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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사랑하는 독자님들께 바칩니다 ♥
※ BGM 관련 문의는 받지 않겠습니다.
일년에 다섯남자
스무살에 들어서 만난 남자들은 어째서 죄다 짖꿎기만 한건지 모르겠다.
왜인고 하면, 강의 시간에 늦어서 허겁지겁 집을 나선 아침부터 마주친 앞집 박찬열 덕분이였다.
“안녕하세요. 수업 가시나봐요? 오늘도 토하실것 같은 얼굴인데. 괜찮겠어요?”
“……하하, 왜 놀리고 그러세요? 어제는 술 같은거 마시지도 않았어요!”
“하하, 웃겨서요. 그 쪽 너무 재밌으세요. 우리 이 참에 통성명이나 할까요? 전 박찬ㅇ……”
“아, 아 저 바빠서 그,그만!!”
박찬열의 말을 자르고 그냥 뛰어버렸다. 통성명을 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바빠 죽겠구만 너스레를 떨고 앉아있는게 왠말인가!
저런걸 두고 사교성이 좋다고 표현해야할지 주책 맞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분간 통성명은 조금 피하자…….
통성명까지 했으면 저 남자는 첫인사부터 끝인사까지 장난으로 시작해서 장난으로 끝낼것같다. 데면데면한 사이인데도 저러니 원.
아무튼 까칠한 교수님 강의인대다가 정식적인 첫 수업인데 늦어버렸다. 박찬열 때문에 더 늦어버렸다.
택시를 타려고도 했지만 나는 가난한 자취생이였기에 앞머리를 휘날리며 열심히 뛰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버스 도착시간도 이십분 가량. …… 내 학점 깍이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씹으며 알림판만 올려다보는데, ……엄매 맙소사 패딩 군단이다.
저 멀리서 알록 달록한 서너명의 패딩 군단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북쪽이로 산악이라도 가는 것인지 하나같이 북극곰같은 패딩을
입은걸로 모자라, 머리 색까지 알록달록 휘황찬란하다. 아무리 작년에 졸업을 했기로서니 아직까지 저런 놈들은 무섭다.
어느새 고개를 원위치하고 쓸데없이 폰 액정만 들여다봤다. 역시 오늘은 날이 아닌가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들도 버스정류장 앞에 멈췄다.
계속 쌍시옷이 들어가는 말이 뒤에서 들려오는데……, 가시방석이다.
“시발 그래서 그 새끼가 갑자기 의자를 던지는거야.”
“그걸 그냥 나뒀냐? 요즘 너무 풀어줬어.”
“미쳤냐 그냥 놔두게? 개 빡쳐서 그 새끼 패대기 치고 존나게 밟었어”
글로 읽으면 뭔 허세냐고 깔깔 웃어댈 나이지만 소리만 들으면 깡패가 따로없다. 유난히 조용한 버스 정류장에 울려 퍼지는 남자아이의
목소리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다가 쓸데없이 이 망할놈의 호기심 덕에 고개를 슬쩍 돌려보았는데.
“그런일이 있었냐? 나는 왜 몰랐ㅇ…… 어? 뭘봐? 야리는건가?”
딱 눈이 마주쳤다. 덕분에 나머지 두명의 눈길도 내게 모아졌다. 하 하하. 어색한 웃음소리와 함께 절대 그럴일이 없다는듯이 어색하게 웃음
을 띄우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이젠 실실 쪼개? 하며 꼬투리를 잡는다.
“그런거 아니라니까…… 요?”
“필요없고, 너 왜 사복이야. 학교 안가냐? 지금 시간이 몇신데 여기서 이러고 자빠졌어?”
나를 자신과 같은 나이대로 봐준다니 고맙긴 하다만 반토막 난 말끝이 조금 거슬린다. 점점 굳어가는 표정이 내 얼굴위로 나타났을때
그 애는 어느새 내 앞에 와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변백현 너 미쳤어? 아침부터 시비 쪼지마, 순한애한테”
“냅둬. 저 새끼 요즘 지랄이 풍년이야”
“가만히 었어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그래”
나는 이런 개념없고 생각없는 종자들을 주위에 두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곤 간단없이 나를 살펴보는 눈빛이 매섭다.
들여다 볼게 뭐있어? 이런 싹수 노란놈 지인으로 둔 적 없다, 난.
“야, 너 이름 대봐.”
“이, 이름?”
“설마 너 도…….”
“도경수인데”
아침에 앞집 남자와 통성명도 겨우 피했는데 뜬금없이 오늘 처음 만난 고딩에게 이름을 불었다.
이런 고딩 따위에게 순순히 말을 하는게 자존심상해서 작게 웅얼거리며 말하자 그 애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지더니 서서히 웃음이 만연하게 핀다.
“도경수!!”
“으, 으악! 왜 이러세요!”
말릴 새도 없이 나를 안아버린다.
얼마나 꽉 안아버리는지, 패딩 덕에 안그래도 막힌 숨이 더 막혀온다.
버스……, 버스……. 눈을 도록도록 굴리며 텅 빈 도로의 버스를 찾아보지만 버스를 하나 하나 조립해서 오나보다.
“너!! 서울은 또 언제 올라왔어?!”
“한달전에……, 아니 일단 이거 놔봐요!”
“진짜 나 기억 안나냐? 변백현!”
“제가 그쪽을 어떻게 알ㅇ…… 응? 변백현? 니가?”
“우와. 너 기억력 나쁜건 알겠는데, 나 조금 섭섭하다?”
헐 진짜야? 그 애기같던 꼬맹이가 이만치 컸다고?
벙찐 얼굴로 백현이만 보고 있으니 나머지 두 패딩까지 얼빠진 표정으로 우리를 주시한다.
변백현이라고 하면. 내가 서울로 올라오기전……, 중학교 2학년때 알던 사이였다. 그때 나보다 두살 어린 백현이는 기껏해야 초글링이였고,
한창 드나들던 pc방에서 일진 행새를 하고있는 백현이와 잘 놀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준수한 외모였기때문에, 나는 그저 장
난으로 궁디 팡팡도 해주고 간단없이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백현이를 무척 아꼈던것같다. 그런데 백현이는 그런 내가 좋다고 초딩주제에 형아
내꺼라며 얼마나 깝치던지. 날 좋아한다고 진득하게 따라 다녔던것 같다. 당연히 나는 아이로 밖에 보지 않았고. 백현이가 중학교 입학할때
쯔음에 서울로 이사를 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렇게 컸단 말이야? 것도 날라리로?
세월이 참 무섭긴 무섭다.
“너 키 되게 컸다…….”
어렸을 때 모습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옛날엔 나보다 한참 작았는데 나는 그때 그 키에 머물로 있고. 슬플 뿐이고.
이 자식은 어느새 내가 올려다 봐야 될 정도로 많이 컸다.
“너는 왜 이렇게 작냐? 어째 그때 그대로 같네”
“너 근데, 형이라고 안부르는 건 여전하구나?”
“나, 많이 컸잖아. 키도 너보다 큰데 형이라고 부를 필요있어?”
“있는것 같은데……”
“여기 있으면서 니 생각 얼마나 났는ㄷ……”
“어 나 버스왔다. 백현아 나 가볼게! 너도 빨리 학교가!”
“헐 미쳤어?! 야!! 어딜 가?!”
어쩔 수 없다.
학점부터 살리고 봐야된다.
너스레를 떠는 백현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탔지만 학교로 가는 내내 왜인지 추억의 향수에 젖어 있었다.
# 버릇 생각 개념 無 날라리 고딩 변백현 (18)
***
“대학 생활 참 재밌게 해. 응? 선배한테 술주정도 부리고, 수업도 잘 까먹구”
“서, 선배 우리 그 얘긴 묻어둬요. 그 날 일은 없었던 걸로 하죠? 좋았어.”
“묻어두긴 뭘 묻어둬, 이 재밌는 걸. 근데 너 내가 준 반창고 뗐네?”
“계속 붙이면 더러워지잖아요”
“그거 내가 제일 아끼는거라고 말했을텐데 더러워져도 붙히고 다녀야 될거 아냐? 이 칠칠아. 너 이마에 피딱지 생겼어”
그러면서 또 반창고 하나를 주섬주섬 꺼낸다.
“근데, 이마에 반창고 붙히고 다니면 되게 웃기지 않아요?”
“응. 너 그때도 웃겼는데 지금도 여전히 웃기다.”
“……아 뗄레요”
“아냐, 예뻐. 흉지내까 냅둬”
“그, 그러죠 전 가볼게요”
“어디가는데?”
“왜요? 강의도 끝났는데”
사실 신환회때 친해진 형이 오늘 클럽 구경을 시켜준단다. 서울에서 알게된 몇몇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 제안은 했었지만,
그런곳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갈 엄두도 못냈다. 그런데 오늘 형의 꼬임에 넘어 가 생각해보니 재밌기도 재밌겠다 싶어서…….
“뭐? 클럽? 미쳤냐?”
“왜요!”
“너 그런데가 얼마나……, 하 그래. 한번쯤 가보는것도 나쁠건 없지”
“뭐야, 선배가 더 역성이네. 그럼 저 가요!”
야 너 술은 먹지마! 하는 선배의 말은 무시하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새로운곳에 대한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들뜬다.
***
“넌 짐 맡길거 있어?”
“아뇨, 짐 되는 건 다 놓고 왔어요.”
“뭐야. 니가 나보다 더 철저해. 근데 너 이마에 반창고 좀 어찌할수없냐? 정말……”
“어쩔수없어요……”
“그럼 나 올라가서 짐 맡기고 내려올테니까, 놀고 있어!!”
“네? 아니 서, 선배!”
대답을 듣지도 않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오늘 클럽 처음이라니까?! 혼자 놀고 있으라뇨!
그 상태로 넋놓고 서있다가 그대로 있기 뻘줌한게 없지 않아 있어서 어쩔수없이 쭈삣거리며 스테이지에 입장했다.
인파에 밀리고 밀려서 조명 아래 섰는데 이게 웬거? 허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진다.
덕분에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 나 홀로 굳어버렸다.
“저, 저기…… 이 손 조옴…….”
소심하게 말을 했긴 했는데 음악에 묻혀버렸다.
“혼자 왔어요?”
까끌까끌한 턱수염이 내 어깨에 닿고, 술을 한 사발째로 들이켰는지 능글맞게 움직이는 입에서는 술냄새가 진동한다.
이런 놈들 때문에 내가 클럽에 오지 않았다고.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데 순식간에 억센 손이 내 손목을 잡아 챈다.
허리를 쓰다듬던 남자가 아니였다. 나를 끌어당겨 자신과 밀착시키는데, 덕분에 내 허리를 쓰다듬는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데 처음인가봐?”
“네에?”
“뿌리치면 될것을 뭘 그렇게 다 받아주고 섰어”
“……”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는데 연한 갈색빛을 띄는 머리칼은 조명에 비춰져 유독 더 반짝거렸다. 근데 갑자기 나한테 왜이러지?
“저기, 이제 손목 놔주시면 안되요? 우리 사이도 너무 가깝고……”
“누가 너 예뻐서 이러고 있는줄아냐? 부비 들어오는거 싫으면 이러고 있어. 내가 오지랖이 아니라 착해서 그런거야”
아 날 도와주는 거구나. 조명 아래 시원하게 웃으며 리듬을 타는데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그 사람의 향이 코끝에 스몄다.
남자한테서 이렇게 좋은 향이 나는건 처음이네. 넋놓고 서있으니 내 이마를 한번 꾹 누른다.
“이 반창고는 뭐냐? 패션이라고 붙여놨냐?”
“아니에요! 다쳐서 그런거에요”
“아……, 그래. 많이 다치게 생겼다. 근데 너 눈 되게 반짝거리네. 맘에 들어.”
기분 좋게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그 눈길이 조심스러워 좋았다.
초면부터 반말은 좀 거슬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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