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려 공민왕의 동성애 스캔들을 배경으로 한 글이며, 글 중 공민왕과 홍륜을 장옥안과 타쿠야라는 인물로 바꾸어 표현한 것 이외 주변 인물들은 실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하였지만 픽션적 요소가 가미된 팩션이므로, 정확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목전(目前)이 뿌옇다.
티끌 하나가 괜스레 부린 심술이 그리하였을까, 아니면 그 주변을 싸고 맴도는 운무(雲霧)가 그리하였을까.
다만 그 사이로 솔나무들이 길게 뻗어있으이 타쿠야는 제가 눕혀져 있던 곳이 송림(松林)이었다는 것만은 눈치챌 수 있었다.
몸에는 온통 흰빛만을 띄는 삼베가 입혀져 그 새로는 찬 기가 들어와 살을 식혔고, 보통의 새벽녘 솔숲에는 마땅히 서려 넘칠 청량감은 온데간데없어져 물을 머금은 불쾌감만이 그곳을 호령했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본들 알 수 있는 것이라곤 백(白)을 뿜는 것은 안개뭉치요, 흑(黑)을 뿜는 것은 임목(林木)이라는 것 밖에 없던 그의 앞으로 노숙한 여인네가 계집아이 둘의 손을 꼭 쥐고 그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걸어오는데, 처음엔 형태조차 흐릿하던 것이 점점 선이 뚜렷해지었다.
" 어머니? "
실로 오랫만에 보는 모친(母親)이다.
그 양 옆에 있는 누이들 또한.
비록 막이는 그가 입궁한 후 세상을 본 지라 속으로만 그려보았을뿐, 그 얼굴을 알지 못하매 현시에 와서까지도 그 얼굴을 구름이 가리었지만 옆의 두 사람 만큼은 제 마음 속에 수도 없이 곱씹었던 얼굴 그대로였다.
어미는 떠나올 적 마지막으로 뵜던 그 모습에서 입가, 눈가 그 어디에도 골이 패인 곳이 늘지 않았고
둘째 누이는 그때처럼 여전히 제 팔을 꼭 잡고 열 밤, 아니 하룻 밤만 더 그 옆에서 자기 전 우스갯소리를 해달라 울며 보챌 것 같았다.
아련함이 반가움에 안기어 목구멍에서 벅차오르며 입꼬리를 올리며 손까지 뻗치는데, 손끝이 떨려왔다.
그토록 애잔히 부르는 소리가 본인들을 향하는 것을 알았는지, 눈길이 타쿠야에게 향하는데 그 눈빛이 참으로 처량하다.
이제 몇 보 남지 않은 그들 사이의 거리을 보아도 곧 서로 그 손을 쓰다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했지만, 여인들은 매정하기만 했다.
애잔한 표정들과는 달리 여인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들을 향한 눈결을 뒤로 하고 그의 옆을 지나치고만다. 아니, 오히려 더욱 발 빠르기를 급히 했다고 하여도 무방할 듯 싶었다.
눕혀진 몸에서 상체만 일으킨 채 그들이 손에 닿길 기다리고 있었던 타쿠야는 입가에 미소가 거둬지며 서둘러 그 뒷모습들을 따라 등을 돌렸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 대며 제 손도 잡아 달라 소리치고 악을 써보아도 고개 한 번 돌려 주지 않는 그녀들은 처음 모습을 내보일 때와 같이 점점 희미해져만 가며 이내 모습을 영영 감추어버린다.
" 어머니!! "
타쿠야는 그리 소리치며 순간적으로 침상에서 윗몸을 세웠다.
입술은 붉음을 잃고 떨고 있었으며, 잔머리칼들은 젖어 들어 이마에 성의 없이 달라 붙어 있었다.
또한 아무리 숨을 크게 내쉬고 뱉어보아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고, 창호지로 새어 들어오는 푸르스름한 빛과 이른 어스름-새벽- 공기가 꿈 속의 그것과 너무 닮아 전신에 잔털이 곤두섰다.
식은 땀에 흥건히 적셔진 얼굴을 손으로 더듬으며 덮은 그는 몽중(夢中) 그때 처럼 다시 울부짖었다.
자제위에 들기 전, 타쿠야는 제 사가(私家)에서 어미와, 누이 하나와 고달픈 명줄을 가까스레 꿰어가고 있었다.
친아비는 갓난 딸 얼굴 한번 뵈고는 익일 노체-폐결핵-에 잡아 먹혀 이곳에서 누리지 못한 천세(千歲)를 누리러 세상을 떴는데, 그것이 올해로 십여 년 즈음 되었고,
이후 빈곤을 조금이나마 해결 할까 싶어 새로 맞은 새아비는 천성이 주정뱅이인지라 금전을 벌어 오는 족족, 혹은 수입이 없는 날에도 술에 절여져 돌아왔는데 일년도 채 못가 제 새 마누라의 뱃속에 아이를 하나 덜컥 맡기고 취한 채 저자를 활보하다 고관 나으리께서 급히 몰던 말에 치여 죽었다.
세 입도 채우기 버거운 상황인지라 아이의 어머니는 울며 땅에서 구르고 배를 마구잡이로 쳐댔지만, 그 여린 것은 징글하게도 어미의 뱃 속을 떠나지 않았다.
타쿠야가 자제위에 들고자 한 것도 그 즈음이다.
검은 구경 조차 하지 못했고 주먹을 쓰는 일조차도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또래, 간간히는 두 갑절 정도 나이의 사내들 사이에서 식량을 뺏고 뺏기지 않기 위해 개싸움보다 격떨어지게 해왔던 것이 전부였는데 그것이 활약성을 띄워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또한 그것이 부르는 말만 시험이 되었지, 소년 두명 내세워 하는 격투 놀이에 불과했다.
치는 이가 있으면 그에 깔리는 이도 당연히 있는 법.
다만 그것이 타쿠야가 되었다는 것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할 뿐이었다.
볼때기 안쪽이 터져나오고 뒷니들이 부러져 나오매 눈 주변이 퍼렇게 검게 물들어도 그는 독 오른 개새끼마냥 계속 덤비었다.
하기사 먹고 사는 일이 얻어 터지는 일이었거늘 그것이 어디 큰 대수랴.
이리 몰매만 맞고도 통(通)한 이유가 뭔고 하니, 더럽게도 굵직한 맷집이란다.
그 자리의 감정(鑑定)하시는 분들께서 그것이 마냥 재미있으셨다고 하셨다니 몇 번이고 더 피를 토해내라면 토해낼 수 있었다.
비록 그의 어미가 붉게 칠해진 그 얼굴을 싸안고 통곡했지만 말이다.
입궁(入宮)날짜가 되어 떠날 채비를 갖추는데, 누이가 팔 다릴 붙잡고 서럽게 울어대었다.
제가 가면 풀피리 부는 것은 누가 가르쳐 주매 밤에 혼귀 무서워 안길 때 달래 주는 것은 누가 하냐며 그리도 목청껏 떼를 썼다.
그러면 그는 그저 그녀를 꼭 안아 주며 자신도 기약하지 못하는 내일을 그려주었다.
셋째가 태어나거든 이 오라비가 그리했듯 네가 그 아이를 돌보아주고 사랑해주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며 말이다.
마지막으로 어미의 손을 붙잡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복(腹)중 아기에게 만약 네가 여자 아이라면 자그마한 그 발에 꼭 맞을 꽃신을,
남자 아이라면 심심치 않게 가지고 놀 팽이를 안고 첫 돌에 꼭 돌아 오겠다 약조를 하였으나 결국 지켜지지 못하였다.
***
몇날 며칠 째 옥안의 침소에는 술상이 음란한 소리와 더불어 끊이질 않고 있었다.
항상 저녁께를 넘기면 고래 소리치며 타쿠야에게 자제위에서 가장 미색이 돋보이는 아이를 데려오라 명하고 자정 이전에 일을 마치는데,
문짝 하나 사이에 두고 그것을 듣고만 있자니 타쿠야는 입술이 깨물어 지었다.
초야 이후 독차지 할 것 같았던 총애가 눈곱 만큼도 내비추지 않아서 실망한건가,
처음엔 그저 웃기는 소리일 뿐이었지만, 반복되는 그러한 밤에 이제는 사뭇 진지해졌다.
왜 자신을 안지 않을까, 혹 다른 이가 눈에 밟히시는 걸까, 그저 수장 자리를 뺏길까 하는 두려움으로 치부해버리고픈 감정이었지만, 그것이 그것이 아님은 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군주에게 연심(戀心)을 품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죄악이거늘, 남자의 몸까지 빌어있다니.
차라리 허드렛일을 했더라도 궁녀의 그것이었다면 첩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 할 수 있었을 것을.
" 허윽- "
온 궁에 그 소리가 울려도 호위를 하고 있는 노릇인지라 눈을 감을 수도, 귀를 막을 수도 없었다.
금일 손에 넣으시는 저 아이, 제 부대의 미소년도 아니었다. 마음이 돌아설까 무서워 어찌 고운 사내를 갖다 바치랴.
박색이라면 박색인것을, 무슨 이유에서 저리도 상대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는지 알 수가 없다.
괜스레 손아귀에 힘만 들어가며 쥐고 있던 애꿎은 칼의 숨통만 조여댔다. 어서 이 곳에서 떠나 저의 방에 들어가 눕고만 싶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앓는 소리는 더욱 크게도 난다.
결국 다음 날 타쿠야는 몸이 성치 않다는 핑계를 대 제가 늘 맡아 오던 일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본인은 방 밖으로 발걸음 하나 떼지 않았다.
매일 그 소리를 들어오며 속을 썩힌 것도 병세라면 병세, 그리 생각했다.
" 타쿠야는 어디에 있느냐? "
옥안이 평소와 같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 문을 통과하려다 말고 옆의 만생에게 물었다.
" 어떤 이유에선지 오늘은 몸이 편치 않다 하옵니다. 그에 버금가게 무예에 출중한 이가 호위해 드릴 터이니, 침소로 드시오소서. "
" 데려와라. "
" 예? "
" 데려오란 말이다. 제 발로 못 걷겠다거든 네가 그 놈 뒷덜미를 잡아 채 끌고와서라도 내 눈앞에 보여라. "
" ... "
아무 말 하잖으며 만생은 옥안의 눈치만 보아댔다.
" 뭘 망설이는 게야, 어서 데려오잖고! 네 놈이 날 보좌하더니 모가지 귀한 줄을 잊어버렸나보구나! "
" 즈..즉시 대령하겠나이다, 전하. "
급히 뛰어나가는 그의 뒤로 무사와 나인 몇이 따르고, 옥안은 눈길조차 돌리지 않고 손에 든 주병(酒甁)을 입에 기울이며 친히 제 손으로 방문을 열어제끼고 문턱을 넘었다.
좀..이상한데서 끝났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번 연속 수위글이다가 드디어 탈출 빠ㅏㅂㅇ
지금 껏 비회원분들에게 너무 죄송했어요ㅠㅠㅜㅜㅠㅠㅜㅜ미안해요ㅠㅠㅜㅜ
댓글 다시면 포인트 되돌아 간대요..ㅎ 부탁드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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