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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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나는 너를 지나쳐왔다.
햇빛이 들지 않는 차가운 그늘 속에서 있는 너를 지나쳐왔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가득가득 울리는 곳에서 나는 사람들의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곳에 있는 너를 지나쳐왔다.
같은 곳에 있지만 다른 곳에 있는 것만 같은 너를 지나쳐왔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이 흘러도 너는 매일 그 장소에서 홀로 있었다.
너의 뒤에 있는 회색빛의 콩크리트 벽이 너의 등뒤에서 나와 자라나는 것 같았다.
너는 너의 그림자 조차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햇빛 속으로 나오지 않았다.
차가웠다.
너의 주변에 있는 공기마저도 차가워 보였다.
두 달을 넘게 그런 너를 지나쳐오면서 나는 궁금하기 시작했다.
'밥은 먹나?'
'고아인가?'
'왜 저기에 있을까?'
그리고
'왜 나를 매일같이 바라볼까'
궁금해도 나는 너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워서,
너의 등뒤로 난 회색빛 벽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아서,
너의 그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만 같아서 나는 너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아니,
다가가기 싫었다.
그냥 니가 싫었다.
매일 너를 지나치는 나를 내 그림자조차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무섭게 쫓아오는 너의 그 눈빛이 너무나도 싫었다.
결국 나는 너를 피해 학교를 갔고
시간이 흘러 너의 그 웅크린 모습은 내 기억속에서 차츰차츰 사라져 갔고
나는 너를 잊었다.
아무런 이유없이 니가 무섭고 싫었던 18세, 어리기만 했던 그 날의 나는
이제 십년이라는 세월의 강이 흘러 흘러
너의 등뒤로 나던 회색빛 건물 속에서 허덕이는 28세, 도경수가 되었다.
처음쓰는거라서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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