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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XXX. 전체글ll조회 942l

 

 

 

 

 

 



 

제발, 아무나 우리 세훈이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

 

 

 

3년 전이였을까. 내 동생 세훈이는 원인 모를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쫓기고, 또 쫓겼던 삶을 버리고 먼저 가버렸다. 아직도 나는 사채업자들에게 조이고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럴 때면 세훈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차라리 세훈이 네가 힘든 것보다 내가 두 배로 더 힘든 게 나아. 형은 그렇게 생각해.  세훈아, 그렇게 형은 여전히 쫓기고 있다.

 

 

세훈이의 체취가 여전히 풍기는 반지하 집에 들어왔다. 벽지에는 곰팡이가 피다 못 해, 벽지가 다 뜯어져 시멘트 가루까지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몇 평 안 되는 이 좁은 공간에서 나는 세훈이와 씻고, 먹고, 잤다. 물론 쉬진 못 했다. 쉴 시간이 알바를 더 하고, 우유 하나라도 더 배달했다. 매일 뛰어다니고 서있느라 다리가 성할 날이 없었다. 세훈이는 물론이고. 깊은 숨을 푹 내쉬고는 이불을 깔고서 누웠다. 벽 쪽으로 돌려 눕는데 옆에는 세훈이가 깔고 자던 이불이 보였다. 항상, 저 이불만은 치우지 않았다. 언제라도 와서 편히 쉬고 가길 바라며. 저 이불마저 치우면 영영 세훈이를 보내는 것만 같아서. 곁에는 애인도, 부모님도, 친구도 아닌 오직 세훈이뿐이였다. 세훈이 역시 그랬고. 그래서 항상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넘겼다. 해가 지는 것을 보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집으로 들어가 이불을 깔고 누웠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힘들어도 웃으며, 오늘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눈을 슬며시 감으니 뜨거운 액체가 툭,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고 베개를 서서히 적셔갔다. 이렇게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낸다.

 

 

 

다들 눈을 뜨면 나른한 햇빛이 얼굴을 비춘다고 했다. 그렇게 애인과 침대에서 뒹굴다가 일어나 같이 밥을 먹고. 애인을 마중 나가고. 편히 소파에 앉아서 과자나 씹으며 TV를 보고. 그건 나와는 절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꿈도 못 꿀 삶이였다. 나는 눈을 뜨면 파랗게 물든 하늘이 보였고, 밝은 햇살은 날 반겨주질 않았다. 이게 바로 나의 삶이다. 아무도 나를 반겨주지 않는, 그런 삶. 나는 죽을 때까지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공사장에 가서 막노동을 할 삶이였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전히 나는 높낮이가 없는 톤으로 손님을 대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손님에 인상을 작게 쓰며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핸드폰을 만지는 손님에 후, 하고 바람을 풀어 앞머리를 날렸다. 앞머리가 많이 길었네. 좀 잘라야 되는데. 테이블을 주먹으로 두 세번 가볍게 톡톡 치자 그제야 고개를 들고서 주문을 하는 손님이다. 사과도 안 하네. 싸가지가 없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플레인 요거트 치즈케이크 맞으십니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카드를 내미는 손님에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카드를 긁고서 사인을 해달라니까 펜을 들고 뭔가를 끄적이는 손님을 봤다. 영수증을 뽑아 진동기와 함께 건넸는데 사인을 얼떨결에 봤다. 박찬열. 정갈한 글씨로 쓴 게 참 얼굴과 어울리지 않았다. 자리로 가 앉아 노트북을 하기 시작하는 손님을 보다가 손님이 저를 부르자 깜짝 놀랐다. 그렇게 넋놓고 봤었나. 사과를 하고는 주문을 다시 정신없이 받기 시작했다.

 

 

 

-

 

 

 

10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고, 거리에는 붕어빵과 어묵, 고구마를 팔기 시작했다. 항상 자주 오지도 않는 가을비가 하필 우산을 안 갖고 나왔을 때 왔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장갑도 못 껴 빨개진 손을 비비며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냥 뛰어 가자, 싶어 심호흡을 내쉬고는 한 발자국을 떼는데 누군가 제 팔을 잡고 당겼다. 그 바람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고 몸은 카페 쪽으로 돌아갔다. 놀라 눈이 동그래진 채로 고개를 위로 해 쳐다보는데 어…

 

 

 

"비 맞으면 탈모 생겨요."

"…네?"

"우산."

 

 

 

비 맞으면 탈모 생긴다며, 우산을 한 번 들썩이고는 옅게 웃는 남자를 쳐다봤다. 박찬열. 그래, 아까 그 싸가지 더럽게 없는 손님이였다. 옆으로 안 붙고 뭐해요? 찬열의 말에 움찔해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니 안 가요? 하고 저를 쳐다보는 찬열이였다.

 

 

 

"아, 아니요. 가요!"

 

 

 

-

 

 

 

뭔데 데려다 주는 걸까. 괜한 걱정과 호기심에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생각만 하며 걸어가는데 어느새 집에 다 도착해갔다. 문득 생각을 해보니 찬열은 카페에서 알바하는 저와는 다르게 값 비싸보이는 잘 빠진 수트를 입고 있었다. 손목에 찬 손목시계도 반짝거리고, 그냥 온 몸에서 느껴졌다. 아, 이 사람. 돈 좀 만지는 구나. 저는 다 떨어진 운동화에 아무런 무늬 없는 검정색 후드티,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는 찬열을 불렀다.

 

 

 

"아, 저기 여기서부터는 제가 알아서 갈게요."

"그래도 지금 비 많이 오는데."

"아니요. 저한테 왜 잘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 하고 인사를 하고는 가방을 고쳐 맨 다음 집 방향으로 최대한 빠르게 뛰어갔다. 후드 모자를 쓰고 있어도 비는 제 몸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일주일 후면 세훈이 기일이였다. 그래서 가을에는 비가 많이 오는 걸지도 모른다. 세훈이가 억울함에, 하늘에서 울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 제 몸을 적시는 이 물이 세훈이의 눈물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맞을 자신 있다. 그러다 점점 뛰는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에는 걸음을 멈췄다. 폭우가 와 말소리도 잘 들리지가 않을 정도였다. 거세게 내리는 비 사이에 저는 우두커니 서있었다. 얼굴에는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흘렀고, 숨은 점점 가빠져왔다.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끅끅대며 서럽게 울고 있는데 아까와 같이 또 누군가 제 손목을 세게 잡고 일으켰다. 눈꼬리가 잔뜩 붉어진 채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데 또 제 앞에는 찬열이 서있었다. 이번엔 웃었던 얼굴 대신 화가 난 얼굴이였다.

 

 

 

"집에 간다면서요. 여기가 집이야? 얼른 가요. 감기 걸리겠어."

"……"

"…우리 집에 가요. 일단 씻는 게 우선이야."

 

 

 

저를 억지로 차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찬열이였다. 다 젖어서 차 시트 젖을 텐데… 안절부절해, 눈치만 보자 찬열이 앞만 보며 입을 열었다. 가만히 있어요. 해치진 않을 거니까. 그 쪽 일주일 전부터 지켜봤어요. 마음에 들어서. 놀라 저는 찬열을 쳐다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그제야 작게 소리내어 웃는 찬열이였다. 벌써 집에 도착했는지 차가 지하주차장에서 멈췄다. 아까 주차장 들어오기 전에 본 건물. 굉장히 컸다. 부자들만 산다는 그 오피스텔. 입이 쩍 벌어졌지만 급히 입을 다물고 차에서 내렸다. 제가 앉았던 자리는 물로 흥건했다. 아, 내일 아침에 닦든가 해야겠다.

 

 

 

찬열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역시나 깨끗한 내부였다. 이 상태로 집에 들어간다면 온 방바닥이 물로 흥건할 것이다. 현관에서 쭈뼛대는데 그걸 알아챘는지 화장실에서 수건을 갖고 와 제 몸을 닦아주는 찬열에 움찔거렸다. 귀가 조금 빨개져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웃으며 얼른 씻고 오라고 말하는 찬열에 어색하게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아, 근데 나 속옷이랑 옷 없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아,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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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ㅜㅜ세훈이는 어쩌다가ㅜㅜㅜ백현이가 슬퍼보인다ㅜㅜ
9년 전
독자2
세훈인 어쩌다 죽은거에요..ㅜㅜ 백현이불상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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