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어엉. 그래서 내가..."
"어어. 그래 새끼야. 힘내라고 말해줬다매."
"뭐야. 니가 뭔데 남의 연애사를 알고 지랄이야!"
"지랄은 니가 떨고있거든? 시발 너 그말만 오십번은 더했어 새꺄!! 그리고 연애사는 무슨 존나 삽질이구만."
후어어엉 난 왜 기다리기만 해야하냐아!!! 한빈이 테이블위로 푹 엎어진다. 이게 대체 몇번째야. 앞에 앉은 윤형이 혀를 끌끌 찼다. 당분간 이새끼랑 술 안먹어.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몇번을 끙끙거리던 한빈이 벌덕 고개를 들더니 손에 쥔 소주산에 술을 채워넣는다. 윤형이 기겁을 하며 소주병을 빼앗는다.
"그만마셔 미친놈아! 술도 약한게 두병이나 마시고 앉아있어!"
"아이씨 내놔아!!!! 나 오늘 마시고 죽어불랑께!!!!!!"
"이새끼 혀도 아주 맛탱이가 가셨구만."
몇번을 바락바락 악을쓰며 술병을 빼앗으려 난리를 피우던 한빈이 또다시 테이블위로 엎어졌다.
삐잉아... 삐잉아아... 테이블과 키스라도 하려는듯 얼굴을 파뭍은 채 꿍얼꿍얼 거리는 한빈을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던 윤형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곤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연결음은 오래가지 않고 곧 끊겼다. 한빈에게 눈을 떼지 않은채 윤형이 입을 열었다.
"김지원? 너 ㅇㅇㅇ 번호 있제? 나는 걔 잘 몰라서 말이야. 어. 어 맞아 ㅇㅇㅇ. 걔한테 연락좀 해서 김한빈좀 데려가라 해라.
걔 김한빈이랑 친구 오래해 먹었다면서. 나는 못해먹겠다. 어? 여기 거 어디냐, 사거리에 있는 편의점 맞은편에 포장마차. 어. 순대 맛있는데. 그래. 부탁좀 한다."
전화를 끊은 윤형이 여전히 테이블에 엎어져 술잔을 마구 흔들며 이젠 아예 울려고 징징거리는 한빈을 불쌍해 죽겠다는듯 응시한다.
이래뵈도 이새끼 꽤 잘생겼는데. 지 좋다는 기집아들이 널리고 널렸구만 왜 여기서 이지랄이래 새끼...
윤형이 한빈에게 빼앗은 술병을 기울려 제 술잔을 채웠다.
몇번 술잔을 기울이던 윤형이 누군가 제 테이블로 다가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급하게 나온듯 티셔츠에 츄리닝바지, 후드집업을 잠궈 입은 여자의 인영에
윤형이 기다렸다는듯 씩 웃는다. 윤형을 바라보던 그녀가 엎어져있는 한빈에게로 시선을 욺긴다. 묘하게 일그러지는 얼굴에 윤형이 속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니가 ㅇㅇㅇ이야?"
"......"
"미안. 나로서는 이새끼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왜 나를 부른건데?"
"삐잉이가 너지?"
"......"
"이새끼 아까부터 삐잉아 삐잉아 하고 누굴 자꾸 부르기만 해서."
나는 또 이새끼 술버릇인줄 알았지. 윤형이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서있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한다. 채워져있던 제 마지막 술잔을 비워낸 윤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탁좀 한다- 하며 그녀의 어깨를 두어번 친 윤형이 계산은 하고갈게 하며 자리를 뜬다. 김한빈 개같은 놈. 이 값은 나중에 갚아라. 내가 받아내고 만다.
물론, 다 잘되고 나서.
포장마차를 나가는 윤형을 가만히 응시하던 ㅇㅇ이 고개를 돌려 한빈을 바라본다. 자는건지 죽은건지 테이블에 엎어져 꼼짝도 않는 한빈을 한참 바라보다
방금까지 윤형이 앉아있던 맞은편 자리에 주저앉는다. 입술을 다문채 한빈을 보던 ㅇㅇ이 엉망으로 얼켜있는 한빈의 머리를 정리하려 손을 뻗는다.
"삐잉아..."
앓는듯한 한빈의 목소리에 ㅇㅇ이 놀라 반쯤 뻗었던 손을 황급히 집어넣었다.
삐잉. 분명 방금 윤형도 제게 그런말을 했었다. 아까부터 계속 삐잉아 삐잉아 누굴 부르기만 했다고.
그말대로, 그건 한빈이 그녀를 부르는 말이었다.
별명이라면 별명이고 애칭이라면 애칭이었다. 오로지 한빈만이 그녀를 삐잉이라 불렀었다. 그녀도, 그걸 너무다 잘 알고있었다.
너는 왜, 계속 나를 불렀던 것인가. 그녀가 젖은 눈으로 엎어진 한빈을 바라본다. 어째서, 왜, 김한빈. 왜.
"삐잉아... 우리 삐잉이..."
"......"
"보고싶다..."
"...김한빈."
"보고싶다 우리 삐잉이..."
울음이 나올것만 같다. 고 그녀는 눈물을 삼킨다. 모르겠어, 왜 너를 보니 울고만 싶어지는지. 너를 알고, 그렇게 지낸게 몇년인데.
"삐잉아... 삐잉아..."
"...왜..."
"보고싶은 우리 삐잉아..."
"왜 자꾸 불러..."
"삐잉아..."
" 나 여기있어 병신아..."
ㅇㅇ이 손을 뻗어 한빈의 너리를 쓰다듬는다. 그 감각을 느꼈는지 한빈이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그녀에 몇번을 눈만 깜박이던 한빈이 헤헤 하고 웃어버린다.
"...내가 진짜 미친 모양이다..."
"......"
"아무리 보고싶어도 그렇지... 어떻게 송윤형같은 새끼가 우리 삐잉이로 보이지?"
"...병신..."
"우리 삐잉이랑 송윤형이랑은 하늘과 땅차인데..."
"...나 맞거든 바보야?"
"이젠 환청까지 들리네... 나 존나 취했다보네..."
한빈이 헤헤 웃으며 끄응 하고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눈을 깜박여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친다. 그래도 보이네. 좋다. 아니라도.
여전히 실실 웃는 얼굴로 풀린눈을 한채 그녀를 보던 한빈이 횡설수설하니 잔뜩 취한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한다.
"이왕 이렇게 된거... 있잖아 가짜 삐잉아..."
"......"
"나... 너 좋아한다 바보야아..."
"......"
"옛날부터... 진짜 너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때부터... 계속..."
"......"
"좋아해... 삐잉아... 좋아해..."
좋아한다고, 많이 좋아한다고 한참을 그말만 되내기던 한빈이 꼬구라지듯 테이블로 엎어진다.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아무래도 곯아떨어진듯 보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ㅇㅇ이 한빈의 머리를 정리해준다. 잘생긴 얼굴이 완전 엉망진창이야. 술도 못하는 새끼가. 정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것만 같다.
나한텐 맨날 삽질하지 말라고, 짝사랑같은건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타박이나 주면서 자기는 몇년이나 혼자 삽질한거야 바보같은게.
"김한빈.."
"......"
"바보야..."
"......"
"멍게해삼말미잘 같은 놈아..."
"......"
"...이런 모습으로 그런말 하기 안쪽팔리냐?"
"......"
"나같으면... 쪽팔려서 죽었을거야."
그러니까, 내일 일어나서 멀쩡한 모습과 목소리로, 다시 말해줄수 있어?
나도- 라고 대답해 줄수 있게.
-----------------------------------
오늘밤은 아주 간단하게 초단편!!! 삽질하는 맘비닝///
저번 글에서 어마하게 긴 댓글을 써주신 분~~~!!
구준회라던가 구준회라던가 구준회라고요? ㅇㅅaㅇ ㅇㅅㅇr`
뭐... 오늘 내일 기다려 보시던가요...(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요즘 남돌 스테디라는 호불호 끝판왕 코디..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