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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왕세자 전체글ll조회 560l

    

    

    

    

    

"경수 씨, 괜찮아요?"    

    

    

    

    

    

    

경수는 인상을 찌푸리고 다리를 감싸 안았다. 아니요. 바닥을 지탱하고 일어서보려 했지만 이따금 다리에 욱신욱신한 통증이 느껴져 일어날 수 없었다. 저릿한 고통 말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들었다. 부산스러운 구두굽 소리를 내며 옆에 앉아서 다리를 건드리는 직장 동료의 손길에 경수가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다리에 닿은 손을 살짝 걷어냈다. 그러자 그녀는 손을 빼내고 미안한 표정으로 경수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어 동료의 표정을 살핀 경수가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곧바로 어설픈 웃음을 짓고 손가락 하나로 다리를 가리켰다.    

    

    

    

    

    

    

"이거 꽤 아프네요."    

    

    

    

    

    

    

조속히 병원에 입원 한 경수는 큰 부상은 겨우 면했지만 골절과 발목 인대 파열로 인해 간단한 수술과 몇 주간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곁을 지키고 서있는 동료는 경수에게 자꾸만 미안하다며 자신이 도와줄 것은 없냐고 재차 물었다.    

    

    

    

    

    

    

"괜찮아요, 진짜."    

    

    

    

    

    

    

경수도 재차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공들여 화장된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이 보기 안쓰러웠다. 그래도.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녀는 계속해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젠 조금 귀찮아진다. 오렌지 주스 뚜껑을 힘주어 딴 뒤 액체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것인지 주스 한 병으로도 모자라 세병을 더 들이키고 나서야 겨우 손이 멈추었다. 아직도 동료는 경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약간 불편해진 경수는 간이 트레이 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켜도 걱정이다. 망설임 끝에 달려있는 작은 버튼을 눌렀다. 이미 예상된 화면이 보였다.    

    

    

    

    

부재중 통화 39건    

    

    

    

    

전부, 단 한 개도 빠짐없이 모두 다 백현에게서 온 전화였다.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해야 되나. 해야 되겠지? 걱정 많이 할 텐데. 한참 동안 애꿎은 핸드폰 전원을 키고 끄길 반복하던 경수가 마침내 전화를 내려놓았다. 보나 마나 걱정하느라 제대로 일도 못할 게 뻔한데 구태여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경수는 애써 떠오르는 백현 얼굴을 생각 밖으로 쫓아내었다. 변백현 퇴근하면 그때 말해야지.    

    

    

    

    

    

    

"있잖아요, 경수 씨."    

    

    

    

    

    

    

백현의 생각에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는 경수는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네?"    

    

"…혹시 교제하는 사람 있어요?"    

    

    

    

    

    

    

경수가 차마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네?라고 되묻자 그녀의 얼굴이 붉은 다홍 색으로 변했다. 그녀는 고개를 내리깔고 바닥을 응시하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경수를 발견하곤 두 뺨이 더욱 짙게 발그레해지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자신의 감정을 다 내비치는 경수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어떻게 거절해야 무례하지 않았다고 소문이 날까. 예의와 격식 차리는 것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경수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예의주시했다.    

    

    

    

    

    

    

"없나?"    

    

"아 그게……."    

    

    

    

    

    

    

그러니까. 어색한 탄성만 뱉었다. 그녀는 손으로 이마를 조심스레 닦아내고 슬며시 경수 곁으로 다가섰다. 겸연쩍은 상황이었다. 애인? 애인이야 있지. 그녀의 시선을 피하던 경수 머릿속에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백현이 떠올렸다. 아주 헌신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애인.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적극적으로 몸을 기울였다. 긴 머리를 늘어뜨려 반쯤 누워있는 경수 쪽으로 몸을 숙인다. 알파벳 U자로 파인 옷 사이로 가슴 골이 보였다. 너무 노골적인 행동이었다. 민망한 경수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경수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얼굴이 닿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가 멈춰 섰다.    

    

    

    

    

    

    

"…경수 씨."    

    

    

    

    

    

    

이상야릇한 표정과 말투였다. 경수는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러지 마세요.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타이른다는 것도 잊은 채 불쾌한 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 당황한 듯 물러섰지만 확실하게 교제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경수의 말에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그러던데."    

    

    

    

    

    

    

경수가 어이없음에 그녀를 쳐다보자 그저 순수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보인다. 경수는 그녀를 따라 어색한 웃음을 띠었다. 그래, 어디 한번 찍어보라지.    

    

    

    

    

그때였다.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 놀란 경수가 몸을 달싹였다.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던 경수의 직장 동료도 황급히 몸을 빼었다. 익숙한 얼굴은 병실 문을 박차고 경수에게로 달려들었다.    

    

    

    

    

    

    

"도경수!"    

    

    

    

    

    

    

달려온 사람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경수를 품 안에 가두었다. 익숙한 향기다. 경수가 살짝 안도하다 말고 다시 어버버 거리며 자신을 껴안은 사람을 밀쳐냈다.    

    

    

    

    

    

    

"…변백현?"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넥타이를 휘날리며 달려온 백현에게 물었지만 아무 말 없다. 그저 그 축 처진 눈으로 경수를 원망하듯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경수의 곁에 있던 동료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잠시 전화를 받으러 나간 그녀의 뒤를 쫓던 경수의 얼굴을 백현이 잡아 돌렸다. 어딜 봐. 성난 어투로 묻는다.    

    

    

    

    

    

    

"어?"    

    

"나 안 보고 어딜 보냐고."    

    

    

    

    

    

    

아니, 뭐. 그냥. 시선을 피했다. 경수는 등 뒤로 몰래 핸드폰을 숨겼다. 백현이 다시 경수를 끌어안았다. 나만 봐. 아무도 보지 말고. 나만. 나지막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경수는 백현 어깨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 같았다면 공공장소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며 불같이 화를 냈을 테지만…….     

    

    

    

    

언뜻 백현 눈꼬리에 맺힌 약간의 물기 때문이었을까.    

    

    

    

    

    

    

"…응."    

    

    

    

    

    

    

난 그저 가만히 안겨있었다.    

    

    

    

    

    

    

    

    

    

   

   

   

   

   

   

   

골절    

    

    

    

    

    

    

    

   

   

   

   

   

   

   

    

    

겨우 동료가 오기 전 백현을 떼어 낸 경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료는 반색하며 백현을 반겼다.    

    

    

    

    

    

    

"우리 경수 씨랑 친한 사이신가 봐요."    

    

    

    

    

    

    

경수의 다리를 관찰하던 백현이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백현의 실례에 개의치 않고 주저리 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    

    

    

    

    

    

    

"탕비실에서 같이 차 마시고 내려오는데 제가 삐끗한 거예요 글쎄."    

    

"……."    

    

    

    

    

    

    

백현이 잠시 그녀에게서 뒤돌아 듣기 싫다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무슨일이냐고 있었냐는 말쑥한 얼굴로 다시 웃으며 뒤를 돌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백현이 경청하는 줄만 알고 더 큰 목소리로 쾌활하게 떠들어댔다.    

    

    

    

    

    

    

"그런데 우리 경수 씨가 제 앞을 막고서 저 대신 계단을 구른 거 있죠?"    

    

"아."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그녀가 수줍게 입을 가려 웃었다. 백현이 따라 웃으며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멍청이 같기도 하고.    

    

    

    

    

    

    

"네?"    

    

"아니, 경수가 잘했다구요."    

    

"그런가요?"    

    

    

    

    

    

    

싸늘한 백현의 웃음에 경수는 움츠러들었다. 둘이 있으면 한소리 듣겠구나 싶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동료가 너무 과장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사실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몸을 내던진 건 아니었다. 그녀가 계단 쪽으로 기울던 찰나 가까이 있는 경수를 잡고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경수는 오히려 그녀 때문에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 그런 상황이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 했는데. 자신이 영웅이 되어버린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경수가 눈알을 굴리다 말고 백현을 쳐다보았다. 자주 볼 수 없는 서늘한 표정이다. 경수가 미안하다는 듯이 어설프게 웃자 백현은 어쩔 수 없이 표정을 거두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경수의 동료쪽으로 옆을 살짝 흘기더니 더욱 한숨을 뱉어낸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흰 가운, 검고 네모난 안경. 외모 자체도 의사를 했어야만 하는 페이스를 가진 의사가 경수를 진찰했다. 백현은 안절부절 못 하고 계속 질문을 던졌다.    

    

    

    

    

    

    

"경수 언제쯤 나을까요?"    

    

"아마 간단한 수술 이후에 일주일 이내로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겁니다."    

    

"재발하면 어떡하죠?"    

    

"이건 암이 아니기 때문에,"    

    

    

    

    

    

    

백현은 의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질문을 퍼부었다.    

    

    

    

    

    

    

"만약 수술이 잘못된다면 평생 다리를 못쓰게 되나요?"    

    

    

    

    

    

    

의사가 인상을 찌푸리고 안경을 추켜올려 천천히 말했다.    

    

    

    

    

    

    

"그런 일은 단 0.01 퍼센트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매우 희박합니다."    

    

"0.0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면 있기는 있다는 거군요? 그 희박한 가능성이 일어나면 어떡하실거죠?"    

    

"저랑 말 장난 하자는 겁니까?"    

    

    

    

    

    

    

의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백현을 쏘아대었다. 백현은 반박하려는 듯 다시 입을 열었지만 보다 못한 경수가 그를 중지했다. 경수의 여자 직장 동료는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더 질문할 게 없으신 것 같으니 수술 준비하겠습니다. 다시금 입을 다문 백현을 흘긴 의사는 간호사를 불렀다. 수술 준비해.    

    

    

    

    

금세 수술용 침대가 들어왔다. 백현은 자신이 더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곤 경수를 쳐다보지도 못한다. 여자 동료는 경수의 곁에서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오라며 웃어 보였다. 경수도 처음 해보는 수술이라 무척 두려웠지만 애써 씩씩하게 웃었다.    

    

    

    

    

    

    

"경수 씨 잘 갔다 와요!"    

    

"네. 고마워요."    

    

"우리 경수 씨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요. 제가 누군데. 씩씩한 말투에 그제야 백현이 고개를 돌렸다. 경수는 아직도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백현의 입꼬리를 쭈욱 올렸다. 억지로라도 웃어. 입모양으로 말하자 살짝 경수의 손을 내리더니 정말 억지로 웃는다. 이동하실게요. 주책이라고 생각하던 간호가사 끝내 말했다. 경수는 마치 암에 걸린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마냥 요란스럽게 병실을 퇴장했다.    

    

    

    

    

경수의 퇴장 이후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경수의 직장 동료는 헛기침을 하더니 창살 위에 올려져있던 핸드백을 들었다. 백현은 이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저기."    

    

"……?"    

    

    

    

    

    

    

긴 머리를 찰랑이며 뒤를 돌아본다. 백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쪽의 우리 경수 씨가 아니라."    

    

"……."    

    

    

    

    

    

    

백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내 경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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