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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별빛아, 미세한 물방을 소리가 욕실 벽을 타고 울리네. 차가운 타일 벽을 뚫지 못하고 튕기다가 내 귓가에도 들어온다. 너는 들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하, 맞아. 미안해. 물방울 소리가 아니지, 그래. 네 말대로 내 핏방울 소리니까.
한 참의 간격을 두고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얼른 나오라는 너의 노크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니면 빨리 네게 오라는 너의 재촉처럼 들리기도 해.
손목의 상처는 아프지않아. 그렇게 안타깝게 보지마. 아니구나, 너. 웃고 있네.
더 깊이 상처내고 싶었어. 그런데 힘들더라. 너에게 준 상처만큼 깊이 상처내고 싶었는데, 난 이기적인 놈인가봐.
아,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액체는 여전히 뜨거운데 점점 손 끝은 차가워간다. 그 묘한 이질감이 내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나도 이제 곧 이 세상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되겠구나, 하고.
그렇지,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니까.
그리고 네가 없는 세계이기도 해, 별빛아.
내가 너를 없앴지. 이 세상에서 너를 지운 건 나야.
너 지금 왜 웃냐고 물었어? 식어가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우습냐고?
글쎄, 난 지금 빈틈없이 행복해. 비웃지마, 사실이니까.
썩은 속 깊숙히서 올라오는 그 지독할 정도로 끈적이는 독점욕이 피식- 하고 입밖으로 새어나온다.
너의 시작에는 내가 없었지만 그 끝만은 나로 인해 끝났다는 지독한 만족감.
내 탓 하고 있니, 별빛아?
혹시 나를 원망하고 있어?
그 원망조차 좋다면, 난 정말 네 말대로 이미 미친놈일지도 몰라. 원망이든 미움이든 증오든 네 시선 끝에 내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썩은 내 속이 내뿜는 독이 입사이로 새어나와.
잘봐.
이 속에 가득 쌓인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가는, 끝도 없이 부패하는 이 지긋지긋한 마음이, 그 마음에서 넘쳐 흐르는 독이 누구때문에 만들어졌는지.
그래, 별빛아.
사실, 넌 날 원망할 자격조차 없어.
이 독을 만든건 너니까.
식어가는 욕조안의 물, 그리고 식어가는 내 몸. 바닥에 흥건하게 흘러 이젠 하수구 아래로 소용돌이 치는 붉은 핏방울까지.
네가 상상한 내 결말이 이런 모습이었는지 묻고 싶어.
흘러가는 저 작은 소용돌이 안에 너와 내 모습이 보인다.
넌 언제나 말했었지.
'정택운, 넌 소용돌이치는 폭풍같아. 그러면서 폭풍의 눈인 척해, 언제나 고요한 듯이. 그런 네가 좋아. 내가 네 폭풍의 눈이 돼줄게. 내가 네 중심이 되어줄게, 운아. 널 사랑해'
그런데 그 날은 왜 그랬을까. 언제나 날 향해 그렇게 말했었던 네가.
'지긋지긋해! 네 속도 알 수 없는 그 표정, 그 손짓, 몸짓! 다 지겨워. 너랑 사귀면 재미가 없어, 운아. 재미없다고. 지겹다고! 인형이랑 사귀는 것 같아.'
많이 아팠지만,
네 말들.
칼날같던 그 말들보다 날 보던 네 차가운 눈빛이 많이 아팠지만 괜찮아.
그래, 이제 넌 영원히 내 것이니까.
어떡하지, 넌 피냄새를 싫어했잖아. 별빛아, 그랬잖아. 녹슨 쇠냄새 같다며 코를 찡그리곤 했잖아.
네가 싫어하는 냄새들이 작은 욕실 가득 차오른다.
아, 이제 끝이 오나봐. 눈이 감긴다.
네 마지막이 떠올라. 네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던 그 순간.
내 손안에서 느껴지는 가느다란 목덜미와 미세하게 펄떡이던 그 고동까지 선명해.
네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빨갛다가 파랗다가 다시 하얘지고 동시에 힘이 풀리던 네 몸이.
별빛아, 나는 그 순간에도 네가 마치 꽃같았어. 빨갛고 파랗고 아름다운 꽃과 같았어.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마침내 내 것이 된 나의,
별처럼 빛나는 꽃.
네 곁으로 금방 갈게, 금방.
단 한순간도 네가 없는 시간에 있기 싫어.
*
오랜만이에요ㅎㅎ
내용이 별로 좋은 내용은 아니라 포인트를 달았어요. 혹시 문제가 될까봐요.
글은 마음의 투영이라더니 요새는 달달한 글 보다는 우울한 글이 쓰고 싶어요ㅎㅎ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흘러가는대로 써봤습니다ㅜㅜ평소글보다 퀄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힝힝
제 글솜씨가 떨어져서 이해가 안되실까봐ㅠㅠ
운이가 말걸고 있는 상대는 이미 죽은 별빛이고, 운이는 그 환상에 말을 걸고 있는 상태에요. 죽어가고 있기도 하고요.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댓글달아주시면 더더더 사랑할거에용ㅇㅅㅇ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