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라고는 하지만, 가끔 우리는 토요일에 출근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간만에 둘 다 토요일에 쉬게 되었다.
이미 중천에 떠있는 해는 늦잠자는 우리를 깨우려는 듯 창가에 햇살이 가득하다. 시계를 보니 바늘은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졸린 눈을 하고 팔을 들어 준면이를 안으려고 했는데 손에 느껴지는 찬 기운에 눈을 떠보니 준면이가 옆에 없었다.
벌써 일어났나? 아.. 벌써가 아니지..ㅎ
" 여보, 준면아아- 으.. 졸려.. "
" 일어났어? 일부러 안 깨웠어. 근데 자기 많이 피곤했나봐- 코를 아주 그냥 제대로 골던데?ㅋㅋㅋ "
" ..내가? 언제! 자기가 골았겠지! "
괜히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그런 내가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웃어제낀다. 으, 얄미워!
" 여보.. 나 배고파- 자기 일어날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기다렸어. 내 앞에 자기 앉혀놓고 못생긴 얼굴 구경좀 하면서 먹게ㅋㅋㅋㅋㅋㅋㅋ "
" 아, 진짜아!!!!!!!!!! "
주말 아침부터 왜 이러실까. 오늘만 살려고 작정을 했나.
등짝을 한 대 세게 맞고서야 준면이는 잘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밥 먹는 시간이 애매해 간단하게 토스트와 우유로 끼니를 떼웠다.
치우려고 보니 준면이 앞에 빵 부스러기가 장난 아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준면이를 쳐다보니 헤헤 하며 바보같이 웃는다.
우리 남편 애기네ㅎㅎ 다 흘리고 먹고ㅎㅎ
내가 차려줬으니까 치우는 건 자기가 해^^
주말이라 그런지 배를 채우고서도 식탁에 축 늘어져 서로 손만 만지작만지작 대다가 부엌 한켠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다.
" 아, 맞다! 우리 장 봐야 돼, 여보! "
" 어쩐지.. 분명히 주말에 뭔가 해야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났어. 그럼 얼른 씻고 마트 갔다오자- "
" 준면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같이 씻을까? 흐흐 "
" 왜이래, 새삼스럽게? 당연한 걸 물어보고 있어!! "
하며, 날 번쩍 안아 든다.
괜히 부끄러운척하며 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니 더 세게 안는다.
역시 부창부수가 괜히 있는 말은 아니지.
*
" 와, 날씨 진짜 좋다- 그동안 비 많이 왔었잖아. 비온 뒤 맑음이네 완전. "
유난히 올해는 비가 많이 왔다. 태풍도 자주 불어서 주말에는 집에만 있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물 한방울, 바람 한 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이었다.
준면이는 오랜만에 주말에 외출한다며 온 집안을 뽈뽈 거리며 돌아다녔다.
신발을 신을 때도 내 손을 잡고 흔들흔들, 신발 신게 잠깐 놔달라고 해도 준면이는 오히려 더 꽉 잡고 안 놔주었다.
때문에 둘 다 어정쩡한 자세로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섰다.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거리라서 따로 차를 타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준면이나 나나 걷는 걸 더 좋아했다.
걸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을 같이 맞으면서 슬며시 웃기도 하고, 바깥 냄새도 맡고.
날이 맑긴 했어도, 늦가을에 접어드는 때라 조금은 쌀쌀했는데, 마침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길래 그곳으로 들어섰다.
" 어서와요- 뭐 드릴까요? "
" 여보, 뭐 먹을래? 다 맛있겠다. "
" 음.. 일단 떡볶이랑 어묵 하나씩 먹자. "
이쑤시개를 하나씩 들고 나는 떡, 준면이는 오뎅을 찍어 서로 먹여주었다.
떡이 조금 뜨거웠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하는게 또 왜이렇게 귀여운지 오뎅국물을 조금 식혀서 주니, 그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 진짜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손으로 준면이 볼을 잡고 이리저리 흔드니 인상을 찌푸리며 하지말라고 입술을 쭉 내밀며 투정을 부린다.
간단히 배를 채운 우리는 본격적으로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준면이는 내 오른쪽에서 한 팔로 카트를 끌고, 한 팔로는 나와 팔짱을 끼고 걸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준면이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허리에 손을 감기도 하며 장난을 쳤다.
오늘은 마트가 전체적으로 행사를 하는 날이었나보다.
여기저기에 '2+2'라던가, '파격세일!' 같은 문구가 붙어있었다. 이 때다 싶어 양손에 행사상품들을 가득 들고 있으니,
" 어허, 이건 우리 계획에 없는 물건일텐데- "
" 그래두.. 이 때 아니면 살 기회 없을 것 같아서.. "
" 그럼 이게 지금 왜 필요한지 설명해봐. 그럼 사는 거 허락해줄게. "
어.. 그러니까.. 하며 내가 우물쭈물 말을 못하자, 단호하게 내려 놓는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그 물건이 있던 쪽을 쳐다보니 큼지막한 손바닥으로 내 고개를 돌린다. 힝.
준면이가 살 것들을 꼼꼼하게 적어놓은 탓에 장보는 건 시간문제였다.
목록에 적어놓은 걸 차례로 담으면서, 준면이에게 저녁으로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물어보기를 기다렸는지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대찌개! 부대찌개!' 를 외치는데
그 입모양이 귀여워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내꺼' 라고 햇더니 뭐가 좋은지 또 헤헤 웃는다.
찌개재료와 반찬거리들을 사러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카트를 끌던 준면이가 없다.
또 어딜간거야,
이렇게 갑자기 없어지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재료들을 마저 담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날 와락 안아왔다.
" 아, 깜짝이야! "
" 놀랬어? 자기 놀래키려고 저-기 숨어있었어! "
" 또 장난친다! 나 진짜 놀래서 팔꿈치로 명치 때릴려고 했어. 자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엉? "
" 오구- 그렇게 많이 놀래쩌요? "
준면이를 살짝 째려보며 씩씩댔더니, 내 엉덩이를 때리면서 우쭈쭈 한다. 여기서 이러지말자 자기야..ㅎ
그렇게 가득 채운 카트를 끌고 계산을 하는데,
" 여기요, 일시불로 해주시구요. "
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저 멘트 뭐얔ㅋㅋㅋ
카드를 꺼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느끼한 표정으로 말한다.
혼자 빵터져서 준면이 어깨를 밀며 살짝 웃었더니, 자기도 민망한지 푸흡 하고 웃는다.
한 손에는 마트봉지, 한 손은 내 손을 꼭 잡고 손을 앞뒤로 팔랑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산 게 많아서 무거울 법도 한데 자기 혼자 들겠다며 고집부리는 탓에 냅뒀더니, 무거운지 입술에 힘을 꽉 준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는지 절대로 무겁다고 말 안한다ㅋㅋㅋㅋㅋ
집에 들어오자마자 주전부리들을 꺼내놓고 티비를 켰다. 주말 저녁이라 채널마다 다양한 예능프로그램들이 하고 있었다.
재밌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서로 때리면서 웃기도 하고, 웃다가 바닥에 주스를 엎기도 했다.
그러다 지쳐 소파에 축 쳐져 있었다. 티비 보면서 뭘 먹긴 했는데, 웃느라 다 소화됐나보다. 아님, 우리 뱃속에 그지가 들었나.
금새 배고파져서 아까 사놓은 부대찌개 재료들을 식탁에 놓고 요리를 할 준비를 하니, 준면이가 어느새 옆으로 와 같이 앞치마를 두른다.
역시 내 남편이야! 하며 엉덩이를 팡팡 쳤더니, 뭐가 부끄러운지 하지말라고 앙탈을 부린다. 아까 자기는 사람많은데서 내 엉덩이 때려놓고선!
준면이는 재료들을 섬세하고 예쁘게 잘 다듬었다.
잘하고 있나 옆을 쳐다봤는데 다듬는 데에 초집중하고 있는지 입술이 쭉- 나와있다.
준면이는 뭐 하나에 집중하면 입술이 삐죽 나오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럴때면 내가 잡아당기곤 했다.
그럼 또 하지말라고 눈썹을 찡그리며 화난 표정을 짓는다.
미안한데, 하나도 안 무섭거든^^
보글보글 맛있게 찌개가 끓고, 반찬들을 상에 놓고 보니 물컵 하나 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푸짐했다.
" 우와, 우리 진짜 많이 했다. 이거 다 언제 먹지? "
" 그러게.. 뭐 남으면 뒀다가 뎁혀먹고 하면 되지- "
는 무슨. 그 자리에서 다 해치웠다ㅎ
준면이가 나랑 결혼하고 나서 살이 좀 찐 것 같기도 하다.
연애할 때는 아무리 먹여도 살이 안찌더니, 역시 집밥을 많이 먹어야 살이 찌나보다.
괜히 준면이 옆에 가서 배를 살살 문지르며 애기 태명이 뭐냐고 장난을 치니 '별이' 라며 그걸 또 받아친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갑자기 눈빛이 진지해지더니, 진짜 별이 만들어봐? 하며 날 번쩍 안아 올려 안방으로 데려간다.
아잉 몰라 ♡
| ...? |
이봐 작가양반!!!!!!!!!!!!!!!!! 내 소듕한 뒷이야기 내놔!!!!!!!!!1
하셨죠?ㅎㅎ... 뒷이야기는 없.........쿨럭.....
이번이 두번째 글인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ㅠㅠ 갑자기 달달한 노래를 들으니 신혼썰을 쓰고 싶어져서 들고 와봤어요! 어때요, 조금이나마 설레셨나요? 그랬다면, 전국!!!!! 성고옹!!!!!!!
예. 사담 그만하고 물러가겠습니다.
독자님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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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