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봄!!! 우현&key 컾링인데 이름이 너무 예쁘고 달달해서
또 똥손으로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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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 엄마!!! 왜 이렇게 늦게 깨웠는데!! 내가 9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했잖아!!! 젠장 늦겠네!!"
지금 시각은 오전 10시경.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군다고 또 등을 얻어맞았다. 나 친아들 맞아? 후끈거리는 등을 어루어 만지며 화장실로 직행했다. 큰일 났네 진짜. 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제 일어나다니 나도 참 병신이지…. 샤워기에서 시원스레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오늘따라 부드럽다. 맨날 샴푸 향이 안 좋다고 칭얼거렸었는데 오늘따라 냄새도 달큰하고. 뿌옇게 김이 서린 유리창에 그의 이름을 써본다. 이름도 예쁘지. 자꾸만 귀에 걸리는 입꼬리를 붙잡지도 못하고 결국 또 얼굴이 붉어진다.
날씨 참 좋다. 어젯밤까지 계속 비가 내려 걱정했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더 화창한 것 같다. 뜨겁지 않은 햇볕 따뜻한 바람 그리고 나뭇잎에 맺힌 투영한 이슬까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딱 그 시점. 봄꽃은 짧은 여운을 주고 저 버렸지만,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들은 날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꼭 너를 닮은 것같이.
약속 시간이 되려면 30분이나 남았다. 세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준비했지만, 더 밝은 옷을 입을걸 그랬나, 안경을 쓸 걸 그랬나, 머리를 세울걸 그랬나 아직도 고민 중이다. 30분이 30년 같다. 물론 기범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달콤하기만 하지만. 혼자 카페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도 그리 지루하지마는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내 눈엔 모두 다 핑크빛으로 보이고 다 행복해 보인다. 아니다, 내 눈엔 그저 김기범만 보인다.
01:00
약속시각이다. 물론 딱 한 시에 오기는 어렵겠지만 애가탄다. 난 10시부터 일어나서 너 생각하면서 준비했으니까 지금 몇 시간을 널 기다린 거야. 손해 본 기분도 아니고 억울한 것도 아니고 단지 기범이가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아, 보고 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아, 진짜 보고 싶어 죽겠네"
"누가?"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 묻어난다. 고개를 푹 숙이고 보고 싶다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는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 고개를 냉큼 들게 했다. 빛보다 빠르게 마하의 속도로. 아 젠장. 얼굴 또 빨개진다. 가오 다죽네 남우현.
"와…. 왔어?"
"응. 지금 몇 시야? 나 좀 늦었는데"
"10분. 왜 늦었어. 진짜."
진짜…. 보고 싶었는데. 간지러운 느낌에 마지막 말은 목구멍으로 삼켰다. 기법이랑 눈을 맞춘다. 웃을 때 접히는 눈꼬리가 정말 예쁘다. 기범이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계속 웃음이 새어나와 미치겠다. 10분을 늦든 1시간을 늦든 난 끝까지 널 기다렸을 건데 뭘. 왔으니까 됐다.
"원래 첫 데이트는 10분 늦어줘야 한댔어."
"…. 어?"
예상치 못한 대답에 멍청하게 기범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 하, 미치겠네. 정말 귀엽잖아. 이거. 안 되겠다 진짜. 너무 귀여워서 좀 놀려줘야지. 눈을 얇게 뜨며 기범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눈에 담기는 기범이의 얼굴에 내가 더 죽을 것 같지만 더는 앞에서 벌벌 떨지 않을 거라고.
"늦었으니까 벌 받아야겠다"
"벌? 헐 그런게 어딨어!!"
"왜 이 여우야. 나 기다리게 한 벌 받아야지"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어서 얘가 당황했는지 눈만 도록 굴리다 내 어깨를 살짝 밀어낸다. 큭큭, 헛기침하며 손부채 질을 연신 해대는 기범이가 한없이 귀여워 보인다. 이렇게 좋은 날 카페에서만 썩을 수는 없지. 기범이의 손목을 잡고 카페를 나왔다. 나오자마자 내리쬐는 햇볕은 나와 기범이 얼굴에 미소를 걸어줬다. 급하게 잡고 있던 손목을 놨다. 기범이는 좋은 날씨에 푹 빠졌는지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나 혼자 굉장히 신경 쓰이고 겁나 두근거리네.
"남우현아"
기범이가 불러주는 내 이름. 앞만 보고 걸으며 내 이름을 부른다. 정말 듣기 좋아서 한 번 더 불러줬으면 해서 못 들은 척했다. 이쯤이면 중증인 거 맞지? 김기범 바이러스. 기범이의 두 발짝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혼자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갑자기 휙 뒤돌아봐서 깜짝 놀랐다. 표정관리 안 되는데 아….
" 우현아 "
" 왜? "
" 남우현! "
" 응 "
" 남우현아 "
" 왜 불러요 김기범아 "
" 그렇게 이름으로 불러 좀. "
기범인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앞으로 돌아 천천히 걷는다. 멍하니 기범이의 뒷모습만 쳐다보다 빠른 걸음으로 기범이를 쫓아 발걸음을 맞춘다. 힐끔 쳐다보니 은은하게 번져있는 미소는 나까지 웃게 한다. 참 어메이징한 사람이야 김기범. 살포시 소리 내 웃으니 날 쳐다보며 눈빛으로 묻는다. 왜 웃어?
"네가 너무 예뻐서"
"지랄도 풍년이지"
"뭐? 헐 말버릇 봐. 너 받아야 할 벌 두 개로 늘었다?"
"개그 하네 남우현. 빨리 오기나 해"
말하는 거랑 행동이랑 일치하면 또 몰라요. 싫다는 듯 말해도 그 빨개진 얼굴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김기범? 하여튼, 예뻐 죽겠어요. 이렇게 예쁜 널 가만히 놔두면 그게 사람이야? 고자지.
"…?"
"가자, 기범아"
그렇게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내가 손이 좀 큰 편인데 기범이의 손이 내 손안에 쏙 들어왔다. 손은 또 뭐 이리 작고 따뜻한지…. 누가 데려갈까 봐 겁난다.
너와 손을 잡고 걷는 이 거리는 온통 꽃밭일 테고 나에게 재잘재잘 말하는 네 목소리는 그 어떤 노래보다 신 날 테고 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시간이야.
우리는 큰 나무 밑에 서 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바람이 살살 불 때마다 맺혀있던 이슬이 톡 톡 떨어진다. 이것마저 좋네. 너랑 같이 있으면.
"기범아"
"왜요 남우현 씨"
"이제 진짜 여름인가 봐"
"응…. 난 봄이 좋은데"
"나도. 근데 난 아쉬울 것 없어"
"음?"
"네가 내 봄이니까."
어이구- 라며 내 볼을 장난스레 꼬집는 기범이. 그래, 넌 내 마음 모를 거다. 그래도 내가 더 많이 좋아할게. 내가 더 아껴주고 내가 더 사랑해주고 내가 더 지켜보면 되겠지. 그럼 너도 더 나한테 마음을….
"고마워"
저 멀리 뛰어간다. 작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폭 가리고는.
…. 방금 너 나한테 뽀뽀했냐? 진짜 이 여우…. 잡히기만 해봐.
「너와 함께하면 내겐 늘 봄일 거야. 난 너의 소중한 봄에 벚나무가 되어줄게.」 |
헐 달달하다ㅠㅠㅠㅠㅠㅠ물론 노래가ㅠㅠㅠㅠㅠ
노래만! 달달하다는게 함정...ㅋ
(+ 진짜 조회수랑 댓글 수 너무 많이 차이나서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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