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촛불이 아른해졌다. 딱히 개방된 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이유는 서희 때문이었다. 뭣이 그리 좋은지 경수와 헤실헤실 웃음을 터뜨린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주시하던 나는 그들 위로 지는 그림자가 옅어짐을 감지하고 소맷자락을 꾹 쥐고 말렸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서희와 경수가 벙찐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갑작스레 장난기가 돌아, 섬짓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경수가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울먹울먹하며 끅끅거리는 경수를 서희가 토닥여줬다. 나는 미안함이 드는 동시에, 어이없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큭큭대며 배를 쥐는 나를 본 서희가 주먹으로 어깨를 친다. 세모눈을 한 서희가 눈에 차자, 더욱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눈꼬리에 달린 눈물을 떼내고 눈을 뜨는데, 그만 불이 스스러지고 말았다. 경수가 크게 앓기 시작하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앙앙거리며 우렁차게 우는 경수를 달래보려 애쓴다. 밤은 깊고, 길다. 잘 시간이 됐는갑다. 경수를 품에 안고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서희가 그럼 그럼! 하며 맞장구를 치자, 경수의 울음이 잦아든다. 사실 잠이 들기에는 모자란 시간이었으나, 금세 골골거리는 경수를 보니 피곤이 달려든다. 벽을 짚고서 이부자리를 찾아 동생을 뉘인다. 서희와 나는 경수의 양쪽에 자리를 마련해 누웠다. 방금 전까지 떠들고 놀았던 것이 무색하게, 빠른 속도로 잠이 든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늦으실 모양이었다. 괜시리 아린마음이 들어 경수의 손을 꼭 잡았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낯선 목소리가 저의 귀를 찔러댔다. 저 설익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그런데 듣다보니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더 이상 못견디고 잠에서 깼을 때에는, 그 목소리가 경수의 것임을 판단한 뒤였다. 요란한 기상 탓인지 온몸이 아우성을 쳤다. 경수는 내가 기지개를 켜는 동안에도, 오라버니를 복창 중에 있었다. 몇번이나 저의 호칭을 일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제 잘못이 명확한지라, 어찌 큰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며칠 전 틀어주었던 사극이 문제였다. 달달하고 푸릇한 사극을 처음 접한 뒤로, 저와 내가 공주와 도련님이라도 된 양 행동했다. 곧, 얼마가지 않아 멎을 것이 분명했기에 가만있었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었다.
"오라버니!! 일어났사옵니까? 오라버니!!"
"그만, 그만."
"오라버니!! 오라버니!!"
"떽! 그만 하라했다, 경수."
"으으응.."
훈계를 두듯 손가락을 치켜들며 타일렀더니, 금세 우는 표정을 짓고 쳐다본다. 저는 남자이고, 나도 남자인데. 어떻게 공주와 도련님이 성립될 수 있단 말인가. 금세 몽글몽글하게 눈을 덮은 눈물방울에 나는 할 수 없이 팔을 벌렸다. 그러자 한층 더 깊어진 표정을 하고 폭삭 안겨온다. 퐁퐁, 맺혀있던 눈물방울이 얇은 니트 위로 젖어들어갔다.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자니, 아랫층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서희의 목소리같은데. 아무래도 내려가봐야 할 것 같았다.
"경수, 내려갔다올게. 여기 잠시만ㅡ"
"안 해."
"1초만에 갔다올게. 갔다와서 안아줄게."
"싫어, 계속있어. 안고싶어."
고집은 누굴 닮은건지 황소고집이 따로없었다. 안는게 아니라, 안기는 거겠지. 나한테. 나는 하는 수 없이 경수를 안고 있어야했다. 놓는 순간, 집은 지옥으로 변할테니. 한참을 부둥부둥해주는 사이, 서희가 쿵쿵거리며 계단을 올라왔다. 괜시리 두려운 마음에 경수를 꼭 안았다. 너 때문이야. 너, 너, 너! 속으로 경수를 원망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다다다 쏘아붙여질 말을 예상하며.
"안내려와? 내가 몇번이나 불렀어?"
"아, 그게..지금 경수ㅡ"
"경수 데리고 내려오면 되잖아. 어?"
"미안. 생각을 못했네."
"됐어. 빨리내려와. 그리고 경수 너, 형한테 너무 달라붙지마."
마지막 말은 일말의 질투였을까. 서희는 꽤 화가 난듯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얼마 안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경수와 떨어지질 않았으니. 누가 누구의 동생인지 모를 만큼. 나는 경수의 발을 골반에 턱 걸친채로 일어섰다.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는 등을 쓰다듬었다. 경수는 벌써 초등교 5학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년 때에 비해 별로 찌지않은것 같았다. 너무 마른 탓인가? 계단을 내려가며 앙상한 팔목을 손으로 쥐었다. 경수는 너무 하얗고, 말랐으며 약했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면, 전반전도 얼마 못 가 운동장에 쓰러졌다. 얕은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그런 경수를 지켜보던 나는 사색이 되어 경수를 안아올렸다. 그러면 안심이 된다는 듯이 나를 꼭 안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얘와 못 떨어지겠다는거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경수가 나에게 착 붙어지냈던 것이 다반사였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은 사뭇 달랐다. 경수도 나를, 나도 경수를. 쌍방으로 서로를 챙기고 있었다. 아이에게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애틋하고, 서투른 경수는 나를 좋아하고 따랐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저를 따르고 좋아해주는 아이를 싫어하는 이가 어디있을까. 흐뭇하게 서있는 사이, 서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또한번 들려왔다.
"변백현, 안내려와??"
"어어! 간다!"
"으응..시끄러."
와중에도 시끄럽다며 잠꼬대를 하는 경수가 귀여워 볼을 꼬집어주었다. 그러자 볼이 뽈록 솟아오른다. 예쁘게 웃는 경수가 또 귀여워서 뽀뽀를 했다. 남은 계단을 내려가며 몇번이나 뽀뽀를 했는지 모르겠다. 한 스무번 정도 했나. 귀여운건 귀여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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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ㅋㅋㅋㅋ어떻겤ㅋㅋㅋㅋㅋㅋㅋㅋ해얔ㅋㅋㅋㅋ하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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