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갑자기 왠 관심?"
수영의 물음에 나는 차마 녀석이 계속 눈에 밟히고 신경쓰여 물어보는 거라곤 말하지 못 하고 대신 피자빵과 음료수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수영이 나 주는거? 라고 말하며 빵을 가리키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영은 히죽 웃으며 빵을 낚아채 봉지를 뜯었다.
피자빵 냄새를 맡고 행복한 미소를 짓던 수영이 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아, 맛있겠다.
"머가 그리 궁그매?"
한참 빵을 씹던 수영이 음료수를 한 번 들이키고 물었다.
그에 나는 네가 아는 전부 다, 라고 말했고 수영은 그 말에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근데 내가 아는 거라고 해봤자 너도 다 아는 걸텐데?
철벽쩔고 그 철벽에 여자애 운 거.
다른 건 나도 잘 몰라. 걔 다른 지역 사람이거든."
1000원 짜리 피자빵에 700원 짜리 음료수의 대가가 저 대답이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연결복도에서 눈을 마주친 이후, 내가 도경수를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도경수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계속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도경수에게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문득 도경수에 대해 알고 싶어서 우리 학교 유명한 정보통에게 조공까지 했으나... 모른다니.
최수영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이 모른다면 다른 애들도 당연히 모를테고...
내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던지 그새 빵을 다 해치운 수영은 테이블을 툭툭 쳐서 내 주의를 끌었다.
"한숨 나올 정도로 궁금한거야? 다른 반에, 별 사교성도 없는 애를 왜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네.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거면 직접 부딪쳐봐야 하는거 아냐?
아 뭐, 하긴 도경수는 어려우니까 어느 정도 알고 가면 낫긴 하다만...
일단 알아보긴 하겠는데 친해지는 건 네가 알아서 해. 참고로 도경수 친구 한 명도 없다. 그 철벽 때문에."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도경수가 여자애들뿐만 아니라 남자애들한테도 옹건한 철벽을 쳐대서 친구가 없단 소리지. 단 한 명도."
그러고보니 나와 마주칠 때마다 늘 도경수는 혼자였다. 나는 늘 친구들과 함께 있었고.
왜 그럴까? 나한테도 그럴까?
갑자기 친해지고 싶었다. 호기심인지, 연민인지는 몰라도.
"여튼 알아볼테니까 그 땐 치즈케이크로 부탁함. 그리고 정말 도경수랑 친해지고 싶으면 같은 동아리 들어. 그럼 자주 만나잖아."
수영이 그 말을 한 지 며칠 뒤, 1학년들을 대상으로 동아리를 홍보하러 오는 선배들이 부쩍 늘었다.
연결 복도에서도, 교실 게시판에도, 모든 복도와 게시판이 동아리 홍보 종이로 가득했다.
그리고 어떤 동아리들은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침 자습시간이나 야자 시간을 빌려서 홍보하기도 했다.
어차피 나는 이미 댄스부로 마음을 정한터라 동아리 홍보 시간은 그저 피곤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동아리를 홍보하러 온 선배들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탁에 섰다.
"안녕, 얘들아. 우린 엑소 플래닛이라고 별 구경하는 부서야. 구분은 천문학부라고 되어있긴 한데 막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진짜 별만 구경하고 그래.
혹시 별에 관심있는 친구들 있니?"
여자 선배가 웃으면서 손을 들어 흔들어 보았지만 시큰둥한 반응이자 여자 선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혹시... 질문같은 거 할 친구?"
그에 백현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어차피 여친 있는 부서로 가기로 했으면서 질문은 왜 하는거야 대체.
"진짜 별구경 말고 아무것도 안 해요?"
"응? 어, 별 구경하구... 그냥 보고서 같은거 쓰고... 이과갈 애들한테는 좋아. 생기부에 적혀서 플러스 점수 된다.
아, 그리고 동아리끼리 가끔 놀러가기도 해.
지원금 나와서 돈 안 내도 된당. 좋지?"
그에 몇 애들이 수근대는 게 들린다.
생기부에 적히는 것보다는 동아리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게다가 별구경 말고 딱히 없으니 딱 놀기 좋은 동아리 아닌가 싶어서.
"근데 언제 별 봐요?"
동아리에 급 관심이 생겼는지 혜리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가 야자 끝나고 별을 본다는 말에 바로 손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저 동아리 갈까? 하던 애들도 그 대답에 고개를 저으며, 아 됬다 하지 말자, 라고 소근거렸다.
야자 중간이면 몰라, 야자 끝나고 내 시간 낭비하면서 별 구경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짜게 식어가는 반응에 대충 예상은 했는지 같이 온 남자 선배는 동아리 신청서를 교탁에 올려두고 말했다.
"그래도, 혹시 관심있다면 여기 번호 있으니까 물어보고, 여기에 신청서 둘테니까 2학년 1반으로 내면 돼."
선배가 꾸벅 인사를 하고 정리하고 나가려하자 나는 바로 책상에 고개를 쳐박았다. 피곤하다.
그런데 자려고 눈을 감는 순간 여자 선배의 칭얼거림이 들렸다.
"우리 부서 망하겠다. 지금까지 7반 애 딱 한 명 손 들었어... 잉..."
7반? 혹시 도경수?
흡... 왜 이리 고쳐도 고쳐도 이상한 거 같죠? ㅠㅠ
오타 있으면 알려주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