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g - Coffe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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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아입니다.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다 ♥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할게요.
※ 꼭 1화부터 읽으시고 읽어주시길 바래요.
일년에 다섯남자
03
“경수씨 타임도 아닌데 뜬금 없이 호줄해서 미안해. 보조 한명이 급한 일이 생겨서 가버렸거든……, 일이 바빠서 어쩔수없었어, 괜찮지?”
“네……, 당연하죠”
“그럼 급한대로 세트장 좀 정리해줘, 부탁해.”
“네에……”
클럽에서 한참을 오세훈에게 잡혀 얘기를 나누다가 잠시 와달라는 PD님의 연락에 인사도 못하고 황급히 나와버렸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니 이렇게 온 이상 거절 할 순 없는 노릇이고, 결국은 얼떨결에 PD님의 말에 따르고 있었다.
한참 놀다 오니까 정신도 없고,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네.
“신나는데 갔다 왔나봐”
“ㄴ, 네?”
“이 시간에 물이 썩 좋지는 않을텐데”
“……어떻게 아셨어요?”
세트장을 치우는 내 앞에서 대본을 들여다보며 묻는 김종인의 말에 정말이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클럽 간건 또 어떻게 안거지? 하여간 김종인, 무섭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되게 신통 맞다. 어떻게 아셨데? 와아……”
“……어이가 없다, 어이가. 입장 팔찌를 그렇게 떡하니 차고 오는데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거 아니냐?”
“……아 맞다.”
김종인의 말에 서둘러 손목으로 시선을 옮기니 역시나 입장할때 팔에 찬 종이 팔찌가 그대로 있었다.
“패션 한 번 요란해? 이마엔 반창고에, 종이 팔찌에……”
“어, 어쩌라구요! 대본이나 외우세요”
“어쭈? 좀 편해 졌다고 까분다?”
“안 외울거면 저리 가세요! 거슬려 죽겠네!”
“…이게”
- 슬슬 촬영 들어갈게요!
“들었죠? 열심히 연기나 해요”
“얼씨구……, 야!”
나름대로 무안한게 없지 않아 있어서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저번까지만 해도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 잘 따르던 내가 하루 아침 사이 틱틱 거리니 어이가 없었던지 벙찐 얼굴로 나를 노려보더라.
* * *
“경수씨. 이게 뭐야? 내가 커피색으로 사오라고 했잖아. 정신 똑바로 안차릴래? 바빠 죽겠는데, 얼른 바꿔와!”
“아……, 네!”
방송 쪽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이중적인 얼굴을 가졌다. 나는 요즘 뜨는 핫 아이돌 혜수가 저렇게 싸가지가 없을 줄 몰랐다.
TV에선 항상 웃고, 귀여운 얼굴만 보이길래 국민 여동생인 이유가 있구나 했었는데 이제보니 얘도 성격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나는 분명 보조일을 하러 온건데 왜 내가 혜수의 스타킹 셔틀이나 하고 있는지나 모르겠다.
“혜수씨, 그런 건 코디나 매니저를 시키지 그래요?”
“……네?”
갑자기 툭 끼어든 김종인이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보조, 그런 일 시키라고 뽑은 거 아니거든요”
“하……, 하하. 그렇지만 지금 매니저든 코디든 바뻐서”
“내가 보기엔 그렇게 바쁘진 않은 것 같은데. 야 보조, 그딴 심부름 그만하고 여기 와서 소품이나 치워”
아……. 내가 말끝을 어정쩡하게 흐리자, 부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올린 혜수가 그럼 그러세요. 하며 돌아섰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혜수가 나를 부려먹든 말든 자신은 상관없다는듯이 다리를 꼬고 앉아 대본을 외우던 김종인이 뜬금없이 입을
열어 나를 도와줬다. 도와줬다고 해야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내가 생각했을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김종인이나,
스타킹 심부름을 시키는 혜수나 다를 건 없다고 보는데.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품차로 향하는데 그런 내 뒤로 김종인도 따라 나온다.
“어이”
“네?”
“나 고맙지”
“……뭐야, 그쪽도 다를것 없으시면서”
“멀리서 까불지 말고, 가까이 와 봐”
“ㅇ, 왜”
소품차 앞에서 엉거주춤 서있으니 가까이 오란다. 배우 말이니 안갈수도 없고, 미심쩍은 표정을 숨기며 그의 앞에 서니
내 앞으로 다가온 입매가 씨익 미소를 그린다.
“고맙잖아”
“하, 고맙다고 쳐요. 그렇게 칩시다. 됐어요?”
“고마우면 그쪽 말고 형아”
“네?”
“형아라고 부르라고, 그쪽 그딴거 거슬리니까”
“미쳤어요?”
“형아”
“…싫어요”
“안해?”
“형…… 아”
“옳지, 잘하네”
그러면서 또 다시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김종인이 키우던 똥개도아니고.
벌써부터 이렇게 가까워질수 있다는게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리 못된 사람만은 아닌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 * *
생각했던 것 보단 일찍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형광등이 켜지질 않았다. 어제까지 홀로 깜빡인다 싶더니 결국 등이 나갔다 보다.
형광등을 갈아끼우려 까치발을 들며 낑낑거려봤지만 혼자 살다 보니 형광등을 갈아 끼우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수없다.
결국은 어둠 속에 홀로 앉아있다가 나도 모르게 짧게 탄성처럼 숨을 뱉고 일어났다. 언제까지 은둔형 외톨이처럼 어둠속에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급한데로 안면이 있는 앞집이라도 찾아가야겠다.
“저기…… 박찬…… 씨?”
염치 불구하고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그 날 박찬ㅇ… 까지만 듣고 뛰어가는 바람에
“어…? 안녕하세요! 왠일이세요, 이 시간에? 저 이제 문 살살 닫는데……”
“그, 그런건 아니구요, 다른 게 아니라……집에 형관등이 나가는 바람에”
“아……, 형광등이요~?”
큰일이다.
부탁할 투로 사근사근 말하니 그 사람의 눈빛엔 다시 장난끼가 그득하다.
차라리 경비 아저씨한테 부탁할걸 그랬나
“그, 그래서……, 갈아 주십사 하고”
“하하, 전 또 뭐라고. 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형광등 달다가 장난이나 치지 말아주세요.
자신은 형광등 같은 건 곧잘 갈아 끼운다고, 걱정 하지 말라고 떵떵 거리며 우리집으로 향한다.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데 어쩌겠는가,
선뜻 도와주겠다는데. 우선은 그 사람을 따라 우리집으로 들어섰다.
“급한데로 욕실 등이랑 부엌 등만이라도 켜뒀어요, 보이긴 잘 보이세요?”
“네, 잘 보여요”
나는 키가 안 닿여 한참동안 허공에 손을 허우적 거려야했는데, 이 사람은 키가 커서 그런지 문제없이 형광등에 닿았다.
물끄러미 형광등을 가는 그 모습만 쳐다보고 있자, 낮게 웃으며 입을 뗀다.
“제가 형광등도 갈아 끼워주고 하니까 이제”
“네?”
나를 내려다 보지도 않고 말을 하는데 왠일인지 불안하다.
“그쪽 이름 가르쳐 주실거죠?”
“아……, 당연하죠!”
뭐야 그런거였어? 별 거 아니네
“아, 다 됐다. 불 한번 켜봐요”
“어……, 잘 들어오네요”
못할 줄 알았는데, 불도 제대로 들어온다. 장난만 치지 않으면 참 좋을텐데…….
“저번에 말하다 말았는데, 박찬열이에요. 스물 두살이고요”
“저, 저는 도경수에요! 올해 스무살 됐어요”
“어 동생이네, 말 놔야지”
말 놓아도 되죠? 말 편하게 해도 되죠? 따위의 물음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다.
뜬금없어서 말을 잇지못하고 박찬열만 올려다보니, 너도 말 편하게 해! 하며 동굴같은 목소리로 시원하게 웃는다.
“저는 조금 더 편해지면 말 놓을게요”
“뭐야. 재미없게. 그럼 학생이야?”
“네……, 그쪽은요?”
“들으면 놀라, 나 모델이야.”
“……거짓말”
“진짠데?”
평소에 워낙 짖꿎다보니까 이젠 웬만해선 이 사람 말을 믿지 못하겠다.
그런데 다리도 길고 키도 크다보니까 왠지 딱 모델이란 직업에 어울릴것 같기도 하고
“유명해요?”
“세계적인 렌웨이도 몇번 서봤고, 잡지 표지 모델도 여러번 해봤고. 얼마전엔 드라마에도 출연했는데?”
“……”
진짜 그 정도로 유명한가?
흐음. 이제 보니까 옷이 딱 핏이 들어맞는게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긴 했다.
“아직 모르는 애들도 많네, 분발해야겠다. 늦었으니까 씻고 얼른 자, 이 형아는 간다”
“아……, 네 들어가세요! 감사했어요”
“별 걸, 고마우면 다음에 술 한번 사. 근데 너, 그 티셔츠 너무 파였다.”
“네에?”
뜬금없이 내 티셔츠를 지적하곤 홀연히 나가버린다. 원래 브이넥 티셔츠가 이정도 하는데…….
내 티셔츠가 파였든 안파였든 무슨 상관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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