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사장님 김한빈 비서로 일하는 썰 01
".....제가 생각하는 입장은"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저희회사에서 이번에 추진하고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진땀을 뻘뻘흘리면서 횡설수설 하고있는 나. 아, 나 지금 면접보고있구나.
지금 내가 면접을 보고있는 이 회사는 맘빈기업.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서 처음엔 그냥 반포기상태로 지원했는데...그래서 긴장도 안하고 왔는데......왜...
"아직 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숙지가 부족해보이는군요"
"아....죄송합니다"
왜! 도대체 왜! 없던 긴장도 하게 만드는지. 중간자리에 떡!하니 앉아서 나에게 자꾸만 날카로운 질문을 쏘아대는 면접관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후...그래도 잘생겼으니 따름이지. 정말 당황스러운 질문만 골라서 해대니 짜증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는 정도다. 넌 진짜 안 잘생겼으면 매장이야, 임마!
원망스러움에 면접관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잠깐 딴생각을 했더니 그새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ㅇㅇㅇ씨, ㅇㅇㅇ씨? 집중안하십니까"
"아, 네!!네!!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나가보시죠"
"네, 죄송합니다"
굽신거리며 나온 면접장 앞에서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못하고 비틀거렸다. 예쁘게 보이려고 높은구두 신고온게 죄지. 그나저나 왜 저렇게 쏘아대는 거야!
"아, 발아파.......어..라?"
이게 뭐죠?도대체 왜? 왠데 내 스타킹에 왕구멍이.......
"!!!!!!!!!!!!!이거 왜이래 분명 아침까지 괜찮았는데!!!!...........그럼 나 이러고 면접본거야???!!!!!으악!!!!!!!"
이런꼴로 면접을 보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명 난 이제 탈락이야. 저 면접관들은 날 뭐라고 생각했을까.
아,쪽팔려쪽팔려쪽팔려어!!!!!!!!!!!!!
내가 가진 구두중에서 가장 높은 까만구두를 벗어들고 난 비틀거리며 맘빈기업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다신 이 곳에 오고싶지않다고.
이런 창피한 과거는 다신 돌이켜보고 싶지않다고. 내 인생 최고의 흑역사.
어차피 면접도 망했겠다, 오지도못할거라는 확신과 함께.
까칠한 사장님 김한빈 비서로 일하는 썰 01
"후.....힘내자 힘!! 쫄지마 ㅇㅇㅇ."
왜 나는 다신 오고싶지 않다던 맘빈기업앞에 한달도 안되서 다시 서있게 된걸까.
그것도 사장님 비서라는 큰 임무를 떠안게 된채로. 이게 다 그 망할 전화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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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전화받아!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여보세요~"
[혹시 ㅇㅇ씨 되시나요?]
"네, 제가 ㅇㅇㅇ인데 누구시죠?
[맘빈기업입니다. 사장님 비서직으로 면접보셨죠?]
"아, 네...그런데요?"
[합격되셨습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되시구요. 자세한 사항은 비서과 실장님과 상의하시면 되십니다.]
"아 저기요!!!!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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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전화에 엄마의 꼭 들어가야한다는 극성스러운 성화까지, 결국 난 견디다 못해 맘빈기업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
이번엔 추위에도 불구하고 스타킹을 신지안은채. 이제다신 스타킹을 신지 않겠어.
그나저나 다신 못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잘된일이라 생각하고 들어가려는데 왜이리 긴장되는지...
그래도 으쌰으쌰! 입구로 가 경비아저씨게 사장실을 물어 물어 27층이라는 정보를 알아낸 나는 엘리베이터를 잡고 올라가 사장실로 올라갔다.
넓디넓은 27층엔 사장실 외에 다른 사무실은 보이지 않았고, 내 자리인지 비서실뿐 다른 시설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층 자체를 사장실로 사용하고 있는듯 했다.
원래 원칙대로라면 난 바로 아래층에 있는 비서과에 가서 앞으로의 업무에 관한 서류들과 주의사항들을 숙지한뒤 사장님과 만나는게 순서인데....
순서를 잘 모르는 난 겁도없이 일단 무턱대고 사장실문부터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저기..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어라?"
왜죠??왜 면접 때 날 그리도 긴장하게 만들었던 면접관이 왜 저기 앉아있는거죠. 삿대질을 하기도 약 십초. 바로 상황파악이 된 나는 정말 딱!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깐깐해 보이던 분이 내 직속상관이신 사!장!님!이라니......
근데 사장님은 들어오자마자 삿대질을 일삼는 내가 마음에 안드셨던건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아계셨다. 화를 억누르고 있는듯 했다. 내가 건방져보였겠지.
"소개, 끝?"
"아, 죄송합니다! 전 오늘부터 사장님을 모시게 될 비서 ㅇㅇㅇ입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얼른 삿대질을 하던 손가락을 내리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는 한숨을 한번 푹- 쉬시고는
"보고받은 업무는?"
이라고 물으셨는데......그렇게 물으셨는데..........난 보고받은 업무가 없었다. 당연히 없을수 밖에. 아예 비서과에 들리지않고 왔는데.
"죄...죄송합니다. 업무보고를 받고 올라온다는 것이...그만 잊었습니다"
"지금 일을 시작하겠다는 자세가 맞긴한건가? 후.......지금 당장 보고받고 올라와"
"아,네!! 죄송합니다"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죄송하다는 말이 벌써 몇번짼지 난 허리를 꾸벅꾸벅 숙여가며 당장 아래층으로 내려가 업무보고를 받아왔다.
너무 급한 나머지 계단을 이용했더니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내 입사생활 첫 업무보고를 올렸다.
"오늘 하실 업무 순서는 일단 회사에서 이사진과 새 프로젝트 회의에 참석하시고 그 뒤엔 B리조트 건설현장에 다녀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어머님이 전화오셨는데 가족식사를 하러 본가에 들르시라고 하셨답니다"
"또 보나마나 결혼얘기겠지. 그 외에 회사업무는 없나?"
"네, 예정된 업무는 여기까지입니다."
"알겠어"
".................."
"뭘 멀뚱히 보고서있나? 나가서 일해."
"아,네!죄송합니다"
"그리고"
"네?"
"그 죄송하다는 소리도 좀 그만하고."
내가 이 방에 들어온순간 부터 한숨만 쉬던 사장님이 처음으로 피식- 웃어주며 내게 말을 하셨다. 아오, 처음부터 그렇게 웃으며 말하면 좀 좋아?
하루종일 받은 스트레스와 긴장이 한번에 사라짐에 괜히 입을 삐죽이며 나와서 괜히 혼잣말로 궁시렁거렸다.
"지가 그렇게 인상을 팍!쓰고' 똑바로 안해요?!' 라고 다그치는데 내가 어떻게 죄송하다고 안해? 에라이, 재수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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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재수탱이!"
사장실 안에서 잠자고 귀기울이던 한빈의 눈썹이 하늘높이 치솟았다. 아마 ㅇㅇㅇ씨는 내가 안에서 다 듣고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하겠지.
혼자 착각하고 궁시렁 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해 왠지모르게 웃음이 났다. 욕을 먹고도 웃음이 나다니 도대체 무슨 경운지.
"그나저나 내가 정말 '똑바로안해요?!' 이렇게 무섭게했나?"
혼자서 다시 곱씹어봐도 그리 무섭게 대하진 않은것 같은데, 그저 다시보게된 얼굴이 반가워 좀 장난친 정돈데 저리 화를내다니. 조금 당황스럽다.
"....내일부턴 좀 더 웃으면서 얘기해야되나?"
들어온지 얼마나됬다고. 벌써 비서에게 휘둘리는 사장이라니. 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치곤 꼴이 우습다.
한빈도 자신의 그런모습에 웃음이 나는지 계속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앞으로 회사생활이 재밌어질것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면접을 볼때부터 구멍이 커다랗게 난 스타킹을 신고오질 않나, 하여간 신기한 여자라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줄이야.
그나저나 이번엔 왜 추운데도 맨다리인지. 혹시 저번의 실수를 의식한건가. 정말 웃긴여자야.
구멍이 주먹막한 스타킹을 신고도 조목조목 자기 할말을 하는 모습이 뭔가 마음에 들고 왠지 끌려서 뽑은 여자인데...내가 제대로 본듯했다.
첫만남부터 날 실망시키지 않더니. 역시, 재밌는 여자다, 그리고 기대되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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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빈이는 여러분을 기억하고 있었답니다!! 기억력좋은 남자같으니ㅠㅠㅠㅠ
둘의 첫만남이 당황스러우셨죠~?ㅎㅎㅎㅎ 삉들은 이런실수 말아욬ㅋㅋㅋㅋㅋㅋ
시험이 끝나고도 이래저래 바빠서 너무 늦었네요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장님썰~
이제부터 마구마구 진행되고 분량도 팍팍늘도록 할테니 많이기대해주세욥♥
또, 혹시 띄어쓰기나 불편한점이 있으면 언제든지~말씀해주세요♥ 여러분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맘빈기업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