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후반의 날씨는,따뜻한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찬 바람이 내 두 뺨을 얼얼하게 벤다. 이번 겨울엔 눈도 잘 오지 않았고,그리 춥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2월 후반,그러니까 초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왜 갑자기 찬 바람이 매섭게 나를 향해 달려드는가 생각해보았다. 지난 달만 해도 견딜 만 했으며,얼어죽는 노숙자들에 대한 기사도 흔치 않았고,밤 사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으면 유난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다른 날들과 다름 없이.또 한 번 그대를 잠시나마 눈에 담고자 외투 하나만을 걸치고 집 밖을 나선 날,나는 예상치 못한 빙판길에서 넘어졌고 빨개진 손바닥과 흙이 묻은 무릎을 보다 몇 초 후 실소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 겨울이 춥지 않았던 것은,뜻 밖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었고 이 겨울이 추운 것은 그 뜻 밖의 관심을 받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바람은 언제나 싸늘했고,눈은 어제도 왔으며,몸이 추운 것은 단지 내가 외투 한 장 만을 걸쳤기 때문이리라. 짝사랑은 이래서 슬픈 것이다. 나 혼자 시작하고,나 혼자 설레고,나 혼자 실망하며 나 혼자 그만두고.이 모든 것이 혼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것들을 짝사랑하고 있고,있었고 또 수많은 짝사랑을 받아왔다. 그 많은 경험으로 단 하나만을 알 수 있었다.모든 것은 내 기대에서 시작되고,내 방심,내 부주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손바닥을 털고 일어난다. 정작 무릎에 묻은 흙먼지는 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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