건것 같아요ㅠ
5년 전
육일삼
안녕하세요 지니예님! ㅠ.ㅠ 저도 쓰면서 쫌... 애들한테 넘... 큰 시련을 준 것 같아서 찔려하고 있던.. .ㅠ.. 그래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니 다행입니다 ꒰◍ˊ◡ˋ꒱੭⁾⁾ 
5년 전
독자2
와 헐 진짜 너무 둘 다 안타까워요ㅠㅠㅠㅠㅠ 아니 로운 왜 죽어ㅠㅠㅜㅜㅜㅜㅜ 맘아파ㅠㅠㅠㅠ
5년 전
육일삼
 ಢ‸ಢ  일단... 울지마시구요.. .. . 손수건... 쓰실래요...? □□□□□
5년 전
독자3
으어ㅠㅠㅠㅠㅠ결국 ㅠㅠㅠㅠㅠ 하 금손자까님 짤짱
4년 전
독자4
아아...맴찢...
4년 전
독자5
메.....? 로운이 죽다니요... 빨리 다음편으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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