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문득, 옛날에 쓰던 방 청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방에 들어가 이 물건, 저 물건 만지다 보니 낮익은 일기장이 보였다. 낡아서 먼지가 많아, 먼지를 털어내고 펼치니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잊고 지냈던 여자아이와의 추억이 떠올라 작은 떨림이 내 몸에 샘솟았다.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나는 지금 다 커서 성인이 되었다. 다 큰, 성인. 평생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날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보고 싶어졌다. 내가 너무 사랑했던 그녀를, 그 방에는 졸업앨범도 있었다. 역시 먼지가 많이 쌓여있었지만, 조심스레 털어내고는 졸업앨범을 한 편, 한 편 넘겨 보았다. 아까 그 일기장에 있던 그 여자아이도, 나도, 내 친구들도, 너를 괴롭혔던 짓궂은 아이들까지 모두 졸업앨범에 잠들어 있었다. 아,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기억을 천천히 되돌아 보았다. 그 여자아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물리치고 너의 맘을 얻고 나눴던 키스까지, 모두 생생히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화 같았다. 웬디, 아니 신데렐라 보다도 예뻤던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매일 매일이 가슴이 벅차 떨렸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였었다. 너가 살며시 웃어줬던 그 때의 모습이 지금도 내 마음의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 때 처럼 한 번만 더 웃어준다면, 그 때 처럼 내게 키스 해준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다 포기하고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 아직도 설레고 떨려 너를 생각하면. 시계의 태엽이 도는 사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너는, 너도 다른 나이 때의 여자애들 처럼 그냥 평범하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그 때 네가 활짝 핀 꽃처럼, 활짝 웃던 그 모습을. 우리는 끝이 아닐거야. 다시 만나 볼 테니까.
-EXO 피터팬의 가사를 풀어 쓴 단편 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피터팬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쓰인 말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요. 들으면서 읽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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