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글인 "사실, 넌 날 원망할 자격조차 없어."의 앞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아요...사실은 스토리 상관없이 에러가사로 글쓰고 싶어서 쓴거거든요 허허허허허허
그래도 두개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읽으면서 에러가사 찾아 보세요 소근소근)
너를 버리면
내가 사라지는,
나를 지우면
네가 없어지는
김소연 <행복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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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러지마, 택운이가 알면 어쩌려고 그래?"
"정택운 그거 바보잖아. 그 새낀 아무것도 몰라."
"안되는데....."
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정확히 말하면, 들이쉬려고 노력했다.
비밀스런 얘기들은 그 내용과 달리 일말의 떨림도 보이지 않는데 벽 너머로 들려오는 말들의 한기에 나는 떨었다. 떨리는 숨이 곧 온몸을 감싸고, 부들거리는 손끝은 마치 구원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급하게 가방 끈을 잡아맨다. 꽉- 아주 꽉 쥔 손 안에 구겨지는 건 가방끈만은 아닐 거라고,
구겨진 마음이 흉부 가득 차올라 숨을 막는다.
아, 급하게 들이마신 숨이 내뱉어지지 않아.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에 후다닥 떨어지는 두 얼굴. 당황한 네 표정이 보여 씁쓸하지만 못 본 척하는게 어느새 익숙해진 내가 참 싫다.
이 시간 쯤이 되면 언제나 역광이 되는 이 문의 방향이 고마워. 뒤로 쏟아지는 밝은 빛이 내게 막혀 그림자를 만들면 그 그림자에 가려져 지금 내 얼굴은 보이지 않을 테니까.
"별빛아, 미안. 늦었지?"
한 마디를 뱉어내는 짧은 순간이 마치 억겁의 시간과 같다.
들이마셔진채 출구를 잃은 숨들이 급하게 튀어나오고 동시에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들.
갈무리 하지 못한 마음이 새어나오지만 얼굴위로 쏟아지는 그림자를 방패로 삼아 지웠다.
"학연이랑 같이 있었네."
놀란 네 얼굴 뒤로 보이는 비릿한 미소에 조소조차 보내지 못하는 내가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어서.
껍질 뿐인 관계라고 해도, 너를 잡고 있는 순간이 놓아버린 순간보다 행복하기에
널 향한 마음을 버릴 수 없어서,
대신 부서지는 내 모든 마음을 어쩔 수 없이 지우고.
이런 내 맘이 안쓰럽지만, 널 애써 지울 수 없으니까.
"별빛아 가자. 집에 데려다 줄게."
"택운아..."
대답하는 네 얼굴에는 곧 해사한 미소가 떠 오를 것이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다가와 팔짱을 끼고 말하겠지. 왜 이제왔어, 보고싶었잖아. 하고.
언제나 햇살같은 너는 누굴 향하던 내 곁에서 따스해야 한다.
꼭 그래야 해. 다른 곳을 향한 온기라도 내 곁에서만.
"이런 짓....더 이상 못하겠어. 우리 그만하자."
꼭,
내 곁에만 있어야 하는데.
".....별빛아. 빨리 집에 가자. 손이 차네? 집에 가는 길에 따뜻한 모카라떼라도 먹을까?"
"택운아- 그만해. 나 다알아, 너 다 알고 있잖아."
해사한 미소는 어디가고 한 낮의 햇살처럼 잔인한 네 모습만 있다.
그리고 나는 직선으로 내리쬐는 빛 아래서 말라가는 꽃인가.
아니, 내가 너에게 꽃이라도 될 수 있을까?
"정택운, 똑바로 봐. 이거...정상적인 연애 아니야. 이러는거 너무 비겁하잖아, 나도. 그리고 너도."
나를 스치고 나가려는 네 손목을 쥐고 널 잡았다.
이러지마, 제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쉬어버린 목에선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아니잖아. 우리 아직 사랑하잖아.
"운아...이건 네가 널 망치는 일이야, 알잖아? 그만하자. 미안해."
"내가...이게 더 괜찮다잖아, 별빛아. 내가 이게 더 낫다잖아...!"
"더 이상 네가 우스워지는 거 보기 싫어, 아니-"
그만, 이제 그만해.
"더 솔직하게 말할까? 지긋지긋해! 네 속도 알 수 없는 그 표정, 그 손짓, 몸짓! 다 지겨워. 너랑 사귀면 재미가 없어, 운아. 재미없다고. 지겹다고! 인형이랑 사귀는 것 같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내 손에서 네 손을 가볍게 떼어내곤 넌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네가 사라짐과 동시에 달칵- 하고 차분하게도 그리고 무심하게도 문은 닫혔다. 차라리 심장이 터지듯 쾅하는 소리와 함께 닫힌 문이라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언제나 두려웠다.
나를 향하던 네 눈빛이 달라졌다는게 느껴지던 어느 한 순간.
어쩌면 그때부터 내 세상은 온통 검정색이었을 지도 몰라.
그 깊은 어둠 속에서 나는 매번 칼날 같은 네 말이 나의 귀로 들어와 온몸을 찢는 상상을 수십번하고, 잔인한 네 눈빛이 나를 베어내는 악몽을 꾸며 몸서리쳤다.
그러면서 스스로 다독였어.
그냥 이대로, 비겁하지만 이대로, 버티면 된다고.
이대로 살면 된다고. 이대로 네 곁에서 숨쉬고 살아있으면 된다고.
너만 내 곁에 있으면 나는 괜찮다고.
그런데 지금은 숨을 쉴 수 조차 없어.
.
.
.
네가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숨을 쉬기 조차 버거운 이 시간 속에서, 망가져가는 내가 느껴진다.
어둠은 참 이기적이게도 자신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무엇가를 내게 끊임없이 밀어넣으려 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어둠이 밀어넣는 모든 빛나는 건 별빛, 바로 너 였다.
언제쯤 끝이 날까, 이 지독하리만큼 범람하는 빛의 홍수는.
오늘이면, 아니 내일이면- 하고 반복되는 그 끝나도 끝나지 않는 기억 속에서 더는 이길 자신이 없어.
더는 망가질 자신도, 너를 놓칠 자신도 없어.
너를 잡아도 아프고,
놓아도 아프다면,
꿈 속의 꿈보다 깊은 이 지옥같은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면
네가 날 못잊게 할게.
네가 날 지우지 못하게 하면 돼.
너의 한 조각 조차, 모두 내것이 되도록.
*
별로 스토리가 있는 글이 아니라서 차마 구독료같은걸 달 수 가 없었어요..그저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시면 감사할뿐이죠ㅠㅠ
사실 지금까지 올린 글 중 가장 부끄럽기도 하고요
스토리가 없는 이유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그냥 에러가사로 글을 써보고 싶었기 떄문입니다ㅇㅅㅇ
에러가사는 음미할 수록 너무 슬퍼요ㅠㅠ
상황만 조금 바꿔봤어요.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인형같이라도 숨쉬고 버티고 살 수 있는 스토리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다음에는 꼭 밝은 글을 쓸꺼에요 부들부들
꼭 달달한 글로 찾아뵐게여ㅠㅠ
(글이 창피하니까 사라질레오 총총총)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