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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즈리얼 전체글ll조회 701l 4

 

 

루한이 깬 그 시각, 오세훈은 저잣거리를 돌고 있었다.

음식과 물건들이 거리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지만 세훈만이 그것들에 아무런 시선을 주지 않다가 여인네들의 장신구를 파는 곳에 멈추었다.

하나같이 모두 값나가는 것들로만 가판대를 가득 채운 장신구를 살펴보던 세훈은 주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어서오십시오, 나으리. 무엇을 찾으십니까?"

 

"댕기."

 

 

세훈이 짧게 대답하자 상인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값비싸고 예쁜 댕기들만 골라 모조리 보여주었다.

그 중에 세훈은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노란 댕기를 골랐다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내려놓았다.

세훈이 한참동안 댕기만을 노려보고 있자 상인이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정인께 주실 것 같은데 이게 어떨런지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댕기입니다.

아, 그리고 요즘에는 댕기 뿐만 아니라 이 머리 장식도 여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요."

 

 

진홍대단에 금박으로 장식한 댕기와 도금으로 나비의 몸통을 만들고 자개로 날개를 꾸미고, 몸통과 더듬이 부분에 홍옥과 비취를 박은 머리 장식이었다.

은근슬쩍 가게에서 가장 값나가는 물건을 내민 상인은 세훈의 눈치를 살피며 이리저리 설명했다.

세훈은 고민하다 두 개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럼 이것으로 하지." 

  

 

그의 말에 상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 두 개를 포장해주었고 세훈은 그것을 받으려는 머슴을 제지하고 자신이 들었다.

머슴은 오늘따라 이상한 그의 행동에 세훈의 표정을 몰래 살폈다.

정인에게 줄 물건이냐는 말에 별 반응도 하지 않고, 저 물건을 직접 들다니.

게다가 지금 세훈의 표정은 머슴이 이 때까지 본 세훈의 표정 중 가장 밝고 수줍어보였다.

 

 

 

 

 

 

 

-

 

 

 

 

 

 

비가 내려 밖을 돌아다니지 못 하게 된 세훈은 지루한 얼굴로「성학십도」를 열었다가 덮어버렸다.

벌써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이제 지겨워 죽을 지경이었다.

결국 세훈은「성학십도」를 저 멀리 밀어버리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불을 때서 따끈한 바닥에 점점 노곤해지려던 찰나 세훈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거운 자물쇠로 굳게 닫힌 궤의 문을 열었다.

여기에 얼마 전, 일본에서 들여온 춘화첩을 넣어놨으렷다.

하지만 궤 안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이미 몇 번이나 돌려봐서 너덜너덜해진 조선의 춘화첩만 있을 뿐이었다.

책이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솟았나?

세훈은 잔뜩 뒤져 엉망이 된 궤 안을 쳐다보다가 퍼뜩 생각이 났다.

 

별당!

예전 제 아비의 첩이 살다간 이후 아무도 거기에 발을 들이지 않아 부모와 종들의 눈을 피해 거기에서 즐기고 하였는데,

하필 그 책을 그냥 궤 안에 둔 것이 생각났다.

예전 갔았으면 거기서 보고 올 테지만 이제 거기엔 사람이 살고 있다.

 

세훈이 듣기로는 그 남인, 윤아는 활발하여 밖을 자주 돌아다니고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 대지 않는다고 들었으나,

소문과는 달리 자주 돌아다니지 않고 하필 장마까지 겹쳐 별당에만 있었으니 필시 무언가 하나쯤은 건들여보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하필 그 춘화첩을 넣은 궤에는 자물쇠를 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세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얼른 별당으로 향했다.

 

 

 

 

 

 

 

 

막상 별당에 도착하긴 하였으나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 했다.

사내가 유별한데 부부도 아닌 세훈이 여자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지는데다가 춘화첩을 두고 갔기에 찾으러 왔소, 라고 말하기에도 창피했다.

기생집을 제 집 드나드는 세훈을 아는 사람이 그의 생각을 읽는다면 모두 코웃음을 치겠지만 세훈은 고민하다가 여종, 옥을 보았다.

옥에게 가져달라할까.

하지만 저 여종은 입이 참으로 가벼웠다.

분명 제 주인인 윤아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하겠지. 아무리 입단속을 시켜도.

 

결국 세훈은 여종에게 지금 윤아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오라 하였고 여종은 윤아가 자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에 세훈은 불안한 눈빛으로 함부로 들어가시면 아니 되십니다, 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옥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 루한은 벽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바닥이 젖은 것을 보니 방금까지도 문을 열고 있던 것 같았다.

고뿔에 걸려 목이 잠겼다면서 비를 맞고, 저리 불편히도 자는구나.

 

세훈은 루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궤를 열어보았다.

책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들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세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미 그 책은 루한에 의해 수십 번을 돌려진 책이었다.

하도 루한이 깨끗하고 조심하게 본 탓에 세훈이 눈치챌리 없었다.

 

세훈은 조심스레 춘화첩을 품에 넣고 루한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루한은 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지만 루한의 자세가 꽤 불편해보여 세훈은 낮은 목소리로 옥을 불렀다.

 

 

"옥아, 네 주인이 불편해보이는데 어서 이불 깔아 눕혀라."

 

"하지만 도련님, 그리하면 아가씨를 깨워야하는데, 소인은 아가씨를 어찌 깨워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늘 제가 깨우시기도 전에 일어나셔서..."

 

"그럼 넌 이불 깔아. 나머지는 내가 할게."

 

 

그 말에 옥은 이불을 깔고 세훈의 눈빛에 밖으로 나갔고 옥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세훈은 조심스레 루한을 안아들었다.

안으니 여자와 느낌이 달랐지만 세훈은 그저 기생과 양반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루한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런데 루한은 댕기머리가 등에 눌려 불편한지 인상을 찌푸렸고 그의 표정에 세훈이 머뭇거리다가 그의 땋은 머리를 꺼내어 조심스레 풀어주었다.

한참동안 머리로 씨름하다가 겨우 다 풀어내고 세훈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훈은 댕기 머리를 푼 것에 뿌듯해하다가 루한의 얼굴을 관찰하였다.

가끔 볼 때마다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리 가까이서 보니 왜 제 아비가 뒷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당파가 다른 집안의 여식을 데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월궁항아가 이런 여인에게 쓰이는 말인가, 하며 탄복하던 세훈은 한참 루한의 얼굴을 감상하며 시선을 조금씩 내리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젖? 여인에게도 목젖이 있었나?

제가 이 때까지 품은 여인들에게 이런 목젖은 한 번도 보지 못 하였는데.

 

이런 의아함도 잠시 루한이 웅얼거리는 소리에 그의 입을 쳐다보았다.

무어라 하는지는 몰라도 웅얼거림에 오물거리는 입술을 한참 쳐다보던 세훈은 충동적으로 그에게 입맞춤을 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하도 사고를 치는 도련님이 제 여린 주인의 방에서 지금 나오자 옥은 불안한 눈초리로 세훈을 한 번, 방을 한 번 쳐다보았고,

세훈은 옥의 시선을 무시하며 윤아에게 인사는 필요 없다고 이르라 하고는 별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저의 방으로 들어와서 보니 그의 손에는 루한의 낡은 댕기가 들려있었다.

 

 

 

 

 

망나니 세훈, 그런 걸 표현할려고 일부러 종에게도 점잖은 말투를 안 쓰게 표현했는데 이건 뭐, 그냥... 현대인이네요 말투가 아주 그냥

브금... 브금브금...

맞는 브금 찾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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